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가장 자주 타는 차는 E39 530is입니다. 어머니차인데, 제가 틈만 나면 얻어타는 상황이지요.

E39 523i를 96년도에 시승한 이후 수도 없이 E39를 타봤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진짜 E39의 가치를 깨닫는 그런 느낌입니다.

2000년이전 E39는 변속기의 변속충격이나 로직이 그 이후 모델들에 비해 좀 떨어지지만 2001년 이후 E39의 5단 변속기는 요즘 기준으로도 매우 좋은 변속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E39가 나올 시절의 A6는 C5라는 코드의 A6 그리고 벤츠는 W210 E클래스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 당시에 이미 렉서스가 북미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킬 때였기는 하지만 일본차와 독일차가 아직까지는 서로에 대한 견제가 심각하지 않을 때입니다.

 

렉서스가 고요함과 부드러움을 무기로 한창 재미를 볼 때도 위에 나열된 독일차들은 나름 European oriented에 충실한 차를 만들었었고, 그에 대한 어떠한 저항도 없던 시절입니다.

그 이후 렉서스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칠줄 모르고 상승하게 되자 독일차들도 원가절감과 편안한 차에 대한 개념이 미세하게 나마 변하기 시작해 BMW를 예로들면 E34에서 E39로 가면서 변한 엔진음과 비교하면 E60으로 가면서 좀 많이 차단된 느낌으로 사운드의 양과 질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가장 쉬운 것은 소리를 안나게 무한의 노력으로 차음과 방음을 해버리면 됩니다.

고민이 필요없지요. 렉서스식으로 소리를 없애버리려고 맘을 먹는순간 사운드에 대한 철학이나 컨셉이라는 용어는 개똥철학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뭔가 의도된 사운드를 만들려고 하면 이것이 정말 어려운 과제이지요.

너무 커도 안되고, 너무 작아도 안되고, 게다가 부밍음을 피해야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와 연관성도 있어야하고...

E39 530is가 현재 제게 들려주는 사운드에는 BMW가 했음직한 엄청난 고민과 노력이 엿보입니다.

 

직렬엔진이 V6에 비해 좀 거칠고 시끄러우면서 전체적으로 요란한 느낌을 잘 정제해서 들려주고 오히려 E34 525i때의 음량을 유지하면서도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A6 C5 3.0q를 8년동안 소유하면서 아우디의 V6중에서는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엔진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C4 A6 2.6을 5년을 타면서는 엔진이 내는 존재감없는 소리가 끝내주는 배기음과 엮여서 전체적으로 좋은 음색을 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모두 요즘 독일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입니다.

독일차들이 미국을 위해서 차를 만들던 시절만해도 지킬 것은 지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미국인들이 독일차를 유럽사람만큼 오랫동안 경험했기 때문에 독일차의 가치와 독일차가 이래야한다는 기준은 명확했으니까요.

 

중국을 위해서 차를 만들어야하는 지금의 상황은 차에 대한 철학이나 독일차의 진화에는 전혀 무관심한 중국인들의 단순함을 고려해야한다는 딜레마가 있어 보입니다.

큰 얼굴과 긴차체 한마디로 뽀대있어보이는 디자인만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Ultimate driving machine, Sheer driving pleasure, Vorsprung durch Technik 등의 함축적이고 멋진 표현들은 달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스포츠카를 제외하고 국산차나 일본차들에서 의도된 사운드효과를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연출된 고도의 각본이 있는 그런 사운드를 가진 독일차, 여전히 쉽게 구해서 탈 수 있는 그런차가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일 수도 있습니다.

 

매니어들은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이나 성능수치 혹은 신차효과에 매혹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감성이 깃들여 있는 기계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기계의 움직임과 이러한 동작에서 발생하는 사운드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하면 아무리 빠르고 날랜 차들도 눈에 안들어오는 법이지요.

 

엔진사운드 뿐 아니라 문닫는 소리, 트렁크의 여닫힘 소리, 이미 다 막혀있지만 그래도 좀 남다른 배기음, 실내 조작장치를 조작하는 소리 이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 과거에 타봤던 차들에 대한 재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전혀 다른 반대의 방향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요.

E39 530is는 E34가 가지고 있던 몇가지 자질구레한 것들에 대한 엔지니어링을 보강해서 완성도가 대단히 높은 형태로 바뀌면서도 감성적으로 E34에 손색이 없는 즐거움을 주는 차이고, 그렇게 기억될 것입니다.

 

사운드라는 단어를 이제는 독일제 스페셜카에서만 찾아야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냥 평범한 모델에서 사운드는 실소비자들에게 공감대를 끌어내기에 너무나 난해한 단어가 된 것이지요.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이 사라짐을 예고함으로 또하나의 사운드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