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2leavenworth.jpg

 

11년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내년에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테드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시간만 나면 뻔질나게 들어왔던 이곳에는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유학생 시절부터 줄창 유복하게(?) 즐겼던 행복한 카라이프도 끝을 맺고, 내년이면 국내에 들어가 질좋고 가격싼 고급유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한 사람이 되겠지요. ^^ 문콕테러 때문에 일반 장소에는 주차도 못하고, 어디 끌고가면 발레같은 거 절대 안 맡기고, 그냥 신주단지 모시듯 차 어디에 숨겨놓고 혼자서 실실 웃고 그런 미친 사람으로 변해 있지는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ㅎㅎㅎ ㅡ.ㅡ

 

2004년도 미국에 출시된 4세대 알삼이를 새 차로 구입하여 (이걸 '1인신조' 라 부르더군요. ㅎㅎ) 만 8년간 타면서 추억거리와 좋은 기억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미국서부에 있다가 중부에 가서 살면서 동부쪽도 놀러가고 캐나다도 건너가고...미대륙을 횡단하고 다시 서부쪽에 돌아와 일하면서 함께한 알삼이는 그동안 수 많은 차들이 있었지만 저에게는 항상 넘버원인 차이지요.

 

예전에 오하이오 콜럼부스에서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있는 Induktion Motorsports로 차를 몰고 가서 HPA FT360 터보를 장착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볼티모어에 계신 오영완 회원님을 못 만나뵌게 아쉽긴 하지만, 미국에서 권규혁 회원님과 이영진 회원님 그리고 최경민 회원님등 테드회원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고 보낸 시간은 정말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네요. ^^

 

현재 제 차량은 FT360에서 FT425 셋업을 거쳐 FT465 상태로 있습니다. 터빈은 360일때와 동일한 가레트 GT30입니다만, 소정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첫 튜닝때보다 100마력 이상이 향상된 상태이지요. air-to-water cooling이라 불리는 공/수냉이 함께 되어있는 인터쿨러가 들어가고 짧아진 흡기 메니폴드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FT360 튜닝후 테드에 Impression 을 썼었고, 이후 425셋업 글도 작성을 했다가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튜닝의 자투리 부작용으로 인해 마음고생과 관련 업그레이드로 심신이 지쳐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클러치였었지요.

 

포럼과 동호회등에서 접할 수 있는 튜닝기는 다들 '내꺼 짱이야' 식의 글들 일색일 뿐, 어떤 제품에 어떤 식의 문제가 있더라 하는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저의 경우, 순정의 두 배에 육박하는 출력을 소화할 클러치 때문에 튜닝 클러치를 두 개나 사서 장착했다가 계속 문제가 생겨서 세 번째 제품으로 교체하고 나서야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옆에서 "응, 이건 이 제품 쓰면 되." 하고 명쾌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컸었지만, '니 알아서 해'가 제가 가진 형편이었죠. FT425로 건너가면서 악몽의 업그레이드가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아버린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위치한 Streetwerke란 업체에서 클러치 앞/뒤를 거꾸로 끼우면서 덜덜거림이 시작되었고, 그곳에서 vacuum line을 잘못 설치해서 개스패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싸구려 씨빅터보같은 이상한 소리가 났었습니다. 터보의 여압이 wastegate으로 가서 빠지는게 아닌, 터보로 되돌아가 터보팬을 때리는 현상(surging)이 일어나고 있었지요. 자칫하면 터보도 깨지고, 엔진도 맛이 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는데 말이죠. FT360 때의 부드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아... 이거 튜닝 괜히 한거 아닌가' 하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러니 FT425 달고 이거 짱이에요~ 하는 글 올릴 맛이 안났던거죠. ㅡ.ㅡ;)

 

클러치를 끝까지 밟고도 경사진 곳에서 1단과 후진에 물려서 잘 안빠지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지막 클러치 교체를 감행하였고, 세 번째 클러치는 드디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해 주던 놈이 재조립 과정에서 후륜으로 힘이 전달되는 transfer case에서 이어지는 프로펠러 샤프트의 연결 볼트를 느슨하게 조여놔서 볼트 하나가 빠진 체로 덜렁거리고 있던 문제로 인해 100km/h 언저리에서 심한 떨림이 생겨서 차를 타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어느 곳에서건 질문과 답('그건 휠밸런스가 안 맞아서 그렇다.', '휠이 휘었을거다.' 식의 대답. 그리고 저의 팔로우업은 '휠/타이어 완전 신품으로 교체 했고 밸런스는 10번은 넘게 잡았다.', '여전히 떨린다.')으로 해결을 할 수 없었던 고통의 나날이 이어졌었지요. 원인을 발견하기 전까지 떨림을 잡아보고자 Axle과 휠베어링을 전체 다 신품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강행했었고, 심지어 후륜 디퍼렌셜까지 덜어내어 정밀 검사까지 해 봤습니다만,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었습니다. 폭스바겐 딜러에서 공식 미케닉으로 일하는 몇 명의 친구들이 와서 보고도 해결이 안났으니 말 다한 셈이었죠. 좌절하고 그냥 차를 팔아버릴까의 최종단계 바로 직전의 심리상태까지 갔었습니다. OTL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차를 띄어놓고 원인분석을 하면서 찬찬히 검사하던 중, 스스로 발견해 낸 단 한 개의 볼트! 간단하게 다시 조이면 될 것만 같았는데, 그 느슨해진 부분에서 마모가 발생해 속칭 '아다리'가 안 맞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깔끔한 문제해결을 위해 프로펠러 샤프트 전체를 교체해 보려 시도했지만, 결국 전 미국에 재고가 없어서 결국 있는 부속을 고쳐서 쓰는 모험을 했습니다. 다행히 공업사에 해당하는 곳에 파트를 들고가서 정교하게 갈아내고 다시 재조립하여 문제를 해결 했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최고였었지요.

  

coupling.JPG

 < 번개탄처럼 생긴 이 파트(Propeller Shaft Coupling)는 후륜으로 동력이 전달될 때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이음부속 >
< 분해후의 촬영한 사진으로 5시반 방향 구멍을 보면 빠져나온 나사에 의해 손상된 모습을 볼 수 있음 >

 

 

 

문제는 계속 이어집니다. 한 동안 잘 타다가 Check Engine 불이 들어오는데 계속 검사를 해 보니, 하나는 Secondary Air Pump에 역류문제였고, 하나는 후방 산소센서에 서 에러가 뜨는 현상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어 지역 "VR6 박사님"을 초빙해서 진단 및 치료를 받았습니다. 부품값도 상당하고 원인발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큰 도움을 받았지요. 조그만 T자형 고무관인데 거기에 금이 가 압이 실실 새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참...

한편, 산소센서는 신품으로 교체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스페이서를 사용해서 문제를 바로 잡았습니다. 튜닝에 대한 고생을 좀 해 보니 자질구레한 문제는 그냥 막~ 쉽습니다. ㅋㅋㅋ

 

tpipe.JPG

 < 갈라진 고무 호스로 인하여 압이 샘. Air Pump가 오작동으로 인식 >


 

 

현재의 상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입니다. 마지막 FT465로 추가 업그레이드를 하고 난 뒤, HPA 본사로 차를 보내어 Fine Tuning을 할 때, FT425 시절 Vacuum Line 잘못으로 써징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터보상태가 괜찮을 수 있는건 믿을 수 없다란 답변을 들었지요. 불행중 다행인 결과였습니다. 지금은 다시 FT360 초기의 부드러움 그대로 느낌이 묻어나오고 대신 힘이 더 세지고 다른 부분도 업그레이드 된 상태로 9만9천 "마일"을 갓 돌파하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해 줄 보강 및 약간의 추가 작업에 착수하고 있지요. 처음 차를 받았을 때, 적산거리가 24마일이었던 2004년 4월부터 지금까지 참... 혼자서 많이도 탔습니다. ㅎㅎㅎ 5만5천에 터보를 얹고 4만마일이 넘도록 과급된 상태로 잘 달려주고 있는 알삼이를 절대 놓아버릴 수가 없네요. ^^

 

R32withwife.jpg

  < 제 아내도 알삼이를 너무 좋아라합니다. 애 낳기 전 배부른 몸을 이끌고 근처 독일마을 놀러갔을 때 >

 

 

 

Mt.baker drive.jpg

 < 스프링 회사로 유명한 H&R 미국본사가 주최한 2010 Mt. Baker Drive 참석때 >

 

 

 

r32babyseat.jpg

 < 한국에서 딸아이와 즐거운 알삼이 주행에 필요한 전용석 >

< 특별제작 R32 베이비싵  레카로 그런거 다 필요없음 lol >

 

 

 

이렇듯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 알삼이가 드디어 내년이면 한국땅을 밟게 됩니다.

준이사자도 아닌 완전 이사자 자격으로 들어가는 차인데다, 년식의 감가상각으로 관세마저 적게 나오는 혜택(?)이 있더라구요. 한편으로 한국가기 전에 대박 좋고 비싼차 사서 가볼까하는 고민도 한 10분 정도 해 봤습니다만, 저한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는 차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조금 줄여서 살아야 할텐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요즘 감정이 참 복잡미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