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광중입니다.


그 동안 페이톤, LS460, 투아렉, XC90 등등 여러 차종에 대한 고민 글을 올려서 이 곳 테드 회워님들의 조언을 구했었는데요, 사실 오랜동안 소위 꽂혀있던 차량은 페이톤이었으나, 세단 + 세단에서 다시 세단 + 세단은 너무 심심하겠다는 생각과 갑작스런 색시의 SUV 관심으로 페이톤은 포기했고요, SUV 중 고민하다가 XC90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마음을 정하고 약 두 달 간 중고 매물을 찾아보면서도, 이게 과연 옳은 결정인가 무척 많이 제 자신에 되물었습니다. 2002년 출시 후 2014년 단종까지 특별한 변화 없이 진한 사골을 우린 모델이었고, 당시에는 볼보의 플래그십 SUV 였지만, 따지고보면 세단과 웨건, 트럭만 만들던 볼보가 GM에 넘어가며 처음 만든 SUV라서 약간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았으며, 네 가족에 7인승 덩치를 운용하는게 과연 맞을지, 또한 요즘 20km/L은 우숩게 넘어가는 수입 디젤 엔진의 딱 절반의 연비를 자랑하고 있는 것 등등 차종을 정해도 고민이 끊이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오래 전부터 볼보에 대한 호감이 있고, 또 아직 빠르고 재미있게 달리는 것을 모르고, 차는 그저 가족이 안전/안락하게 이동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저에게 볼보의 철학(이라면 너무 거창하지만...)이 딱 맞아떨어진다 생각해서, 두 눈 질끈 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미국차 - 일본차 - 독일차로 이어져오는 국내 수입차 인기판도에 전혀 끼지 못 하는 스칸디나비아의 볼보, 그 중에서고 가장 안 팔리는 XC90을 찾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온라인 중고매매 사이트의 매물들은 너무 연식이 오래되고, 주행거리도 많아서, 차에 대해 모르는 저에게는 폭탄과도 같았죠. 그러다 지난 주, 갑자기 한 볼보 동호회 장터에 XC90 한 대가 올라옵니다. 지난 주에 어떻게 일터에서 지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판매자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급기야 지난 토요일 KTX를 타고 광주광역시로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만나게 된 XC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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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부터 전면 그릴의 볼보 마크가 좀 커졌습니다. 원래는 훨씬 작은 사각형에 마크가 들어가 있었죠. 헌데, 저 마크가 자주 떨어진다는군요. 이 차도 한 번 그래서 새로 붙여넣은거라고.... 잘은 모르지만, 누런색이 아닌 허연색 전조등이고, 핸들 돌리는 것에 따라 라이트도 고개를 같이 돌려줍니다.
사실, XC90에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전면입니다. 너무 구식티가... (ㅠㅠ) 2002년 출시였으니, 20세기에 개발되었을텐데, 딱 그 시절... 우리나라에 소렌토 돌아다니고, 산타페의 근육질 바디, 백곰 같은 렉스턴이 대한민국 1%를 외치던 딱 그 때 분이기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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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둘째 녀석입니다. 아직 두 돌 안 되었는데, 아빠 빠방 생겼다고 같이 좋아해 주는 걸 보니 남자 맞습니다. :)

마음에 들지 않는 전면에 비해 측면은 마음에 듭니다. (너무 밋밋한 휠 제외. ㅠㅠ) 약간 껑충해 보이는 느낌이 어색하다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스포티브한 비율을 보여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네, 콩깍지 씌였습니다.)

2000년대 판매된 차량들은 휀더 몰딩이라고 하나요? 검은색 플라스틱이 대어져 있는데, 이 녀석에는 없습니다. 은색 한가지로 더 깔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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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은 예의 그 테일램프가 반겨줍니다. 멀리서 봐도 볼보차량임을 알 수 있죠. 색시는 예전에 C30 뒷모습을 보고 둘리 닮았다고 했었는데, 이 녀석은 큰 둘리가 되겠습니다. :) R-design 모델은 쌍똥꼬에 더 멋지던데, 이것도 전 좋습니다. 특히, 전면과 달리 요즘 나오는 볼보 차량과 분위기가 별로 다르지 않아, 구식티가 덜 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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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 신호 대기 중 찍었습니다. 볼보코리아에서 넣어놓은 팝업식 내비게이션은 첫 주인께서 마음에 안 드셨는지 떼어버리고, 아이나비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그 자리에 비슷하게 고정해 두셨습니다. 팝업 내비게이션 고장이 무척 흔한데다가, 내비 사용 안 하다가 후진 하려고 하면 후방카메라 화면 나오도록 내비가 올라오는데 하세월입니다. 차라리 저렇게 고정식이 낫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연식은 계기판 조명과 폰트색이 예전 현대차와 같이 연두색이었는데, 이 녀석은 흰색이라 더 있어 보입니다. :) 스티어링휠 우측 위에 최근 연식(2012년 이후)에만 있는 블루투스 핸즈프리 버튼이 보입니다. 아이폰도 잘 연결되고, 음악 스트리밍도 아주 잘 됩니다.




이렇게 새로운 헌차를 소개 드립니다.

그 동안 저의 고민, 아니 징징거림을 인내로 포용하고 조언해 주신 여러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최신의 멋진, 고성능 차량은 전혀 아니지만, 저의 일상 용도와 가족과의 이동에 든든한 보호막으로서 역할을 잘 해 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첫 주인이 볼보 재구매 고객이라 (아쉽게 무상보증기간은 지났으나) 소모품 무료 교환(엔진오일, 브레이크패드, 각종 필터류, 와이퍼, 드라이브 벨트 등) 쿠폰이 차대번호를 따라 사용할 수 있어, 유지비의 부담을 좀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이어 네 개를 모두 갈아야 할 상황이고(앞 타이어는 슬릭타이어 되기 일보직전), 7세인 큰 아이에게 물어보니 차 크고 자기 자리(2열 중간 부스터시트)도 있어서 좋은데, 높아져서 타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사이드스텝(Running board)을 달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국내 볼보 센터에서는 180이라고 하고, 미국에서 정품 파트가 약 100, 중국에서는 50~70 정도까지 돈이 든다고 하는데.... 고민입니다.


길기만 하고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에 대해 알지도 못 하면서 수입차 한 번 사보겠다고 여러 말도 안 되는 질문 올렸을 때 답변해 주셨던 회원님들에게 보고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정리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XC90 운영기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