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클러치 수명이 다 되어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개인적 상황에다 적당히 버티겠지 하는 안일함으로 안 갈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외지에 갔다가 돌아올 때 상황이 안좋아지기 시작하더군요. 갈 때는 조심해서 큰 문제 없었는데 돌아올 때 방심하고 잠시 가속을 즐긴 이후 급격히 상황이 안 좋아졌습니다. 다행히 100Km이상 남은 거리를 조심조심 운전해서 무사히 귀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언덕길 피해다니느라 땀 좀 뺐습니다.

나중에 열어 보니까 클러치 디스크 하나가 깨끗하게 닦여 있더군요.^^;


이후 부품 교환을 위해서 알아보는 도중 내구성과 출력을 받아 줄 수 있는 넘을 좀 찾아 보다 카본 클러치가 눈에 띄었습니다. 설명을 좀 읽어보다가 저온에서 미끄러짐을 개선했다고 하기에 가격이 10%가량 더 비싸고 1년이상을 더 쓸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겠다 싶어서 덜컥 주문했더랬지요. 물론 대중화 수준은 아니지만 카본 클러치가 나온게 아주 최근 일은 아니기에 이젠 그래도 안정화 되었겠거니 하고 말입니다. 럭셔리 아이템이라면 맞긴 맞는데 슈퍼카도 아닌 주제에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는 차종이라 큰 고민 없었습니다. 점점 무감각해지는 자신을 느끼게 되는군요. -.-;


자잘한 일들이 있긴했지만 지난 주말에 작업 완료 통보 받고 차를 찾으러 갔습니다.

강화형 클러치가 이 차에만 벌써 세번째 이므로 별 특별한 기대를 하진 않았지요. 단지 매우 특별한 길들이기 요령이 명시되어 있어서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 요령이라는게...

1. 장착 후 약 300Km(보통 클러치 조작 500회) 시내에서 서행 운전 (2000RPM부근에서 클러치 조작할 것)

2. 1차 길들이기가 끝난 후 5000RPM수준에서 론칭 2~3회 할 것

3. 제성능을 뽑아야 할 레이스 같은 상황에서는 반드시 예열 주행을 할 것

1번은 정상적이라 볼 수 있지만 로켓스타트를 명시한 클러치 길들이기 요령은 처음 봤습니다... 다른 클러치는 이런식으로 하면 드래그 한 번에 클러치 나간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장착 후 시험 주행을 위해서 차를 빼는데 시동 세번 꺼뜨렸습니다. 예전에 클러치 갈았다고 시동 꺼뜨린 적은 없었는데 클러치 감이 완전히 달라져서 황당하더군요. 저회전에서 힘이 안나오는 엔진도 시동꺼짐에 한 몫을 하긴 했지만 표현을 하자면 클러치가 붙는 느낌이 마치 자석이 달라붙는 것 같았습니다. 일정거리 이내로 다가가면 갑자기 척 붙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저온일 때는 미끄러지는게 정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실은 버튼 클러치라 불리는 수준의 반응이더군요. 일단 클러치 동작 자체는 이상이 없었기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돌아오는 길에 올랐습니다.


반클러치는 민감한 주제에 일단 클러치가 붙은 상태에서는 미끄러짐이 완연하더군요... -.-;; 수동 미션 차에서 예전 오토 미션에서 느껴지는 가속감은 참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면서 원인을 파악하고자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기계적인 문제? 원래 특성?

분명히 저온에서의 미끄러짐 자체는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바 이므로 바로 차를 돌리긴 그래서 일단 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장착한지 얼마안되어서 당연할 수도 있지만 클러치 반응이 지금까지 써 본 중 가장 불규칙하더군요. 미끄러짐이 많아졌다 적어졌다 하면서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조금씩이나마 좋아지는 것 같아서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돌아와서 정리한 결과 확실히 카본 클러치는 기존의 것과는 작동온도 자체가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길들이기 중이니까 더 심한 부분은 있겠지요. 반클러치가 상상이상으로 민감했던 이유가 아마 반클러치 상태가 되면 마찰이 생기면서 온도가 올라가므로 마찰 계수도 올라가면서 더 잘 붙어 버리는 (결국 자석같은 반응) 현상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달리면서도 관찰해 보니까 미끄러짐이 어느정도 되고 나서부터는 미끄러짐이 줄어서 운전하기 좀 편해지더군요.


시내 주행을 많이 할 차는 아니긴 하지만... 시내주행이 점점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강렬한 인상을 준 클러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