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차량 시장의 변화

적어도 미국 시장에 있어서는 지난 5년 동안 보아 왔던 변화는 그 이전의 50년 동안 보아왔던 변화보다 그 폭이 더 넓고 깊습니다. 사실 '파고 들면' 약 '일주일간 잠 안자고 이야기' 해도 못할만큼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만, 가장 큰 흐름 몇가지만을 살펴보지요.


a) 리스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량이 없다.

미국 자동차 판매량중 픽업트럭을 제외한 승용차 부분에서 2006년경 소매 (Retail)이 약 65% 정도 였습니다. 이러한 소매 판매 중, 현금 판매 비율은 약 6% 수준, 할부 판매 비율은 약 52% 정도,  그리고 나머지 42% 정도의 판매량이 리스로 판매 되었던 차량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리스중 약 80%이상이 30~42개월의 리스 기간을 가진 차량들이었습니다. 리스로 판매된 차량중에서 약 5%정도만이 리스 종료 시점에서 오너가 차량을 인수하게 됩니다. 리스를 끝마치기 전에 중간에 차량을 인수하거나 딜러에서 차량을 인수하는(Trade-in)경우 까지 합쳐도 13~16% 선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승용차 (SUV포함) 100대가 판매 되면 이중 약 18대 정도는 리스 기간이 끝나는 약 3년 후 정도에 중고차 시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여기에 렌트카 회사를 비롯한 각종 Fleet으로 나갔던 차량들이 돌아오는 것을 감안하면 100대 중에 절반에 해당하는 약 50대 정도는 신차로 팔린지 약 3년 정도가 되면 중고차로서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리스를 통한 차량 판매는 90년대 이전에는 시장에 존재 하지도 않았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소위 '전문직'으로 통하는 고소득자들이 등장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 들이 경제적인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세금 적으로 이득이 생기는 '리스'에 눈을 돌리게 되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차량 구입 방법인 '현금'구매 내지는 '할부' 구매 이외에도 급격하게 리스가 그 세를 넓혀 나갔던 것이고, 이는 2000년대 중반에 있었던 자동차 회사들의 과잉 생산과 '중심을 잃어 버린 무조건 적인 라인업 확장'등으로 인해 구지 세금 혜택이 없는 사람들에게 까지도 '서브 프라임' (전통적으로 평균 보다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상품) 금융 상품들을 통해 차량들을 '리스'로 밀어낼 수 있게끔 해주던 '인센티브 전쟁' 의 여파가 컸었던 것이죠.


이해가 쉽게 안되시죠? 그냥 아무 말이나 주절 주절 한것 같죠? 하나 하나 다시 설명해 보지요.


지금 까지도 '인센티브 전쟁'을 생각없이 번역해서 이야기 했던 일부 한국 언론들은 이런 깊은 이야기 못하겠지만…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전문직'들이 내야 하는 소득세의 비율은 상상을 초월 합니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주의 치과 의사들의 경우는 소득세의 비율이 55%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보통 일반적인 가족이 있는 직장인들의 소득세는 약 20~35%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이것도 연말 정산을 통해 다시 환급 받는 부분이 많지만, 대부분의 '전문직' 들은 회사로 부터 월급을 받는게 아니기 때문에 각종 '비용 처리'와 '소득 공제' 부분을 이용해서 그만큼을 쓰지 않으면 엄청난 세금 폭탄에 시달리게 됩니다. 할부나 현금으로 차량을 구입하였을 경우는, 차량에 대한 할부 이자와 차량 자체에 대한 표준적인 감가 상각만 이러한 혜택을 보게 되지만, 리스의 경우는 100% 비용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소득세 비율이 40~50%를 넘나들 경우는 세금 내고 '내차를 소유 하는것' 보다 '리스'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교육을 잘 받아서 개인 사업이나 '전문직'에 뛰어든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정말 여러가지 방법으로 '돈벼락을 맞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순식간에 부를 늘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서 미국이 한국과 '달랐던'점은 이렇게 '자수 성가' 했던 베이비 부머들이 가계 경영을 하는 방법에서부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전문직'에 진출한 많은 사람들은 대학교나 MBA등의 고등교육을 받게 된 배경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명문'학교들은 공립 학교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이 대학교를 다니던 시기에는 어지간한 부모들은 이러한 수준의 학비를 지원해 줄 수 없었던 수준이었고, 결국 베이비 부머들은 대학교를 '학자금 융자'를 통해 마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학자금 융자'를 가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그 융자를 갚아 나가는데 보통 10~15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여기에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게 되는 금액으로 저축을 하기 보다는 빨리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집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보통 30년 정도의 기간을 가진 융자를 끼고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감안해 보면, 실제로 대부분의 '중산층 이상의 백인'들은 월 수입의 상당 부분을 그저 "융자를 갚는데" 나가게 됩니다. 


결국 다시 말하면, 이미 사회 생활을 시작 할때부터 '빛으로 사는 인생'이기 때문에 '저축을 해서 돈을 모아 새 물건을 사는' 형태의 생활보다는 자동차도 '할부'로 구매 하는게 당연하다는 거죠.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오면서 급격하게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전통적으로는 시도 할 수 없었던 '크로스 오버' 같은 새로운 장르/형태의 차량들도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이중에서는 '남들을 따라해서' 나온 이상한 변형 차량들도 많이 생겨 났습니다.


결국, 기존에는 '리스'가 차량을 리스해주는 금융기관이 책임져야 하는 위험의 부위가 커서, 은행이 돈을 잃지 않을것으로 거의 보장된 일부 고 소득자들에게 한정되어 승인이 났었기 때문에 그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았었습니다만은… 


자동차 회사들이 '안팔리는 차'들을 억지로 밀어내기 위해 쓰기 시작한게 바로 이 '인센티브' 입니다. 한국에서는 그저 '얼마 깎아 주는' 할인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는데, 실제로 이 인센티브는 '할인'이라기 보다는 '혜택' 에 그 의미가 더 가깝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어떤 특정한 조건에 대한 "혜택"으로서 거는 것이 '인센티브'로 이해 하시면 될텐데, 대부분의 경우는 이게 '일정금액의 돈을 주는것'이기는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인센티브'에 늘어났던 방법중에 하나가 한국에서도 여러번 사용 되었던 '잔존 가치 보장' 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만불 짜리 차량이 있는데, 새로 나온 차량이라 이게 중고차가 얼마 정도의 가치가 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이 회사의 차량들이 3년 후 얼마정도의 금액으로 시장에서 거래가 되었기 때문에, 이 차량은 신모델에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얼마가 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이 중고차를 찾는 경우가 많아 질것이기 때문에 약 얼마의 중고차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라고 하는 것이 바로 '잔존 가치' 이고 몇달전 국내의 모 회사가 ALG(Automotive Leasing Guide)에서 잔존 가치 얼마라고 나왔다고 떠든게 바로 그 내용인거죠.


차량을 리스 해주는 곳도, 자동차 메이커의 자회사인 금융회사이긴 하지만, 어쨋든 '금융' 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장사 할 수 없는 유일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결국,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을 향해 달리면서, '인센티브'전쟁이 강해지던 시절에는 단순한 '현금 할인' (cash back)개념 뿐만 아니라 여기에 추가로 "Lease Rate Support"라는 개념이 더해지게 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베이비 부머 세대 부터는 인생이 빛이다' 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었죠?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차량 전체의 가격 보다도, 당장 차량을 가져 오기 위해 내야 하는 선수금 (Down payment)와 매달 내야 하는 금액 (Monthly Payment)가 실제 자동차 판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보통 2만불 정도의 신차를 48개월에서 60개월 정도 할부로 구매 하면, 선수금 2000~5000불 정도를 내고 매달 할부 금액이 300~400불 정도가 됩니다. 여기서 2000년대 중반의 인센티브 전쟁이 일어나면서, 안팔리는 차들을 팔기 위해 할부 판매시 '2천불 할인 및 저리 융자'를 인센티브로 내밀고, 여기에 더해서 리스에도 같은 이율과 할인을 적용하게 된거죠. 


보통은 '리스'라는것 자체가 새차 값에서 리스 반납할때의 잔존가치를 제외하고, 여기에 이자를 더해서 그걸 매달 내는 비용으로 나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보통 3년 정도 리스를 하게 되면, 할부를 하게 되나 리스로 차량을 사나 매달 내는 비용이 비슷했던것도 사실인데요, 


여기서 '인센티브 전쟁'이 확대 되면서 생긴 반작용이 드러나게 됩니다. 2만불 짜리 차에서 보통 차량 등록시에 내는 세금 (약 5~8%)등을 더하면 2천불 짜리 할인을 해줘도 큰 차이가 안나는데, 리스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는 차량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매달 내는 '리스액'에만 세금을 매기게 되면서 매달내는 금액에 큰 차이가 벌어지게 되죠.


90년대 말까지는 보통 3년 정도 지난 중고차들이 절반 정도를 받았었는데, SUV와 같은 새로운 장르의 차량들이 나오고, 이러한 차량들을 중고로라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데가, 자동차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기가 있는 차들은 중고차 가격이 확 오르게 됩니다. 결국, 이는 이 회사에서 새로 나온 모델들이나 차량들의 실제 인기와는 상관 없이, '통계상'으로 예측하는 '잔존 가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죠. 여기에 '고장 안나는' 일본 메이커들의 등장으로 이러한 회사들의 중고차가격이 올라간것도 바로 그 시기였습니다.


덕분에,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인기 없는 새로운 모델'들도 통계상의 잔존가치가 55~60%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즉 2만불 짜리 차를 3년 동안 타고 팔면 12000불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는 건데요, 여기에 할부와 같은 조건의 현금 보조를 인센티브로 주면서 실제로 리스를 하게 되면 2만불 짜리 차량을 할부 했을때 매달 300~400불을 내야 했던 것이, 리스를 하게 되면 150~200불만 내면 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여기에, '서브 프라임'이라고 불리우는 소위 '묻지마' 금융계가 등장합니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집을 융자 받는 것 만큼, 자동차 할부를 받는 것도 까다로웠었는데,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서브 프라임'은 이와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거의 '파산한 적만 없으면' 무조건 앞다투어 '돈장사'(융자)를 해주려는 상황이 발생한거죠. 여기에 한국에서 '신용금고'라고 불리우는 Credit union이 등장하면서, 기존에 자동차 메이커들이 직접 해주던 할부나 리스 상품 판매에 다른 은행들이 뛰어 들게 된거구요.


결국, 2004~2006년에는 할부로 차를 사는게 '미친짓'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할부 하는 금액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리스'로 차량을 사는게 가능했습니다.


헥헥헥, 한 문단 짜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열몇개의 문단을 썼네요..


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서브 프라임'의 붕괴 덕분에 2007년 봄즈음에는 2004년 즈음에 나갔던 그 많은 리스 판매 차량들이 경매장으로 돌아 와서도 거의 중고차 판매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시장에 중고차가 넘쳐 났지만, 새차를 '리스'로 싸게 즐길수 있는데 뭣하러 중고차를 사려고 하겠습니까?


결국 이러한 '리스 생태계'가 붕괴 되면서, 2007년 여름부터 2009년 여름까지의 2년 동안은 전체 소매 (retail)판매 중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급격하게 줄은 상산량 까지 감안하면, 그 시기에서 딱 3년이 지난 이 시기에 있어서, '리스 반납'되어 돌아오는 중고차의 양이 엄청나게 줄어들게 된거죠.


불과 지난해 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파이낸셜 회사들이 경매장에 2006~2007년형 중고차를 상당히 가지고 왔던것에 비하면, 지금 2008년형 부터의 차량들은 경매장에 나오는 숫자가 거의 20~3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 까지만... 올려 봅니다. 이번 주말 전까지는 이야기 내용들을 다 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