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를 보면 종종 독일에서 운전을 즐기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도움이 되실만한 약간의 팁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저도 독일 현지에서 면허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교환받은 경우라

어디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살면서 보고 들은, 직접 경험한 바를 토대로

적는 것이니 참고하시면 좋으실 것 같네요. ^^;

 

 


- 차를 빌리려면 국내 면허증도 지참

 

면허 시험장에서 국제 면허증을 발급받을 때 꼭 물어봅니다.

어디 가세요? 독일이요.. 거기는 해당 국가가 아닌데요.. 이럽니다..

됩니다. 단, 국제 면허증과 한국 면허증을 같이 소지하고 있어야만 효력이 발생합니다.

 

 

- 렌터카에 자동기어는 희귀종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벤츠 C클래스를 렌터카로 운전하십니다.

자동기어가 그 차부터 적용이 되거든요. 그 아랫급은 무조건 수동 기어이고..

혹여나 렌터카를 예약할 때 오토매틱이 필요하다면 미리 말해줘야 합니다.

참고로 금요일 점심 12시부터 월요일 아침 9시까지 주말 요금제로 빌리면

렌터카 요금이 굉장히 저렴합니다. 36시간 대여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죠.

 

 

 

- 아우토반은 무제한 도로가 아니다.

 

Autobahn은 직역하자면 '자동차 도로'입니다. 한국의 자동차 전용 도로와 다를 바 없죠.

톨게이트가 없기 때문에 '드디어 내가 진입했다'라고 환호성을 지를 경우는 없고,

 '어? 내가 들어왔나?'라고 어리둥절하다보면 '예 맞습니다'라는 상황이 옵니다.

도심 주변이나 진출입로 부근에서는 항상 제한 속도가 걸립니다.

보통 80에서 120까지인데요.. 이 속도 정말 잘 지켜야 합니다.

일반 승용차에 사복입은 경찰 둘이 탑승한 차가 같이 주행하면서

단속을 하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만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달리는 것보단, 지켜주는 게 속 편합니다.

더욱이 공사 구간에서는 30-60의 제한 속도를 걸어놓는데

이건 꼭 지켜야만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느긋하게 속도를 줄이다가

매번 10km를 초과해서 종종 범칙금이 날아오는 편인데 감당이 안됩니다.

'없겠지' 싶어서 슬슬 속도를 줄이다가 어느 구석에 숨겨진 카메라에 찍힌 적이 꽤 많습니다.

지금은 칼같이 지키는 편이지요..

속도 제한 구간에서 마구잡이로 달리다가 경찰에 현장 적발되면 '몰랐어요'도 안통합니다.

현금없다고 하면 카드 내놓으라 합니다 ㅎㅎ 금액이 상당합니다..

IMG_6459.JPG

 

한 달 뒤에, 멋진 기념 사진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 가장 잘 나온 사진입니다만은 ㅎㅎ

10km/h 정도 초과했을 뿐인데 우체통에 멋드러진 사진도 보내주니 감사하죠..

이런 사진..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ㅠ.ㅠ

 

 

 

- 주행은 하위 차로, 추월 시에만 상행 차로 이용


보통 아우토반은 2-3차로로 되어있는데 평균 120km/h정도로 주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더군요(보고 느낀 바)..

도로가 텅텅 비었다고 가운데 차로로 주행하다가 걸리면 벌금이구요,

하위 차로가 비어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야 합니다.

일요일에는 법적으로 대형 화물차의 주행이 금지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사이에 끼어야 하는 경우가 있죠.

IMG_6619.JPG

예.. 하위 차로에 아무도 없으니 제가 채워드려야죠..

 


- 오른쪽 추월은 절대 금지

 

절대 안된다 생각하십시요. 안되는 건 안되는 게 독일입니다 ㅎㅎ

(한국에서 막 오신 분들은 '안되는 건 되게 해야지' 하시는데..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추월은 무조건 왼쪽입니다.

 


- 앞 차량 들이대는 것 또한 금지

 

1차로를 막연히 추월 전용이라 생각하면서 달리다가 앞 차가 너무 늦게 간다고

상향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리거나, 바짝 들이대는 것 또한 금지입니다.

몇 해 전에 아기를 태우고 가던 여성 운전자가 있었는데

뒷 차에서 갑작스럽게 놀래키는 이유로 사고가 나서  아기와 엄마가 모두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법률이 새로 개정되어 올해부터 적용되더군요.

 

 

 

- 갓길에 세워진 차량, 진입하는 차량 주의


갓길에 세워진 차량은 보통 움직일 수 없는 차들이더군요(그게 정상이죠).

그런 상황일 경우에 비상 연락을 해놓고 그 차가 올 때까지

야광 조끼를 입고 도로에서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는 게 보통입니다.

몇 해 전에 갓길에 세워진 차량의 타이어를 교환해주던 청년이 지나가던 차에 다리를 잃은 이후로,

갓길에 차가 서 있으면 보통 1개 차로 상행 진입하여 그 차와의 거리를 둡니다.

법으로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이렇게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아우토반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있을 경우에도

자신이 1차로 위로 진입하며 자리를 내어줍니다.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서로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해주는 게 편하더라구요. 까놓고 얘기해서 제가 아우토반에

진입할 때 100km/h까지 속도를 올리려면 무진장 애씁니다.

그런데 이미 주행 중이던 차들이 자리를 비켜주면 심적인

부담감 없이 들어올 수 있어서 편하죠..

 

 

 


- 상향등은 화났을 때만 쓰는게 아니다

 

비단 독일 뿐 아니라 자동차 문화가 정착된 곳에서는

'오세요'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는 걸로 압니다.

저도 부득이하게 차 길들이기 기간 중일 때나,

소형 화물차를 몰 때에는 고속도로에서 100km/h 미만으로 달리게 되는데

그 때마다 대형 화물차가 추월을 시도합니다. 그 차가 제 앞으로 들어와도 될 때에

상향등을 살짝 쳐주면 마음 편하게 상대방이 재진입을 할 수 있죠.

(대형 화물차에 앉아서 백미러로 뒤를 보면 거리감이 잘 없습니다)

또한 좁은 골목길에서 반대편 차량을 마주쳤을 때,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누군가가 진입하려고 할 때,

먼저 들어오시라고 상향등을 살짝 쳐주면 상대방이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들어오더군요..

제 기억으로는 한국에서 이런 문화 없었습니다.. 음..

 

 

 

- 후방 안개등은 가급적 켜지 말자

 

빨간색의 광도가 높은, 후방 안개등은 철저하게 단속됩니다.

전방 50m 앞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악천후의 경우에만

점등이 허용되고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단속하게 되죠..

왠만한 빗길 고속 주행에서도 안 켜게 됩니다.

독일에 나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비가 좀 많이 오는 날 아우토반을 달리다가

 '뒷 차가 나를 잘 못보겠다'는 심리에 후방 안개등을 켰다가 엄청나게 욕 먹었습니다.

오픈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에 과잉 친절은 되려 상향등의 몰매로 되받고 말았습니다.

IMG_1780.JPG

이런 날에도 후방 안개등을 안 켜더군요..

 


- 국도(지방도로)의 주택가에서는 필수 서행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국도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의전 행사 때문에 운전을 하면서 비행기 시간을 맞추느라

부득이하게 160km/h을 오가며 달렸던 적이 있는데 정말 못할 짓입니다.

아무리 국도 상에서 무제한 구간이라 하더라도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못합니다.

(마스터 님의 댓글을 인용하면, 국도 상의 무제한 표시는 100km/h라고 합니다. 참고하시길)

길이 좁은데다가 길가에 큰 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빨리 달릴 수는 없습니다.

적당히, 본인의 운전 기량에 맞춰 주행하셔야 하는데..

문제는 주거 지역을 발견하면 50km/h로 맞추셔야 합니다.

친절하게 표지판을 부착해주면 감사하겠지만 '너 한 번 당해봐라'는 식으로

표지판이 없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국도를 달리다가 주택이나 건물 무리가 보이면

50으로 속도를 줄이시길 바랍니다. 거기서 80km/h으로 달렸다가 카메라에

찍히면 벌금과 벌점이 엄청납니다..

IMG_8043_00.jpg

아.. 비행기 활주로를 맘껏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그나마 속도 무제한 구간이 있으니 다행인거죠 ㅎㅎ

 

 


* 시내에서


- 교차로에서 우회전 시에, 자전거 주의

 

보고 또 보고.. 우회전 한 번 하려면 피곤합니다.

직진 신호에만 가능한데 보행자가 없을 경우에나 진입하게 됩니다.

게다가 자전거가 자동차 속도에 버금갈 정도로 같이 주행을 하기 때문에

우회전 할 때에 유심히 봐야 합니다. 날이 좋은 여름에는 정말 힘듭니다.

어디서 그렇게 자전거 부대가 많이들 쏟아져나오는지.. ㅡ,.ㅡa

행여나 자전거를 치게 되면 100% 제 과실입니다.

IMG_7500.JPG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멈춰야 하겠죠..

자전거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때문에.. ㅎㅎ

 

 


- 교차로에서 좌회전 시에, 비보호..

 

아무도 나를 감싸주지 않습니다. 외로운 좌회전 ㅎㅎㅎ

도로의 정 중앙 부분까지 차 앞머리를 들이밀고 기다려 봅니다.

반대쪽 차로에서 빈틈이 생길 때까지..

그게 안되면 마냥 기다려 봅니다.

직진 신호가 끝날 때 까지..

보통 직진 신호가 끝나고 약 1초 뒤에 맞은편 모퉁이에 작은 화살표 램프가 점등됩니다.

 직진 신호가 끝났으니 좌회전 해도 된다는 표시죠..

그 때문에 교차로에서 빨간 불로 바뀌었을 때 무시하고 지나가기가 두렵습니다.

왼쪽에서 차가 튀어나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IMG_7504.JPG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기다리는 차량입니다.. 왼쪽에 택시 본네트 위에 있는 좌회전 신호등 보이시죠?

운 좋게도.. 아주 드문 칼슨 튜닝의 CL이 잡혔네요 ㅎㅎ

 

 

 

- 우선권 표지판을 잘 보라

 

삼거리나 사거리를 지나다 보면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어디에서 나온 놈이 우선권이 있는 것일까..

교차로의 약 10m 전에 표지판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테두리는 흰색, 안에는 노란색.. (계란 후라이? ㅎㅎ)

그럼 제가 우선권이 있는 겁니다.

삼거리에서는 그 표지판과 함께 굵은 검정 선으로 표시된 진행 방향이 그려져 있는데,

해당 차로에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도 시내 주행에서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해당 도시의 지리에 익숙하지않은, 타지역에서 온 차량들이 매번

이런 교차로에서 우선권을 제대로 보지 않아 사고가 납니다.

결과는 뻔하죠.. 뒤집어 쓰는 것 밖에 ㅎㅎ

IMG_8258.JPG

우선권이 있는 차로에는 다이아몬드 표지판이, 반대일 경우에는 뒷편에 있는 역삼각형입니다

 

 

 

- 대중 교통이 우선

 

전차가 다니는 길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넋놓고 있다가 사고나는 경우가 다반사이거든요..

서울에 버스 중앙 차선이 있는 것처럼 전차가 도로의 가운데를 달리는데

때로는 자동차와 차로가 겹칠 때가 있습니다. 왼쪽에서 전차가 같이 달리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 모양대로 좌회전하다가 뻑!하고 끌려가는 모습,

어색하지 않은 풍경입니다. 이 중에는 렌터카가 굉장히 많죠 ㅎㅎ

그리고 도로 중앙에 별도로 전차 정류장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달리던 전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고 멈추면 이상한 겁니다.

그 때에는 같이 멈춰 보십시요. 갑자기 전차의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나옵니다.

무시하고 달리면 큰일나는거죠..


2차로 도로에서 버스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머리를 들이밀면

자리를 비켜줘야 합니다. 대중교통이 항상 우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양보가 필요합니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해야죠 ㅎㅎ

 

 

 

- 주택가에서는 30km/h

 

언뜻 봐도 50-60km/h으로 달리는 사람들 간혹 있습니다.

정신 나간거죠.. 주택가에는 아스팔트가 아닌, 돌멩이를 박아놓은 도로가 대부분입니다.

의전 행사 때 오시는 한국 분들 중에 더러 중세 시대를 떠올린다며

무슨 유적지냐 라고 물으시는데 민망하지 않게끔 대답하기가 힘들더군요.

예전에 마차에서 떨어진 변을 쉽게 청소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며, 그냥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동과 소음이 심해서 30km/h 이상으로 주행하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더욱이 빗길이나 눈길에서 이 돌멩이 위를 빨리 달리다가 급정거를

하게 될 경우에는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옵니다.

빨리 달리고 싶은 사람은 아우토반으로 가서, 무제한 구간에서 밟으셔야죠..

IMG_7767.JPG

이런 돌멩이는 그나마 양호한 편입니다만.. 주택가에서는 서행해야겠죠

 

 

여기까지만 알아두셔도 독일에서 운전하실 때에 무리는 없으실 겁니다.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운전하시면 범칙금을 떠나서 인명 사고가 날 우려가 많은데요..

굉장히 복잡하고 피곤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가능한 한 운전대를 잡지 않습니다. 면허 취득 과정도 생각보다 까다롭지만

그만큼 사전 교육이 잘 되어 있어서 운전을 할 사람만 도로에 내놓는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운전 면허 취득 과정이 간소화된다는 얘기에 불현듯 이 곳의 실정이

생각나서 몇 글자 적어본다는 게 많이 길어졌네요.


저도 두어 달 뒤에 한국에 잠시 있을 예정인데, 가능하면 운전대를 잡지 않으려 합니다.

2년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독일식으로 운전했다가 굉장히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서

이제는 교통카드만 들고 다니려구요 ㅎㅎ

(그나저나.. 블로그에 올려야 할 글을 여기에.. 음..)


모두 안전 운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