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F1머신은 V8 2.4리터 750마력대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대회전수는 18,000rpm에서 제한됩니다.

극한의 고회전 엔진이기 때문에 16000~18000rpm에서 최대출력이 나오고 최대토크도 쉬프트업이 이루어진 후 만나는 회전수대인 15000rpm부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F1에서 수동변속기가 사라진지 15년이 넘었고 패들쉬프트로 변속을 하기 때문에 변속에 대한 난이도와 이에 따른 순위변동 예를들어 변속실수나 힐&토우 실수로 차가 미끄러지는 등의 드라마틱한 상황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때 변속하는 것은 드라이버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보통 스트릿카들중에서 좀 빠르다는 스포츠카의 자동변속기를 수동모드로 몰았을 때 회전한도에서 자동으로 시프트업되지 않는 차들의 경우 수동모드로 스탠딩스타트나 롤링스타트를 할 때는 Rev. limiter(엔진을 보호하기 위해서 특정 회전수 이상 회전수가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에 부딪히지 않게 운전하는 최소한의 스킬이 필요한데, 만약에 리미터에 걸리게 되면 차는 순간적으로 가속에 대한 모멘텀 즉 탄력을 잃어버려 가속에 대한 탄성을 다시 끌어 올리는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손실을 불러옵니다.

 

즉 가속하다가 리미터에 닿는순간 갑자가 제동이 걸린 것처럼 가속이 멈추는 바로 그 순간이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상대적인 감속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F1의 경우 리미터에 부딪쳤을 때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지난주 이태리 몬자에서 열렸던 F1 GP에서 마이클 슈마허와 루이스 해밀턴과의 3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정말 치열했습니다.

 

슈마허가 잘 방어를 해서 거의 10랩을 해밀턴은 뒤에서 시종일관 기회만 엿봐야했을 정도로 슈마허의 방어능력과 경험에서오는 드라이빙 센스는 하늘을 찔렀지요.

 

하지만 어부지리로 해밀턴과 슈마허가 육탄전을 벌리며 순간적으로 탄력을 잃었을 때 젠슨버튼이 이 두대를 모두 추월하게 되었습니다.

 

그후 조금 있다가 전체적으로 슈마허보다 머신의 성능에서 우위에 있었던 해밀턴이 결국은 슈마허를 추월하게 되었는데, 메르세데스팀의 감독 로스 브론의 영국 BBC인터뷰에서 BBC리포터가 당시 슈마허가 해밀턴에게 추월당했을 때 혹시 리어 타이어의 과다 마모로 그립이 떨어지는 상황이었거나 머신에 문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로스 브론은 당시 슈마허가 실수로 Rev. limiter를 치는 상황에 추월당한 것이라 슈마허의 실수였다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워낙 순간가속이 빠른 머신이고 초당 수십킬로씩 상승하는 상황에서 리미터에 걸리면 따라가는 차의 입장에서 보면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은 것과 같이 손쉽게 앞차를 추월할 수 있는 것이지요.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변속이 타이밍을 잃었을 때의 결과는 엄청난 것이며, 특히 출발할 때와 같이 1,2,3,4,5단을 연속으로 사용하며 격렬한 추월과 1번코너에 여러대의 차가 동시에 들어가 코너링중 상대차량과의 육탄전을 펼칠 때 Rev. limiter에 부딪치면 그야말로 앞차나 옆차 혹은 뒷차는 그냥 쏜갈같이 벌어져 버립니다.

 

아무리 시인성이 좋게 스티어링 휠에 Rev.인디케이터를 장착해도 워낙 회전수의 상승이 빠르기 때문에 그리고 300km/h를 넘나들며 최대 횡가속 4G이상을 견디면서 숨도 제대로 못쉬면서 머신을 다루다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동작의 변속패들을 다루는 그 최적의 찰라를 놓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요즘 슈마허가 광속과 같은 스타트로 한꺼번에 몇대를 추월하며 머신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패이스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개인적으로 큽니다.

 

이번 주말 싱가폴 GP에서도 슈마허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