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가격 계산과 그 뒤에 대한 설명의 글을 써야 하는데, 그 전에 진정한 '원가 절감'의 후유증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는 예가 생겨서 그 글을 먼저 잠깐 적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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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페이지는 며칠전 미국의 딜러들에게 발송된 TSB(Techinical Service Bullertin)입니다. (회사와 차종은 그쪽 법무팀에서 또 연락 주실까봐 잘 가렸습니다.) 내용은 2009년부터 2011년형 사이에 사용된 2.4리터 미국 생산품 차량의 스타터에서 시동 불량등의 문제가 발생 했을때, 스타터 전체를 교체 하지 말고, 꼭 스타터를 뜯어서 스위치가 문제인지를 확인해라. 아니면 더 이상 스타터를 통째로 수리 승인을 해주지 않거나 그에 대한 수리 내역을 지불 하지 않을꺼다. 뭐 이런 내용인데요.


어떻게 보면 사실 그냥 지나칠만한 이 내용이, 인터넷에서 각종 사양들이나 도장등의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사람들이 언급하는 '원가 절감'의 대표적인 예인겁니다. 


전에 한번 다른 글에서 자동차 회사가 서플라이어들에게 견적을 요구 할때 언급하는 '이코노미''미디엄/에버러지' '미드 하이' '프리미엄'에 대한 설명을 해 드린적이 있었을 겁니다. 미국 현지에서 납품 받는 이 부품의 공식 MSRP(권장 소비자 가격)의 경우 $195.67 입니다. 이 부품의 실제 매입가는 $84.23 정도입니다. 물론 이것도 수리부품용으로 납품 받을때이고, 실제 공장에서 조립용으로 구입하는 납품가격은 여기서 약 $10정도 더 낮아 집니다. 이 부품은 중간에 갑자기 늘어난 생산량과, 이 엔진을 공유하는 차량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부품 공용화(?)와 추가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부품의 형식과 공급처가 변경 되었는데, 이때 '이코노미'로 그레이드가 낮아졌던 거죠. 여기서 회사가 절감한 가격은 미화로 약 $5 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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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타터의 경우 위의 그림처럼 약 10여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부품 자체가 노화 되는 경우는 '브러쉬'라고 부르는 솔같이 생긴 부분이 문제가 생기거나(그림에서의 5번), 솔레노이드 (그림에서의 2번)가 과열 되어 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재생품'들은 이러한 브러쉬와 솔레노이드를 교체 하고 파는것들입니다. 


그런데 위의 TSB에서 언급하고 있는 엔진의 경우는 엉뚱하게도 스위치라고 불리우는 파트가 열을 받아 녹아 버리는 상황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것이죠. 


근데, 한국과는 달리 5년 6만마일 (약 10만 킬로)의 일반 보증 (흔히 말하는 차량 전체 보증)과 첫 오너에 한해서 10년 10만 마일 (약 16만 킬로)의 보증을 제공하는 미국에서, 심지어 이 스위치의 문제로 인해 차량 시동이 안걸리는 상태가 발생하여 딜러까지 견인 당하는 비용과, 이로 인해 '여행 방해 비용' (Trip interuption reimbursement; 집에서 1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 차량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차량이 수리 되는 동안 지불해야 하는 호텔비와 식비 등을 지원하는 내용) 까지 물어주는것이 워런티에 포함되어 있다 보니, 상식적으로 진행하는 '스타터 전체의 교체'를 해주다 보니 대당 평균 수리비용이 350불 (약 40만원)에 이르게 된게 문제였지요. 


이 부품의 현재 통계는 3~5년, 약 4만~6만 마일 (6만 5천 킬로~10만 킬로), 총 3500~5000 cycle(시동 횟수) 에 '실패율' (failure rate) 이 1%에 근접 합니다.  즉 100대 중의 1대는 위의 시기에 고장이 발생한다는 건데요. 이게 낮은것 처럼 보여도, 동일파트의 비슷한 시기의 일반적인 실패율은 0.05% 정도 입니다. 위의 부품이 사용된 차량이 약 50만대 정도 인것을 감안하면, 이미 수백대의 차량이 이로 인한 수리를 받았다는 것이고, 그토록 '이른 시기'에 문제가 발생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보증기간이 끝나고 나면 얼마나 많은 차량들이 고장이 날지는 대충 짐작해 보실 수 있을겁니다.


위 '스위치' 교체 부품의 가격은 소비자 가격이 $6.76 (약 7천원) 그런데 2차 서플라이어(tier 2 supplier)로 납품받는 '보강된' 스위치의 가격은 $1.39 (약 1500원) 정도 입니다.  회사로서는 스타터 통째로 교체 해주면 공임에서 약 20불을 아낄 수 있지만, 물류비를 감안하면 저 부품만 교체 해 줄 경우 약 130불 (15만원) 정도를 아낄수 있으니, 스타터를 통째로 교체 하기 전에 '부품을 뜯어서 그 안의 구성품을 확인해라'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죠. 


문제는, 1) 과연 보증기간이 끝나면 위의 부품을 따로 구매 할 수 있을것인가? 2)제 돈내고 수리 해야 하는 사람들은 위의 사실을 모르니 그냥 '스타터가 나갔으니 갈아야 겠네' 라며 수십만원 돈을 내고 교체 하지 않겠는가? 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회사가 돈 몇천원 아끼자고 '원가 절감' 했다가 고생하는건 소비자들 뿐인데요, 하다 못해 보증수리 해줄때 '수십만원 아끼는'것 까지는 좋은데, 이걸 알 수 없는 소비자들과 이걸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그 누군가? (먹고 살기 위한 정비소 주인이 이 부품만 교체 하고 스타터를 갈았다고 하던지, 비싼 브러쉬나 솔레노이드 교체 없이 싼 스위치만 갈아서 '재생'을 할 수 있는 업자거나) 가 생길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이 아쉬울 뿐입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그냥 '그 회사가 어떻다' 하고 불평만 하는것 보다는,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움직이는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 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제 글들은 출처 (원글의 인터넷 어드레스 와 제 이름 '유승민' 그리고 제 이메일 어드레스 flyerno1@gmail.com)만 알려 주시면 퍼가셔도 상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