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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2는 1994년식이니 현재 만으로 21세의 나이입니다.

저와는 2007년부터 만으로 8년을 함께했네요.

많은 부분을 손보고 고치느라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지만 이 차와 함께 정말 짜릿한 주행도 셀 수 없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차를 대체할 수 있는 차가 전세계에 어떤 차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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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보기만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이 멋진 RS Blue컬러의 RS2는 고장이 나서 고치러 온 와중에도 그 멋진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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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하마터면 엔진을 또 한번 말아먹을 뻔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아래의 사진에 보시는 오일압력 스위치의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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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 하단 블럭쪽에 위치한 오일 압력스위치는 오일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낮을 때 경고를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얼마전 대략 150km거리를 엄청난 고부하 운행을 하고 나서 귀가하는 길에 상당히 비가 많이 내린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차들이 많아 한동안 정속주행을 하는데,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엔진 소리가 이상해 주차장을 내려가는 길에 창문을 열고 들으니 흔히 니후다라고 부르는 하이드롤릭 리프터에 오일이 차지 않아 나는 유압 태핏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매우 긴장하여 차를 세워두고 살펴보니 유압이 정상보다 낮았고, 오일게이지에 오일이 찍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오일을 부어보니 1리터 조금 넘게 들어가니 정상 위치에 오는 것으로 보아 엔진이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오일이 완전 부족한 상태로 운행된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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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쪽으로 가는 오일라인이 빠진 것을 처음에 의심하였으나 차를 세워둔 자리 바닥에 오일이 흥건한 것으로 일단 터보 라인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으로 차를 일단 인모션모터스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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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이 빌어먹을 오일압력 스위치의 플라스틱 부분이 금이 가 그쪽으로 오일이 새면서 발생한 고장이었습니다.

만약에 한창 빡세게 타는 상황에서 저 부분이 작살났다면 엔진은 순식간에 오일을 하혈하듯 쏟아냈을 것이고 당시 속도와 부하를 생각하면 엔진으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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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을 보충하고 엔진을 작동시켰을 때 보여지는 오일 압력의 수치는 정상 범위였기 때문에 혹시 크랭크 샤프트쪽 크랭크 베어링쪽이 소손되었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은 덜었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히 하는 차원에서 엔진오일을 빼보았습니다.


만약 엔진내부적으로 급격한 마무가 발생하는 경우 오일을 빼보면 금속띠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RS2가 세번째 오버홀하기 전에 바로 그 공포의 금속 띠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간 긴장되는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오일의 상태도 그렇고 금속띠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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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비교적 간단했고, 다른 기본적인 점검을 마치고 출고하는데, 엔진도 건강했고 ,터보도 아직까지는 멀쩡했으며,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고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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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수온상태에서 공회전 오일압력은 2.2바 정도를 유지하고 1800rpm이상부터 5바를 찍는 것이 정상입니다.

RS2의 순정 오일온도계, 오일압력계 그리고 배터리 볼트 게이지는 중앙 하단에 있어서 달리면서 보기가 사실 좀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도 습관적으로 오일압력계를 보는 것은 오일 점도의 변화를 확인하거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각종 이슈들에 대한 대비로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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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상태가 좋은지를 마지막으로 검증하기 위해 고속주행을 해보았습니다.

400마력 이상을 뿜어낼 수 있는 2.2리터 터보 엔진의 정말 장기는 바로 초고속주행에서 발휘됩니다.

아나로그 방식의 터보와 엄청난 터보랙 하지만 7000rpm을 향해가면서도 전혀 꺽이지 않는 탄력은 정말 멋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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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주행을 한 후 차뽕 트리트먼트를 주입하고 제대로 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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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벤츠와 티클만큼의 공통점도 없는 순수 아우디의 혈통과 자부심 그리고 콰트로에 상당한 조립완성도를 가진 RS2는 오리지널 RS로서 자존심이 대단한 차량입니다.


강인한 강성의 엔진과 상당한 무게감의 변속감촉, 일반차보다 훨씬 무거운 클러치에 보통 차의 3배는 강한 힘으로 밟아야하는 브레이크의 느낌까지 뼈속까지 스포츠성을 갖춘 겉만 웨건이지 속은 스포츠카에 가까운 차입니다.


오래된 차에는 추억과 향수가 있어서 그 맛이 진하고 여운이 긴 것 같습니다.

데이트를 하고 헤어진 후 여인의 향기를 되뇌이듯 RS에서 내리면 한동안 머리속에 주행한 내용들이 파노라마처럼 느리게 스쳐가는 바로 그 느낌의 깊이가 이녀석과의 8년의 시간이 주는 매순간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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