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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와 함께한 100일 동안 벌써 7천 km를 탔네요. 구형이 되어버리기 전에(이미 구형이 되어버렸나요? ㅎㅎ) 그동안 느낀점을 황급히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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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스테리어

아주 광적으로 좋아했던 E46 M3에 비해 E92 M3를 처음 봤을 때에는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는데, 내 차로 갖게 되고 매일 매일 보다보니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앵그리 버드 같은 앞모습이나, 다소 밋밋한 뒷모습도 하나같이 사랑스럽습니다 ㅎㅎ 아직까지도 매일매일 김태희 만나는 기분입니다 ♥

가뜩이나 외장 관리에는 자신이 없는데 어두운색 차는 아무래도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 싶습니다 ㅜㅜ 가끔 손세차 맡기는 이외에는 한달에 두어 번 물만 뿌리고 자연 탈수 & 건조 시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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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테리어

브라운 가죽 시트에 청바지 물든 것 닦을 생각하면 좀 막막하지만, 보들보들한 가죽 질감이나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견고함, 그리고 (차급에 비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3er 중에서는 최상급 모델인 만큼 깨알같은 옵션들에 대한 재미가 쏠쏠합니다.  단, 화창한 날 선루프 열고 다니는 젠쿱 보면 완전 부럽습니다 ㅠㅠ

앰비언트 라이팅, 브라운 시트, i drive, 안전벨트 어시스트 등 여성동무들이 좋아할 만한 소소한 요소들이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ㅎ

전반적으로 실내 공간이 넓은 차는 아니지만 E90과 같은 휠베이스라 쿱 치고는 뒷좌석이 여유있는 편입니다. 트렁크를 볼 때 저는 골프백 보다는 타이어를 얼마나 실을 수 있는가를 보는데, 높이가 낮아서 타이어 두 본을 쌓아서 실을 순 없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4본까지는 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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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워트레인

최근 상향평준화 된 출력들(?) 사이에서 어디가서 큰소리 칠만한 출력은 아니지만 AMG에 비해 섬세하게 다루기에는 편하게 느껴집니다. 자동변속기의 고출력 차들은 한계의 상황에서 구동륜에 전해지는 토크를 섬세하게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서 컨트롤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는데(주변의 C63은 얼마 전 Evolve 칩튠으로 이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다고는 하는군요 ㅎ), M3의 경우 스로틀 반응이 리니어하고 리스판스가 빨라서 빠른 코너 탈출시 스로틀 컨트롤에 대한 부담이 AMG에 비해서는 덜합니다. E46에 비해 엔진 트러블 이슈도 거의 없는 듯 싶고, 아직 보증기간이 남아있는지라 부담없이 8400rpm을 돌려대지만 흔하다고 하는 오일 먹는 현상도 아직 없는 듯 싶습니다.

M-DCT 변속기 역시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자동변속기에 비해 소음은 훨씬 심하지만, GT-R 35에 비해서는 양반입니다 ㅎ 업시프트의 빠른 속도는 포르쉐나 R35의 것과 비슷하게 아주 빠릿빠릿합니다. 무엇보다 풀 스로틀시 레브 리밋에서 쭈욱 RPM을 잡아주고, 이 때 바로 잽싸게 업시프트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버스티어 상황에서 원하는 모션을 만들기가 아주 편리한 점이 마음에 듭니다. 순정 LSD도 순정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빠른 반응을 보이고 필요시에는 항상 실수 없이 잘 잠가줍니다.

다운 시프트의 경우 실내에서 들리는 스로틀 블립이 매우 스파르탄한 것이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엔진브레이크는 매우 강한 편이라 동승자의 머리가 앞 뒤로 까딱까닥하게 되더군요 ㅡㅡ

연비는 저의 경우 평상시 시내주행은 4~5km/l, 고속도로 주행은 7~8km/l정도이고, 뇌를 비운 채 진공의 상태로 연비 크루징을 하면 11.5~12km/l 까지는 나오긴 하는데, 이 차를 타고 연비 걱정을 하기에는 이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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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퍼포먼스

많은 분들이 의외로 M3의 핸들링을 높게 평가하지만,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날카롭거나' '민첩한' 핸들링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에 따라 머리의 움직임이 바로바로 따라오는 느낌은 일품이지만, 8기통 엔진의 무게 때문인지 '핸들링 머신'이라 불리우기에는 회두성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즉 반응은 빠르나 무겁게 느껴집니다. 턴인 초반의 움직임만 조금 더 빠릿빠릿하다면 트랙에서 더 빠른 차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훌륭한 파워트레인과 매칭되어 트랙이나 와인딩에서 타기에 빠른 차임은 분명합니다 ㅎ

주관적인 기준으로 정해본 핸들링 순위는- 1위: S2000, 2위: 엑시지 S 3위: 캐이먼 S

EDC를 통해 3단계로 감쇄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감쇄력을 조절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높은 스프링 레이트 때문에 데일리 라이드로는 불편합니다. 게다가 앞범퍼 밑으로 언더커버가 엄청 낮게 있어서 어프로치 앵글이 조금만 높아도 언더커버가  여지없이 긁힙니다. 스토퍼 있는 곳에서 전면주차는 절대 금물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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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렉트로닉스

변속기의 드라이브 로직을 굳이 5~6단계로 나눠 놓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버튼 많은 걸 좋아한다는(?) 한국 사람의 취향에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ㅎ

M mode는 셋업하기 나름인데, 저는 이왕에 하는거 가장 하드코어한 셋업으로 해놓고 다닙니다.

트랙션 컨트롤은 On/Off 이외에도 M dynamic mode(MDM)이 있는데, 이 MDM에서는 꽤 많은 양의 슬립까지도 허용합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스핀이라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의 오버스티어까지 허용합니다. 트랙주행에서 오버스티어 컨트롤에 자신이 없는 경우라면 트랙션 컨트롤 off보다 MDM이 더 나은 랩타임을 뽑아줄 듯 싶습니다.

짧은 리바운드 스트록의 후륜구동차를 타신 분들이라면 주차장 등의 굽이진 가파른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 안쪽 뒷바퀴의 슬립으로 고생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2008년 가을에 젠쿱이 처음 나와서 그 해 겨울 이 문제로 차량 결함이니 어쩌니 하면서 이야기들이 오갔던 적도 있구요 ㅎㅎ 젠쿱은 VDC가 상당히 구려서 VDC ON 상태에서는(특히나 수동은) 위와 같은 주차장 탈출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눈길 출발도 상당히 힘들구요. 아마 샘플링 레이트나 프로세싱이 느려서(?)(VDC 모듈을 싸구려로 써서 그렇다던데 ㅡㅡ) 그런 것 같은데, 차라리 VDC 끄고 손발로 제어하는게 나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M3의 경우 이런 ESC 측면에서 상당히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어차피 와인딩이나 서킷에서는 ESC를 해제하고 타지만, 일반 주행에서 개입하는 로직은 타사의 것들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세련되게 작동하는게 느껴집니다. 젠쿱보다 더 넓은 폭의 리어타이어임에도 눈길에서의 출발은 M3가 훨씬 좋습니다.

이 외에도 아주 유용하게 쓰는 기능이 리모콘 키의 여닫힘 버튼을 두번 누르거나 길게 누르면 창문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기능입니다. 문이 긴 쿱을 좁은 공간에서 타고 내릴때 아주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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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편한 점들
데일리 라이드로 쓰다보니 불편한 구석들이 종종 보입니다.
① 수납공간: 썬글라스 케이스가 없습니다. 글로브박스도 상당히 작고 전반적으로 수납공간이 너무 비좁습니다.
② 회전반경: 전에 타던 젠쿱도 회전반경이 너무 커서 굉장히 불편했는데 E92 M3는 한술 더 뜨는군요. 터닝 서클(ft)의 크기를 비교해보자면: E92 M3(38.4), 젠쿱(37.4), E90 RWD(36.1), 스포티지 R AWD(34.7) 순입니다. 스티어링 타각이 부족해서 앵글이 큰 드리프트 모션을 만들기도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ㅡㅡ
③ 헤드램프 워셔: 헤드램프가 켜 있는 상태에서 윈드실드 워셔를 뿌리면 헤드램프 워셔까지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윈드실드만 살짝 닦으려다가 후드까지 거품 범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ㅎㅎ
④ 실내 공기 순환: 외기 유입 모드에서도 유리에 김서림이 유독 심합니다. 혼자 타고 다닐 때에는 그나마 참을만 한데, 둘 이상 뒷유리부터 금방 김이 서립니다 ㅡㅡ
⑤ 주차: 똑바로 주차하기 이렇게 어려운 차는 처음봅니다. 똑바로 댔다 싶어서 내려보면 여지없이 반시계 방향으로 차가 조금 틀어져 있습니다. 이젠 어느정도 멘탈이 보정되어서 어이없게 비뚤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주차할 때 마다 약간 갸우뚱 합니다ㅡㅡ. 같은 차종의 다른 분들께 여쭤봐도 저와 비슷한 혼돈의 시기를 겪으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ㅎㅎ
⑥ 주차브레이크: 벤츠나 비머들이 거의 다 그렇듯이 주차브레이크가 굉장히 약합니다. 특히나 M-DCT 변속기의 경우 시프트 레버에 P위치가 없기 때문에 시동을 끄기 전까지는 P 위치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경사진 곳에 잠시 차를 대놓고 기다리는 경우 아주 불안합니다ㅡㅡ. 주차브레이크가 좀 강했으면 좋겠고, 주차브레이크를 당기면 자동으로 클러치가 단락되는 로직이 포함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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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요약
+: 명불허전의 파워트레인, 인테리어의 고급감, 훌륭한 전기장치들
-: 무게로 인한 스티어링 초기 반응의 아쉬움, 거대한 회전반경, 수납공간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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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최근에 안산에서 촬영한 동영상 맛보기만 첨부합니다.

이거 찍다가 김동욱님, 조현우님이랑 진한 몸의 대화를 할 뻔 했지요 ㅎㅎ

 

 

 

 

 

 

 

*사진 촬영에는 손장원님과 최하림님, 동영상 촬영에는 김순익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