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어드벤스드 에어백’ 에 관한 이야기를 쓴지도 3년이나 되었네요 (http://www.testdrive.or.kr/index.php?_filter=search&mid=boards&search_target=user_name&search_keyword=유승민&document_srl=1130739) 


저는 3년 가까이 하던 Competitive Research Tear Down을 끝내고, 요즈음에는 미국에서 꽤나 알려진 곳과 자동차의 품질(Reliability/Quality) 과 관련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금명간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얼마전에 여기 회원이시기도 하시고 페북 친구이시기도 한분의 담벼락에 덧글로 그 글 링크를 걸었었는데, 요새 한국에서 꽤 공격적으로 활동하시는 인터넷 자동차 매체의 선임기자라는 분께서 아래와 같은 덧글을 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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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쪽지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셨는데, 제가 그분 매체를 위해 글을 쓴것도 아니고, 막말로 시간당 수백불(수십만원) 받으면서 컨설팅해주면서 해주는 것들을 전혀 엉뚱하게 이해하시는 기자분을 위해 따로 제가 일일이 설명해 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 했습니다.  다만, 제 손가락이 간지러워서 또 주절주절 이곳에 장문의 글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쓰잘데기 없는 제 ego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일본계 회사가 4세대 ‘스마트 에어백’의 레퍼런스 디자인으로 출시한 차량의 에어백과 관련된 설명 그림입니다. 참고로 ‘레퍼런스 디자인’이라는건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자신있게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부품들이 이러한 ‘레퍼런스 디자인’을 기초로 하여 각 차종과 회사의 요구에 맞게 변경되어 장착됩니다. 즉, 이 디자인에 뭔가 더 해 질수는 있어도, 여기서 빠지지는 않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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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스마트 에어백’의 ‘레퍼런스 디자인’은 무릎 에어백을 포함하여 총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되어 있는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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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과 관련된 부품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1번과 2번은 전면부 충돌 센서입니다.

3번은 차량의 엔진부분을 조절하는  ECU입니다.

4, 9, 12, 15 번은 측면 에어백입니다.

5, 8, 10, 17번은 각 도어에 설치된 측면 충돌 센서입니다

6,16 번은 안전벨트와 프리텐셔너입니다.

7, 14번은 b필러에 설치된 측면 충돌 센서입니다.

11, 13번은 천장에 설치된 커튼 에어백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오돌 토돌 튀어 나와 있는 돌기 같은것들이 보이는데, 실제로 커튼 에어백은 ‘이그나이터’라고 하는 연기를 발생시키는 화약이 한쪽당 4개씩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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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다른 부품셋을 보여 줍니다.

1,2번은 계기판의 에어백 경고등입니다.

3 번은 영어로는 클락 스프링이라고 하고, 요즈음에는 옛날과 같이 단순하게 경적과 크루즈 스위치 뿐만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 열선등의 배선들을 복잡하게 포함해게 되어 ‘spiral cable’ 이라고 불리우는 부품입니다.

어제 토요타의 스파이널 코드 리콜 소식이 들려 왔는데요 이게 바로 그겁니다. 노란색으로 되어 있는 부분이 에어백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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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번은 무릎 에어백입니다.

5번은 DLC3혹은 OBD-II커넥터라고 불리우는 부품입니다.

6 번은 운전석 스티어링 휠 에어백입니다.

7번은 에어백 메인 ECU입니다. 이 속에는 EDR(Electric Data Recorder)라고 하는 소위 블랙박스의 일종과 함께,  추가로 Impact trigger라고 하는 충격 센서, 그리고 요새 스마트폰들에 많이 달려 있는 Accelerometer 등이 달려 있습니다. 이걸 통해 차량이 기울어짐이나 가속도등을 파악하는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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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은 운전석 위치를 확인하는 포지션 센서입니다. 

9번과 10번은 시트벨트 착용여부를 확인해주는 센서입니다.

11, 13번은 그림에 보면 조수석에 장착된것 같지만 실제로는 뒷 좌석 쿠션에 장착된 뒷 좌석 탑승객 확인 센서입니다.

12번은 한국에서는 블루링크로 설명되는 텔레메틱스 ECU 입니다. 미국에서는 에어백 전개시 텔레메틱스를 통해 현재 위치등을 구조기관에 전송하는게 대중화 되어 있어서 아예 레퍼런스 시스템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14번은 1열 조수석의 탑승 여부를 감지 하다 못해 전체 차량 각 좌석의 탑승여부를 결정하는 ECU와 센서가 하나로 합쳐져 있습니다. 3세대에서 사용하던 매트 방식(압력감지)이 아닌 이제는 초음파와 열감지 방식을 사용합니다. 



스크린샷 2014-04-09 오전 7.40.10.png  (요게 요새 4세대에서 쓰는 초음파와 열감지 방식의 센서입니다)스크린샷 2014-04-09 오전 7.39.26.png  요게 기존에 쓰던 압력 감지 센서입니다.

스크린샷 2014-04-09 오전 7.38.50.png  요런식으로 시트 쿠션에 장착되는거구요. 그래서 이 센서의 디자인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미국/일본/유럽/한국차 할거 없이 2002~2005년사이에 판매된 차량의 약 30%가 이 매트의 이상으로 리콜을 받았습니다. 전체 숫자로 따지면 약 2천 만대 정도 되지요. 다만 이게 한번에 리콜이 된게 아니라 각각 다 따로 리콜이 된거라...





자, 4새대 ‘스마트 에어백’을 설명한다면서 도대체 부품 그림은 왜 일일이 설명 한거냐? 하고 궁금해 하실텐데요.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번째가, ‘스마트 에어백’ 이 단순하게 ‘디파워드’처럼 터지는 속도를 조절해서 사람을 더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센서와 부품들이 들어간다는걸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즉, 기존의 에어백 2개 (운전석, 조수석) 과 비교하면 그냥 ‘에어백 저걸로 달아주세요’ 하고 에어백이랑 배선 몇개 바꾼다고 바꿀 수 있는것도 아니고, 개발 단계에서 부터  이를 감안한 설계가 들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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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운전석 스티어링 휠에 달린 에어백입니다. 지난 몇년동안 ‘내수용/수출용’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 했던 ‘디파워드 에어백’의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 가장 큰 차이는 기존의 ‘디 파워드 에어백’이 하나의 커넥터에서 그 속에 달린 저항 값의 변화나 Voltage의 변화를 통해 터지는 단계를 조절 했다면, 이제는 아예 에어백 자체에 2개의 ‘폭탄’(iginitor) 과 각각 터질수 있는 풍선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풍선 자체가 완전히 분리 되어 있는건 아닙니다.). 그리고 각자의 에어백은 다시 3가지의 스테이지로 조절됩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완전한 정면충돌 (앞에 서 있는 차량을 후방 추돌 하는 경우)와 비스듬한 충돌 (흔히 말하는 옵셋 충돌이나 스핀하면서 비스듬히 벽을 드리 받는 상황)에서 에어백이 터지는 속도와 각도를 조절해서 충격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라는 거죠. 즉, 커튼에어백이나 시트에 있는 에어백이 같이 터져야 할 경우, 정면 에어백은 한쪽이 먼저 터지면서 운전자의 머리와 상체가 받는 충격을 완화해 주게 되고, 정면 충돌이라 사이드 에어백이 안터져도 될 경우에는 상체가 5번의 그림과 같이 에어백 중간의 틈으로 파고 들어가 코나 턱등의 상해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겁니다.


결국,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 ‘디파워드 에어백’상황에서는 원가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겠지만,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가면서 추가되는 각종 센서와 배선, 그리고 각 부품들의 원가 차이는 단순하게 에어백 1개 부품값으로 얼마 하고 넘어 갈수 있는 수준을 넘어 간다는 겁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순수하게 에어백 하나 바꾼다고 ‘스마트’가 되는게 아니죠.


두번째는, 사실 이 ‘레퍼런스 디자인’ 에서 추가적으로 공유되는 정보들을 설명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면 3년전에 제가 쓴 글에서 제 경험으로 예를 들고, 저 덧글을 다신 기자분께서 ‘자기는 동영상도 보았고, 한국 자동차 수입사에 연락해서 물어 봤더니 운전석은 안움직인다더라’ 하는 그 Mercedes Benz의 Presafe 같은 기능 같은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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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운전석 시트에 장착된 시트 포지션 센서를 보여줍니다. 


이 시트 센서는 ‘리퍼런스 디자인’에서는 충돌시에 운전자의 시트 위치를 감안하여 만약 운전자가 앞으로 몸이 튕겨 나가는 상황이거나, 혹은 신체가 작은 사람이 에어백과 아주 가까이 앉아 있을 경우 에어백의 터지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아예 에어백을 늦게 터뜨리는 부분을 결정하게 도와 줍니다. 문제는 이 부품이 자석과 Hall IC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일부 히팅 시트나 파워 시트의 일부가 이 자성과 반응해서 엉뚱한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작동을 하는 경우는 1만번중에 한번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센서가 리퍼런스 디자인을 떠나서 위에서 설명한 Mercedes Benz의 Pre-safe와 같은 기능과 그 정보를 공유하게 됩니다. (실제로 Mercedes Benz일부 차종에서는 Airbag ECU뿐만 아니라 Pre-safe등을 조절하는 ECU가 별도로 장착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유럽차들에서는 시트와 스티어링, 미러등의 위치와 함께 다른 정보들을 관리하는 메모리가 따로 있는데 여기와도 정보를 공유하게 되지요. 


저 위의 그림에서 설명한것들 처럼, 에어백이 터지면 에어백 ECU가 신호를 보내면 텔레메틱스가 현재의 위치와 함께 전화를 자동으로 구조기관에 연결하거나, 비상등을 자동 점멸하게 하고, 도어락을 움직여 문을 잠겨 있지 않게 할뿐 아니라, 자동으로 시동을 끄고 연료통을 잠그는 역할 까지도 하게 됩니다. 



세번째는 ‘스마트에어백’이 ‘스마트’라고 불리우는 이유에 대해 설명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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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영문이지만) 매초 60번 이상(60Hz) 신호를 주고 받고 있는 에어백의 신호 교환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배드림같은데서 설명하는 ‘센서에 충격이 들어오면 터진다’ ‘센서를 제대로 때려야 에어백이 터진다’ 라는게 아니라는겁니다.


매초 60번 이상 이러한 신호가 전달되면서 에어백이 터지기 위한 최소 요건이 충족 되고 나면, 에어백이 ‘전개’를 결정하는 순간, 바로 ‘어떻게?’ 라는 결정이 내려 져야 합니다. 그래서 스마트 에어백 ECU는 엔진 제어 ECU보다 더 적은 정보를 다루면서도 (요즈음 엔진 ECU는 약 160~240개의 신호를 전달 받습니다. 에어백ECU은 매 순간 전달 받는 정보는 30여가지 뿐입니다) 엔진/트랜스미션용 ECU에 근접하는 처리 속도와 비트수를 자랑합니다. 


ECU자체에 들어 있는 가속도 센서와 충격 센서는 바로 이러한 ‘전개’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게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만, 위에서 보신것과 같이, 각 문과 B필러 중간에 설치된 센서들을 통해 실제 각 패널에 들어오는 충격 신호도 받아야 하고, 각 시트마다 설치된 센서를 통해 단순하게 ‘사람이 타고 있으니까 터뜨려야지’ 정도가 아니라, ‘여기 체중이 어느정도고 몸집이 어느 정도인 사람이 어느 시트 포지션으로 타고 있으니 이렇게 떠뜨려야 최선책이겠다.’ 라는것과 함께. 실제로 ‘전개’가 되었을때. “어? 두개가 다 터져야 하는데 하나가 좀 늦네, 얼른 반대편의 커튼을 더 빠르게 터뜨려야겠다.’ 수준까지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자, 그러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요?

위에서도 한번 슬쩍 이야기를 짚고 넘어 갔지만, 아무리 각 센서와 부품에 대한 신뢰도(reliability) 가 높아도, 그 신뢰도 라는것이 보통 몇만번에 한번 문제라거나 아주 높은것도 몇십만번에 한번 이라는게 문제죠. 그냥 얼핏 들으면, ‘뭐 몇십만번에 한번 문제라는데, 나한테 그럴 일이 생기겠어?’ 생각 하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윗 문단에서 쓴것처럼, 매초에도 수십번씩 정보를 처리 하는 단게에서 만번에 한번 에러라고 하면, 바꿔 말하면, 하루(24시간)에 한번 (10만번중 1번 에러, 초당 60번 연산, 이경우 약 27.5시간에 한번) 은 에러가 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성을 가진 부품이 30개가 모여 있다고 하면, 하루에 최대 30번은 에어백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는 확률상의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스마트’에어백은 사람처럼 상당한 ‘논리’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 라는 것이 결국에 누군가가 기존에 설정해 놓은 그 조건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거구요.


그래서 ‘스마트’에어백은 전복 상황에 대비해서 에어백 ECU자체의 가속도 센서에 어느정도 이상의 각도에서의 이동이 감지되면 사이드 에어백을 터뜨립니다. 3년전의 그 쏘렌토도 그랬던 거구요. ‘소송을 감안해서 전복이 될것 같으면 에어백’을 터뜨리는게 아니라, ‘에어백 ECU에 프로그램 되어 있는 조건 중에 하나가 전복 상황인데, 그 전복 상황이라고 에어백 ECU가 판단하면 에어백을 터뜨리게 되어 있는’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단순하게 ‘에어백’을 터뜨리는것 보다는 ‘어떻게’ 라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 ‘스마트’에어백 인겁니다. 그래서 얼핏보면 ‘에어백’이 터져야 했는데 왜 안터졌지? 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센서를 정확하게 안때려서요’ 라는 대답이 아니라, ‘에어백이 전개 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서’ 라는 대답이 나오는거고, 그 과정을 증명하기 위해 EDR(Electric Data Recorder)가 에어백 모듈안에 포함 되어 있는겁니다. 



미국에서 특히나 요즈음에 이러한 스마트 에어백과 관련되어 ‘원하지 않는 에어백 전개’ 상황이 많아 졌습니다. 한가지 예로, 토요타와 혼다에서는 올해 이런 차량들의 정보를 수집해서 보내 달라고 딜러들에 별도로 공문을 내려 보내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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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자면, 스마트 에어백이 무조건 ‘안터지는 에어백’ 터뜨리는 마법의 해결책도 아니고, 훨씬 더 많아지고 복잡해진 장비들 (센서, 배선)들로 인해 그로 인한 각종 오작동과 신뢰성의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오작동과 신뢰성의 문제로 인해 ‘법제화에 따른 부작용’으로서 기술이 사회를 따라 잡기 위해 계속 변화 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3년전에 쓴 글에 대한 보충 설명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설득하기 위한 몸부림’ 정도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 긴 주절 주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