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나 자동차 무지 좋아했다. 중학교때부터 뒷 브레이크 등만 봐도 차종을 알아맞히고 영업소에 들어가면 하루 왠종일 구경해도 지루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중학교 3년동안 버스를 타고 통학하다보니 버스 운전사옆에 서서 운전을 마스터했다. --;

실기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의 마지막날...
부모님이 잠든 틈을 타서 부모님차인 프라이드 FS(3도어로 최고 그레이드였다. 리어윙까지 달려있는)를 타고 몰래 나갔다.

옆에 서서 운전을 배웠지만, 클러치의 감은 익힐 수가 없어서 몰래 몰고 나가서는 혼자서 근처 공터에서 20분을 연습했다. 시동을 안 꺼뜨릴때 쯤, 난 큰 길로 나갔다.

음...갈 곳이라고는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는 곳 아니면 야한 곳...ㅋㅋ

그래, 사직운동장에 가 보자. 집이 온천장이었던 나는 내 중학교(사직중학교)가 있는 곳까지는 전혀 문제없이 갈 수 있었다.

밤이 늦은 터라 아무도 없었다. 에잇...재미없다...

그래 거제리를 가자 (내 나이 또래의 부산에서 산 사람들은 거제리에 뭐가 있는 지 기억할 것이다.--;) 그럼, 옷을 적게 입고 있는 누나들이 있으니 재미있을 꺼야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냥 차를 타고 지나만 갈 수 있었을뿐, 직접 내려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는 없었다.
이에 다시 차를 돌려 왠지 또래의 여자가 있을 만한 해운대로 핸들을 돌렸다.

수영에서 해운대까지... 거의 2시간이나 운전을 하니 이제는 거의 익숙해져 5단까지 넣을 정도로 속도를 올려 원동IC근처 길을 달리고 있었다.

거의 100키로 근처의 속도로 해운대쪽을 향해가고 있는데 이상하게 뒤에서 하이빔을 날리는 택시가 있었다. 음... 너무 느려서 그런가...하고는 더 악셀을 밟았다. 열심히 달아났다.

하지만, 첫날 운전한 내가 택시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해운대 백사장앞 도로에 다달아서야 그 택시는 나를 추월했다.

그런데...

그 택시의 창문이 열리면서....야 차 세워...!!!
아버지 였다...
나는 해운대 백사장앞 도로에서 아버지에게 잡혀서 집으로 끌려갔다.


나의 아버지는 어떻게 나를 찾았을까?

내가 차를 타고 나가면서 커버를 벗겨서 그냥 집앞에 놔두고 갔는데, 이걸 이상하게 여긴 옆집아저씨가 아버지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고등학교 학생부 선생님으로 내 또래 아이들이 나가면 어디를 갈 지 휜하게 알고 계셨다.
바로 아는 택시운전을 하는 아저씨와 함께 해운대로 오신 것 이었다.. --;


아버지의 엄청난 꾸짖음 뒤...

조용히 말씀하셨다.

'나중에 운전면허를 따면 언제든지 키 줄께.'

이렇게 나의 첫 운전은 무사고로 끝이 났다.


p.s. 호선이의 아버지에 대한 글을 보니 갑자기 자동차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주절거려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