어제는 오랜만에 엔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직후 GM

콜렉션 이벤트에서 캐딜락 CTS를 타고 이곳을 지나긴 했지만 그냥 드라이브 삼아서 다녀온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갑자기 산길 드라이브에 나서게 된 것은 제 친구 피락 덕분이었습니다.  

피락은 닛산 미캐닉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닛산쪽에 근무할때 알게된 친구죠.

인상은 좀 험합니다만 참 착하고 좋은 녀석입니다.  미캐닉이라 해도 단지 직업상 차를 고치고

마는 그런 자세가 아니라 정말로 차를 매만지는 것을 즐기고 자동차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친구죠.  이친구와 자주 카트도 타러 가고 가끔씩 산길도 달리고 합니다.  

오늘은 피락의 닛산 240에 함께 타고 드라이브에 나섰습니다.  

엔젤레스 크레스트는 몇년전 폭풍우에 일부구간이 유실되어 LA쪽 입구에서 40마일가량 올라간

곳에서부터 폐쇄되어 있습니다.    제가 스티어링을 잡고 느긋한 드라이브로 폐쇄된 게이트까지

갔다가 운전자 교대를 하고 되돌아왔습니다.  그동안 피락과 함께 산길을 달릴때는 둘이 다 차를

가지고 가거나 아니면 제가 운전할때 피락이 동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친구가 산길에서 운전하는 차에 동승자로 탄 것은 꽤 오랜만이었죠.  

내려오는 길에 보니 코너에서마다 차의 거동이 조금 까칠한 느낌이었습니다.  

운전자세를 제대로 잡고 부드럽게 조작하라는 것과 Apex(여기서는 클리핑포인트를 이렇게

부르더군요)를 코너 출구에 가깝게 잡으라는 것은 예전부터 이 친구에게 해주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옆좌석에서 느끼자니 이친구가 부드럽게 조작하려고 애쓰는데도 어딘지

자꾸 차가 까칠하게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전방을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이친구를 보니

운전자세가 바르지 않더군요.  처음 출발할때와는 다르게 등받이에서 살짝 어깨가 떠있고

스티어링에 매달리는듯한 운전자세였습니다.   사실 웬만한 사람들은 자기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로부터 지적이나 조언을 들으면 ‘지가 운전을 나보다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잘난척이야?’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웬만해서는 다른사람의 운전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먼저 진지하게 물어오기 전에는 이야기 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운전이 과도하게

난폭하여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상대방이 저를 건방지다고 생각할지라도 대놓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피락은 운전에 대해서는 저와 다른 친구들에게 배운다는 입장으로

조언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친구이기 때문에 운전자세에 대해서 곧바로 지적을 해주었습니다.

“봐봐, 지금 차가 그리 부드럽지 못하게 움직이고 있는데말야.. 너 지금 팔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어깨가 등받이에서 떠있으니까 코너에서 원심력을 받을때 상체가 불안정해지고

그러다보니 팔힘으로 지지하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차가 뻣뻣하게 움직이는 거라구.”

그리하여 차를 세운 뒤 시트를 재조정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등받이 각도를 조금 세웠는데도

습관적으로 어깨가 시트에 충분히 지지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여전히 어깨가 조금 뜬것 같은데?”

“그래?  그런데 어깨를 붙이려니까 팔에 더 힘이 들어가는데?”

“그건 네가 스티어링을 밀어서 그 힘으로 어깨를 시트에 붙이려해서 그러는 거겠지.  날 보라구.

지금 손잡이 잡고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앉아있지만 어깨는 의자에 딱 붙어있잖아.

코너를 돌아도 이리저리 밀리지도 않고 말이야.   팔힘으로 밀지 말고 엉덩이부터 어깨까지

일정하게 시트에 붙이도록 해봐.”


이 조언을 해주고 나자 차의 움직임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습관을 곧바로 버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헤메는듯 하다가 차차 상체가 등받이에 충분히 고정되고

그친구의 표정도 좀 편해지더군요.


“어때?”

“어. 훨씬 좋은데? 이제 팔힘도 들지 않고 운전도 편해졌어.  지난번에 버튼윌로우에서 달릴때

코너에 진입하고 나면 더 깊이 파고드는게 잘 안되더라구.  왜그러나 했는데 어깨가 떠있어서

그랬나?”

“아마 그래서였을거야.  상체가 떠있으면 코너에서 몸이 바깥쪽으로 밀린다구.  

그러니까 스티어링휠에 매달리듯이 해서 상체를 지지하려 하게되는거고 그러다보니 스티어링

조작이 흐뜨러졌을거야. 안봐도 뻔한거지”

“그랬구나.  흠.. 이제 운전이 한결 편해졌는데?  아까는 라인도 못잡고 달리면서도 무리한다는

느낌이었고 그와중에 속도도 느렸는데 지금은 편하게 운전하는데도 벌써 아까보다 코너에서

시속 10 마일정도는 더 빠르구만.”

“지금은 라인보다 자세에 신경쓰라구.  지금 속도 올리고 라인에 신경쓰다보면 또 습관대로

상체가 등받이에서 떨어지려고 할거야.  라인이나 시선처리, 힐앤토 같은건 운전자세부터

확실히 몸에 익힌 다음단계야.”



사실 드라이빙 스쿨에 가도 운전 자세와 스티어링 조작법등의 기본에 대해 강조는 하지만

그것이 수강생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지는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제 경우도 고급스쿨은

한번도 못가봤지만 클럽단위의 스쿨은 몇번 수강한 적이 있고 주변 선후배들과 함께 달리며

배운것도 많고 맨땅에 헤딩하며 터득한 부분도 많죠.  

사실 주변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운전자세나 기초조작법은 모르면서도 힐앤토와

카운터스티어를 논하는 경우를 적지않게 봅니다.  그만큼 기본기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기본없이 쌓은 기교는 나쁜 습관으로 굳어지기 쉽습니다.

사실 운전이라는게 글을 통해서 배우기에는 상당한 제약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면허를 따기위한 운전교육 이상은 거의 찾아볼 곳도 없고  운전면허를 딴

이후에도 간단한 적성검사만 있을뿐 운전자의 의식과 능력을 향상시킬 마땅한 길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서 참담한 기분까지 들 때가 있습니다.  여전히 높디 높은 교통사고율이나

교통사고 사망율은 단순히 안전운전 캠페인과 엄정한 교통위반 단속같은 부분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모터스포츠의 기본기만 익혀도 예방할 수 있는 교통사고는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운전을 연마하다보면 인간의 본능에 역행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웬만한 차가 다 ABS를 달고 나오지만 그렇지 않던 시절의 경우

급브레이크로 차가 미끄러지면 브레이크를 살짝 풀어 접지력을 회복시키라는 것은 고전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막상 실제로 차가 미끄러질 경우 브레이크를 더 세게 밟게 되는 것이

본능입니다. 하긴 요즘같은 경우 ABS가 들어가는 제동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운전자들은

급브레이크시 페달이 진동하는 것에 놀라서 발을 늦추는 경우도 있다더군요.    

차가 미끄러질때 자기가 가고자하는 곳을 보는것도 사실 본능을 거스르는 부분입니다.  

미끄러지는 차에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피하고 싶은 대상을 보게 됩니다.  빗길에 미끄러지던

차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경우 십중팔구는 어쩔수없이 그리로 미끄러져 들어갔다기보다는

운전자가 “어, 저거 받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가로수를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차는 운전자가 보는대로 가게 되니까요.  이렇게 본능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 것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만 몸에 익힐 수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운전을 가르쳐주는 드라이빙

스쿨도 거의 없고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해도 사이비 언론에서 폭주족을 양성하는 불법

운전학원으로 매도되는 상황이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예전에 주요 일간지에서 전기자동차였나

연료전지차였나, 하여튼 대체에너지로 모터를 구동하는 차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전기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박력과 운전재미가 부족하다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 기사가 인터넷에 올랐을때 올라온 답글들도 가관이더군요.  전반적인 내용 자체보다는

기사중에서 운전 재미를 언급한 대목을 가지고 ‘운전을 재미로 하냐? 기자 개념좀 챙겨라’ 또는

'운전재미 찾으려고 과속하란 얘기냐?  안전운전이 최고지 운전하며 재미를 찾다니..' 라는

투의 답글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운전이라는 것, 따져볼 필요도 없이 재미있는 것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운전이 지겹고 하기 싫다는 분들도 계신것은 사실입니다만 놀이동산에만

가보아도 레저 카트와 범퍼카가 빠짐없이 존재한다는 것은 움직임을 통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어린시절부터라는  증거겠지요.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폭주족도 달리는 즐거움을 이상한

방향으로 분출하는 경우라고 봅니다.  그러나 바꿔놓고 생각하면 달리는 즐거움을 합법적으로

추구할 장소가 없다는 문제가 다가옵니다.  폐쇄되는 안산 트랙, 너무 멀어 다녀오기 부담스러운

태백 트랙, 수도권에 단 하나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이런 인프라를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문화의 후진국을 벗어나는 날은

과연 언제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