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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엔진의 헤리티지를 살펴보는 과정속에 이번에는 벤츠편입니다.
벤츠는 V8엔진을 아우디나 BMW에 비해 훨씬 이전부터 사용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W126 560SEL인데, 이보다 두세대나 더 전 1968년도에 나왔던 W108, 109모델에 3.5리터부터 6.3리터까지 적용했으니 대형엔진은 벤츠가 선구자나 다름없습니다.

이때가 60년대 말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전에 벤츠는 V8을 탑재한 S클래스로 아우토반을 압도했었습니다.
다시말해 60년대와 70년대 아우토반을 200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던 브랜드는 벤츠가 거의 유일했다고 봐도 될 정도이니 그 위상은 세계 최고의 차의 그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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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W126세대부터 벤츠의 V8을 경험했었는데, 560SEL은 총 3번을 시승했었습니다.
쥐색, 흰색, 검정을 탔었었는데, 3대 모두 훌륭한 상태였었고 흰색 차량으로는 240km/h까지 달리면서 80년대 아우토반에서 200오버를 달릴 수 있었던 몇 안되는 명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5.6리터 300마력에 제원상 최고속도가 250km/h였었습니다.
브레이크가 좀 약한 것을 제외하고 15인치 타이어로도 고속에서 크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79년도에 데뷔한 W126가 70년대 설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로는 엄청난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K제트로닉이라는 전자식 연료분사장치 이전세대 벤츠가 사용하던 방식인데, 이 당시 벤츠의 V8엔진은 부드럽기가 정말 버터를 칼로 배는 느낌이었습니다.
싱글캠이고 W126에 실렸던 직렬 6기통 3리터 엔진도 부드럽기가 정말 끝내줬었는데, V8은 토크가 실려 묵직한 느낌이 일품입니다.

2단 출발하는 특성상 엄청 느리게 움직이고 이렇게 무거운 느낌으로 고속으로 달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지만 일단 회전수를 높이면 강력한 추진력이 나오고 모든 회전수에서 엔진이 힘들어하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4단 자동변속기의 변속이 좀 거칠지만 이는 고회전에서 변속될 때만 그렇고 2단으로 출발해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는 4단까지 재빠르게 넘어가고 회전수도 2000rpm부근 혹은 이하이기 때문에 변속충격이 거의 없습니다.

이당시 벤츠의 V8블럭들은 지금와서 생각하면 설계의 완성도가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내구성과 하이 마일리지 차량들의 컨디션을 생각하면 주행거리가 엄청나게 높은 차들도 블럭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엔진 정밀도가 그만큼 아주 높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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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140으로 넘어오면서 벤츠가 드디어 트윈캠을 모든 S클래스 엔진에 적용시키고 주력으로 S500에 5리터 V8엔진이 적용됩니다. 8기통 벤츠가 폭발적으로 숫자가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제가 벤츠의 8기통 엔진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엔진이기도 한데 이 엔진이 현실속에서 가장 완벽한 벤츠 V8엔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8기통 답다와 내구성 그리고 스피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엔진은 매니어들이 열광하는 W124 500E, E500에 실렸던 것과 같은 엔진입니다.
W126때의 5.6리터 싱글캠 엔진에 비해 트윈캠이 되면서 엔진이 좀 시끄러워졌습니다. 버터 자르는 느낌도 좀 줄어들었고, 엔진의 헤드 부위에 캠이 한줄 돌아가는 것과 두줄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마찰음이 엔진의 질감에 영향을 준 것이지요.

하지만 토크감이 엄청나게 좋고 3500rpm이 되면 이 토크감이 다시 증폭되어 6000rpm까지 신나게 도는데 W140 S500으로 250을 가볍게 마크할 정도로 고속빨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W124 500E를 타면서도 비슷한 느낌인데 W124에는 4단 자동변속기라 4단에서 회전수를 모두 사용해도 260이 끝이지만 W140은 5단이라 리미트 풀면 이 무거운 차체로 270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여전히 90년대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초고속 세단에 어울리는 유닛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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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엔진은 W124 E300 6.0 AMG Hammer 엔진입니다. 1988년식이구요.
나중에 나온 E60 AMG와 같은 유닛입니다. 희안한 점은 왜 E300이라는 네이밍을 사용했는지이지만 아무튼 이차는 3리터가 아니라 6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차를 타보고 나서 이 이후 나온 신형 엔진들이 얼마나 별루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Hammer 모델은 2007년도 제가 독일 벤츠 박물관에 갔을 때 중앙홀에 당시 전시되어 있기도 해서 시승 당시 기억이 생생합니다.

6.0 32V 트윈캠 385마력 0->100 5.2초 최고속도 306km/h입니다.
400마력도 안되는 엔진으로 중형차를 300km/h이상 달릴 수 있게한다는 것은 아주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제원상 306km/h이면 당시 독일차의 스피드를 생각했을 때 310이상 나갈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이 W124의 500E나 E500이 사용된 326마력 유닛에 60마력을 더했는데 300을 넘기는 엔진이 되었다는건 이때 벤츠의 8기통 엔진이 얼마나 빠른 엔진이라는 것을 입증합니다.

유투브를 볼 것도 없고 제 경험상 300이라는 숫자는 수치적인 출력만으로 쉽게 마크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제가 구형 엔진들에 매료되는 이유는 요즘 고출력 엔진들이 마력에 비해 너무 속도가 안나오는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가속구간에서는 폭발적이지만 초고속에서 너무 쉽게 속도가 꺽이는건 그만큼 엔진 보호를 위한 제어가 많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600마력 최신형 차들이 330도 마크 못한다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엔진과 스피드에 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될 때 다루기로 하고 중요한 것은 이 당시 독일차들의 스피드는 출력에 비해 정말 효율적이고 정직했으며, 미쳤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빨랐습니다.

이 Hammer 엔진으로도 240을 밟았었는데, 이 속도에서도 힘이 남아돌 정도로 속도계가 200넘어갈 때는 너무 빨리 올라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역시 4단 자동변속기였는데 500E보다 기어비가 널널하게 롱기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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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4밸브 엔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W220의 시대가 오면서 벤츠는 트윈캠 엔진을 모두 버리고 3밸브 싱글캠으로 엔진의 구성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이유는 진동과 소음에서 싱글캠이 확실히 유리하고 연비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W140 S500이 326마력이었는데, W220 S500은 306마력입니다.
고회전 고출력 엔진에서 적당한 회전수에서 충분한 토크를 통해 적당한 출력을 내는 엔진으로 바뀐 것이지요.
출력이 줄었지만 이 엔진이 느린 엔진이냐? 절대 아닙니다.

M113엔진은 제가 인정하는 또하나의 명기로 태어났고, 내구성 속도, 연비 모든면을 아주 훌륭하게 발휘하는 엔진입니다.
W220 S500도 속도에서는 구형 엔진에 빠지지 않을만큼 고속에서 훌륭합니다.

이 엔진 역시 W140 S500에 사용했던 유닛처럼 30만 40만 50만 타는 걸 생각하면 블럭걱정 안하고 탈 수 있는 그런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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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13 5리터 엔진을 5.5리터로 늘리고 W210 E55 AMG와 W220 S55 AMG초기형에 탑재했는데, 5리터때에 비해 토크가 늘고 피스톤도 당연히 커졌지만 고회전에서 쳐지는 느낌이 전혀 없는 아주 아주 잘 다듬은 엔진이 되었습니다.

보통 같은 형식의 엔진을 키우면 토크는 좋아지지만 고회전 느낌은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한데 이 5.5리터 엔진은 스피드면에서 아주 훌륭합니다.

354마력에 5단 자동변속기를 가지고 있지만 400마력 E39 M5와 롤링 드래그를 해보면 60->200구간 차 2대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리미트 풀면 300도 마크할 정도의 파워이고, 고속에서 엔진 크기에 비해 연비도 아주 좋은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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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13에 대한 애착은 벤츠가 수퍼차져를 올려 토크로는 끝판왕인 엔진을 만들어 냅니다.
이 M113K엔진은 W211 E55 AMG, S55 AMG의 후기형, SL55 AMG, G55 AMG등에 올렸졌는데, E55는 476마력 S55나 CL55, SL55에는 500마력엔진으로 탑재되었습니다.

이 엔진의 토크가 얼마나 크냐면 Comfort모드에서 2단으로 출발하는데, 1단으로 출발하는 것과 2단으로 출발하는 것이 100km/h까지 도달 시간차이가 거의 안날 정도입니다.
순정도 2단 출발할 때 휠스핀 가볍게 날 정도의 파워이니 토크로 이 엔진이 보여주는 파괴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튜닝빨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엔진의 매력은 작동이 약간 요란하고 돌 때 존재감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너무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다다다다 하면서 튀어나가는 그런 마초적인 느낌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엔진이라는 것이 우아한 바디를 가진 벤츠 중형급 이상에 실렸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이 엔진도 단단하긴 합니다만 냉각이 약해서 순정 E55 AMG 최고속 부근 가면 속도 올라가다가 바로 바보가 됩니다.
림프에 빠져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달려야하는데, 원인은 수냉식 인터쿨러의 펌프용량이 작아 열에 대한 대응이 전혀 안되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설계가 잘못된 것이지요.

달리다가 림프 모드 빠지면 차가 고장난 줄 착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고장이 아니라 이 열 문제로 수냉펌프를 교환하고 수냉 쿨러를 더 큰 것으로 교체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하지만 과거 벤츠가 해낸 엔지니어링을 생각하면 쌍욕나오는 순간이긴 합니다. 이런 것도 생각안하고 차를 출시했다는 배신감이 드는데, 벤츠나 BMW 아우디 모두 역사를 관통하면서 큰 엔진설계상 실수가 의외로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없이 살아있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독일차들이 최고의 엔지니어링을 추구하는 것은 맞지만 실망스런 결과물도 의외로 때때로 있어 왔습니다.

이 엔진을 맥라렌 SLR에 적용시키기도 했는데, SLR 722을 테스트 했을 때 300오버에서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엔진의 높은 회전수와 실제 차량 속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전영역에서 의미있는 토크를 유지할 수 있으면 6500rpm이상 돌릴 수 있는 엔진은 초고속에서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고 이런면에서 M113K는 튜닝해도 6700rpm정도를 돌릴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이 수퍼차져 엔진은 튜닝하면 4번 8번 실린더에 연료공급이 적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로 국내에서도 잘못된 튜닝으로 엔진이 박살난 경우가 수도 없이 많기도 합니다만 제대로 튜닝해서 600마력 부근 만들어서 타면 아주 안정적이고 연비도 황당하지 않은 수준으로 탈 수 있는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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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급도 필요없고 배기량과 회전력으로 출력을 만드는 방식으로 잠시 한눈을 팔 때 만들어진 엔진이 NA 63엔진입니다.
W204 C63 AMG의 작은차체에 6.2리터 엔진을 우겨넣어 457마력을 발휘했고, 같은 엔진을 E63이상급에 적용시킬 때는 525마력까지 짜냈었습니다.

실린더 하나의 크기가 750cc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cc이상의 실린더 용적이 고회전에 불리하다는 공학적 이론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버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핸디캡을 커버하기 위해 숏스트로크(피스톤의 직경보다 상하로 움직이는 왕복거리가 더 짧은) 구성을 가져 더욱 고회전에 유리한 구성으로 바꾸고  7200rpm까지 회전하는 이 몬스터급 NA엔진은 수퍼차져를 사용하던 5.4리터에 비해 토크감은 떨어지지만 55와 비교하면 약한 토크이지만 다른 그 어떤 엔진보다 토크감과 레스폰스가 좋으며 회전력이 좋아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던 엔진입니다.

C63 AMG에 ECU튜닝만으로 320을 아주 가볍게 마크할 정도로 빠르고 이 엔진은 SLS에도 사용되었습니다.
V8이 토크가 상징이지만 이 엔진은 정말 고회전이 단단하기가 이를데가 없을 정도입니다. 2000rpm이상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지만 6000rpm으로 항속을 하다가 밟아도 7000rpm까지 최선을 다해 돌아줍니다.

뒷타이어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으로 달리는 느낌이 E55때와는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뒷타이어를 씹어 먹어버리는 엔진입니다.

사운드가 E55보다 좋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태핏소음이나 헤드볼트 문제등은 이 엔진을 평가절하할 수 있는 정도의 결함으로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도의 문제는 그냥 정비로 고치면 되는 것들입니다.

벤츠다운 블럭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벤츠의 V8엔진은 딱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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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21 S클래스로 넘어오면서 전기형과 후기형의 엔진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벤츠는 S600이라는 최고의 기함이 있지만 실제로 S500이 어떻게 보면 S클래스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판매비중이 높기도 하고 S클래스에 8기통은 너무나 당연한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5.5리터 387마력을 장착한 S500은 12년식까지 나오다 단종되었는데 오래 사용할 W221을 선택할 때 가장 좋은 선택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엔진은 W220 S500때보다 파워가 훨씬 늘어난 점이 특징인데, 딱 적당했던 W220시절에서 확실히 파워와 가속면에서 업그레이드 되었고, 엔진의 내구성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엔진입니다.

이후 4.7트윈터보로 터보화되었는데, 이 엔진은 아쉽게도 많은 문제를 안고 태어났고, 블럭이 그리 좋다고 보기 힘을 정도로 스크레치 등 많은 이슈들을 달고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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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입장에서 토크와 출력 그리고 사운드를 유지하기 위해서 5리터 이상의 용량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입니다.
W212 후기형 E63 AMG부터 5.5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했는데 525마력으로 최대 출력은 같지만 토크가 늘어나서 더 빠른 엔진이 되긴 했습니다만 이 엔진은 NA 63만큼의 사운드를 만들어주진 못했고, 4리터로 대체되면서 생명력도 짧은 단명 엔진이 되었습니다.

이 엔진은 여유있고, 터보의 부스트 띄우는 느낌보다는 엔진의 용량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으로 가속하는데 그만큼 부스트가 상승할 때의 드라마는 좀 약하지만 배기량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기 때문에 속도는 엄청 빠릅니다.

이 엔진은 튜닝을 해서 650마력 오버로 만들면 배기량 때문에 여유있게 컨트롤 되는 그런 엔진이기도 합니다.
부스트가 뜰랑말랑한 그런 상황에서 이 엔진은 배기량의 도움을 받아 컨트롤이 쉽고 그런면에서 순정 엔진으로는 신형4리터 터보 엔진보다 매력이 덜하지만 튜닝을 고려한다면 어떤면에서 4리터보다 느낌이 더 좋은 엔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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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05에 4리터 트윈터보로 바뀐 건 아우디 BMW와 짜고치는 고스톱 처럼 엔진의 구성이 비슷해지고 이 엔진은 SLS의 후속모델인 AMG GT에도 올라가게 되어 이 엔진이 벤츠의 AMG 8기통으로는 역사상 마지막 엔진이 될 지도 모르는 그런 엔진입니다.

엔진의 작동 자체가 부드럽기로 치면 최고수준을 유지하면서 꽝터보의 박진감까지 갖춰 순정 5.5리터 트윈터보보다 훨씬 재미있는 엔진이 되었습니다.

배기량이 작으면 터보 부스트 터지기 전후의 드라마가 강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배기량이 크면 부스트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배기량만으로 충분한 토크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가 되는 것이지요.

4리터는 어떻게 보면 공학적 접근으로 8기통으로는 최소 사이즈로 용량이 작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스트는 저회전부터 도움을 주어 충분한 최대 부스트가 늘 대기하고 있으니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연비나 배기가스 특성이 유리하게 설계된 것이지요. 벤츠가 큰 용량의 엔진을 선호했던 역사를 고려하면 AMG의 주력 엔진이 이렇게 소형화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아우디나 BMW의 8기통 트윈터보처럼 스풀이 무지막지하게 빠르며 튜닝해 놓으면 말도 안되는 가속력에 C63 AMG기준 무서워서 풀액셀 하기가 두려운 차가 됩니다.

BMW가 스피커에 의존할 때 AMG는 여전히 멋진 배기음을 잘 다듬어서 AMG의 배기음으로는 자존심을 지킨 경우입니다. 8기통 트윈터보끼리 비교하면 배기음으로는 벤츠의 4리터가 가장 좋다고 봅니다.
그래도 이 엔진의 형님들은 5.5리터 수퍼차져나 NA63엔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의 저음 비트를 살려주면서도 고급진 느낌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해야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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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22 S클래스에는 8기통의 비중이 현저히 작아졌습니다.
S400에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되었고, V8은 S500에 탑재되긴 했지만 이 4.7리터 엔진은 궁극적으로는 4리터로 통합될 운명을 가졌다고 봅니다.

아우디나 BMW는 각각 4리터와 4.4리터 터보 엔진으로 8기통 엔진 블럭을 하나로 통합했는데 벤츠는 유일하게 4리터와 4.7리터를 이원화시켰는데, 이 4.7리터 엔진은 S클래스에서 그리 장기적으로 사용될 운명이 아닌 것이 W222 S63 AMG 전기형에는 5.5리터 트윈터보에서 후기형에는 4리터 트윈터보로 바뀌었고, 이 4.7리터 엔진은 AMG에서 다듬어질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BMW F02 750에 실렸던 유닛과 비슷한 성격이고 매우 부드럽고 존재감은 덜하지만 파워의 전개는 좋은 편이고 사실 8기통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습니다.
V6트윈터보 유닛도 너무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이 V8도 너무 부드럽고 조용해 뭐가 6기통이고 뭐가 8기통인지 신경 안쓰면 구분이 힘들 정도입니다.

이 엔진은 W222대에도 블럭 스크레치 문제로 내구성에 큰 물음표가 붙는 엔진이라 중고차로 선택할 때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결국 브랜드 고유의 차만들기의 끝은 거기서 거기인 엔진으로 결론이 나버렸습니다.
아우디는 아우디대로, BMW는 BMW대로 추구하던 방향성도 높아진 배기가스 규정과 말도 안되는 이산화탄소 배출권 관련 규정이 엔진을 모두 그나물의 그 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지요.

스팅어 3.3리터 엔진과 벤츠 W212 E400에 적용된 6기통 트윈터보를 비교하면 벤츠것이 월등하다고 볼 근거가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반대의 경우를 한번 보시죠, 6.0 8기통 Hammer엔진을 탑재했던 당시를 복습하자면 독일차가 자기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던 그 낭만은 지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평준화속에서 차별성은 점점 작아져왔습니다.

그래도 8기통은 6기통이나 4기통에 비해서 독일차들이 내세울 것이 많은 이유는 스페셜 모델들이 아우토반에서 300이상의 속도에서 최적화된 경우라 다른 브랜드들의 그것에 비해 평균적인 완성도와 수준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전동화가 되는 과정속에 브랜드들이 내연기관을 앞 다투어 포기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와중에 BMW는 8기통 트윈터보를 유지하고 계속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내연기관을 포기한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들의 향후 10년후의 명암은 어떻게 바뀔지 쉽게 예측은 어렵겠지만 전동화에 올인한 브랜드들이 내연기관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에게서 엔진을 사와야하는 미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전동화가 표준이 되기에 전동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국가나 환경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3편에 걸쳐 다룬 V8엔진에 대한 해석은 제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글이라 주관이 많이 개입되어 있습니다만 글을 적을 때 말하듯이 적어 디테일한 부분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엔진이라는 기계의 성능과 감성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타보면 너무나 명확하고 분명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높은 가치는 한계성능까지 접근해야만 확인이 되는 부분이라 과거 명기들의 진짜 참맛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차종에 푹 빠지거나 소장하겠다고 맘을 먹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일 브랜드들은 스피드에 대한 강한 집념이 있습니다.
아우토반에서 속도는 계급이기 때문에 탑 브랜드들이 속도에서 압도할 수 있는 차를 만든다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인 것입니다.

V8엔진의 숫자는 작아지고 있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V8은 6기통보다 오히려 더 오랜 생명력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회가 된다면 과거의 독일제 6기통 엔진들에 대해서도 다뤄볼까 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