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텔로 향하다가 중간에 미끄러워 길바닥에서 멈춰버린 GTI


투산을 탄 왕자 임성진님이 저희를 구출하러 밤잠을 마다하고 달려오셨습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뭐 원래 여행이라는 것은 재미있고, 힘든 에피소드가 많을수록 오래 기억에 남는 법, 저희 4사람은 차를 버려두고 가더라도 너무나 낙천적이어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눈이 10cm가 왔더랬습니다.


세상에 내일모레가 식목일인데 이게 왠 설경이란 말입니까?


밤새 버려두었던 GTI의 몰골은 가희 가관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재미있기만한 우리 시승팀은 서로 좋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고드름이 멋지게 매달렸지요?


언제 그랬냐는듯 깔끔하게 세차완료된 포르쉐들은 그간 빡센 테스트 일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늠름하게 서있었습니다.


3월 30일 Porsche World Roadshow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29일 일과를 마친 후 저녁을 먹고 서울에서 저, 여인영님, 김현규님, 그리고 태백에서 오일팬이 깨져 자신의 MK4 GTI를 태백에 놓고온 김세환님 이렇게 4명이서 MK5 GTI에 타고 서울을 떴습니다.

고속도로에 올리자마자 내리는 비는 불길한 예감을 멀리하고자 하는 저희의 강인한 의지를 무참히 짓밟듯 동쪽으로 가면갈수록 비가 눈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폭설처럼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키장에서 그토록 애타게 갈구해도 오지 않던 눈이 하필 고성능 차를 테스트하는 이 찰라에 내린단말인가….

숙소인 골프텔은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완만한 오르막으로 수킬로를 올라가야하는데, 눈덮인 진입로는 차량 통행이 뜸해서인지 저녁 11시쯤 올라가는데 초반부터 TCS가 살벌하게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점점 속도가 줄어 시속 1km/h로 등판하다가 결국은 더 이상 등판이 불가능해집니다.
눈위에서 바둥바둥 좌우로 안간힘을 쓰는 GTI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아직 3km/h는 더 가야하는데, 차를 버리고 걸어가든지 해야할 판이었습니다.

태백의 열혈 회원 임성진님께서 혹시라도 무슨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만 믿고 SOS를 때렸더니 투산 4WD를 타고 멋지게 나타나셨습니다.
우리는 짐을 옮겨 신고 4륜 구동의 위력을 유감없이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 타이어를 신은 GTI를 타고 온 것이 회스러울 수가 없을 정도로 눈위에서 딱딱해진 타이어는 더 이상 고무타이어가 아니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일찍 잠을 청했고, 다음날 아침 포르쉐측에서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는데도 맘이 왜 이렇게 편한지 저자신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젠장 그럼 카지노가서 한 3억 벌어서 가지 뭐…^^’

이후 포르쉐 한국 사장님이 오셔서 사정 설명을 하시고 다음날 행사에 참여하실 분들은 우선권을 주시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상경하는 것은 좀 그렇고 버려둔 차나 찾으러가자며 3명이서 골프텔을 도보로 떠납니다.

알프스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풍경에 누른 셔터가 제법 됩니다.
한참을 걸어서 내려가는데 아카디아 한대가 서더니 “권영주님 맞으시죠? 어디까지 가시는지 모르겠지만 태워드리겠습니다” 우리는 GTI를 버려둔 곳까지 조규봉님(테드 카쇼 1회때 프라이드 캔버스 탑으로 참여하신 분)의 애마에 신세를 지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임성진님 조규봉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한쪽에서 불쌍하게 눈보라를 맞으며 깡으로 버틴 GTI는 시동을 걸자 다시 또리또리 해집니다.

DSG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오래 세워두었다가 시동을 걸고 바로 움직여도 작동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에 새삼 놀랍니다.

다시 골프텔에 돌아오자 1시에 행사를 시작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맛있는 점심 직후 서킷으로 향합니다.

언제 그렇게 눈이 많이 왔느냐는 듯 화창하게 게인 태백 서킷 주변에 멋지게 줄지어선 포르쉐의 모습은 3년전 행사때도 그랬지만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