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저널로그에 적었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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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모일간지에 경찰청장이 3색 신호등 폐지에 대한 발표를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3색 신호등을 국민의 여론과 의견을 받아들여 폐지 및 현재 시범운영중인 곳의 3색 신호등도 기존방식으로 바꾼다는 기사내용이었다.

 

참으로 씁쓸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3색 신호등은 유럽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중이고, 선진국형 신호등으로 간주되어 있으며, 얼마전 중국에 갔을 때도 배끼기 좋아하는 중국이 나름대로 교통선진국이라는 곳의 시스템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되짚어 봐야 하는 점은 왜 3색 신호등 때문에 혼란에 빠졌는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3색 신호등에 대한 홍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무작정 적용을 시켰기 때문에 바뀐 신호체계에 혼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매일매일 일간지를 한두개씩 정독하고 거의 매일 9시 뉴스를 보는 한국의 평범한 성인 남성, 즉 왠만한 주요 이슈들은 꼭 큰 관심은 아닐지라도 접하고 익숙한 사람입장에서 3색 신호등 적용에 대한 확실한 홍보내용을 접한 적이 없다는 점은 큰 소통의 문제였다.

 

보통 운전자들은 익숙한 도로, 익숙한 표지판, 익숙한 신호등을 선호한다.

아무리 좋다고 하는 시스템을 적용해도 익숙하지 않으면 무조건 나쁘다. 위험하다고 표현한다.

 

그들이 어떤 이론적인 배경지식으로 교통전문가들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불가능하고 때문에 우리나라 교통시스템의 미래를 위해서 선택해야 한다면 초기에 좀 혼란이 야기되더라도 가는 것이 맞다.

 

그리고 신호등은 초등학생들도 볼 줄 아는 간단한 언어이고, 홍보와 계몽이 뒷받침되면, 최단시간안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홍보의 기회도 제대로 가지지 않고 무조건 좀 시도하다가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그제서야 국민여론을 핑계로 사장시키는 어처구니없는 기획을 일삼고 있다.

 

결국 피해는 10억 가까이 헛돈을 쓰고 원상복귀를 하는 비용의 문제로 집중되긴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얄팍하고 안일한 마인드로는 앞으로 그 어떤 선진교통체계도 국내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3색 신호등을 적용하기로 했으면, 시범설치를 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들이 빠짐없이 접할 수 있는 홍보가 있었어야 하며, 앞으로 면허시험을 따기 위한 예비운전자들에게 시범운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완전히 새로운 교육과 전파가 있어야했다.

 

항상 어떤 교육이건 홍보건 그 내용이 실생활과 관련이 있고 어떤 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함께 설명하면 이해도 쉽고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홍보의 기본도 없이 한다고 했다가 폐지한다고 하는 번복은 앞으로 적용되어야할 각종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것이 뻔하다.

 

우리나라의 교통환경은 아직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해 부족한 점이 많다. 여전히 많이 뜯어고치고 개선시켜야한다는 뜻이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다. 결국 뭔가 미래지향적인 결정과 시도가 있어야하는데, 현재의 경찰의 한심한 기획력으로 이런 것들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