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che137/60172035986

 

안녕하세요. 어쩌면 매우 민감한 논쟁거리가 될지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주제라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어느 차가 더 우위에 있느냐의 여부가 아닌 양국 자동차의 특성을 비교하자는데 의의를 둔 것으로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 또한 FT-86 시승기처럼 블로그의 글을 옮긴 것이니 짧은 말 양해 부탁드립니다~

 

 

 과거 스포츠 드라이빙을 푸조 207RC로 시작하면서 폭스바겐의 골프 GTI와 미니쿠퍼 S를 많이 몰아볼 수 있었다. 미니 쿠퍼 S의 경우 가볍고 작은 차체라는 유리한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오너는 그다지 많지 않은 반면에 골프는 수요층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인구가 많아서 몰아볼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빅 오너들과 인연이 닿아 V-tec 엔진이 달린 혼다의 전륜 스포츠 모델(ex. Civic type-R)을 몰아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이 그 동안 여러 차종을 몰면서 느꼈던 각 국의 자동차 특성을 좀더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스포츠카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전륜구동 해치백 만으로 두 나라 자동차를 어떻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플랫폼에서 나오는 자동차가 그 회사의 색깔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느 회사의 자동차든지 그 자동차 회사가 세팅한 특성은 전 라인에 걸쳐서 그 정체성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논의할 것은 단지 해치백 뿐 아니라 그 동안 경험한 다양한 차에서 느낀 인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아쉽게도 억대가 넘어가는 스포츠카를 몰아본 경험은 없지만(포르쉐 제외), 그 이하 가격대의 자동차를 경험한 것으로도 충분히 논의를 전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이 흔히 접하는 자동차가 더 적절한 비교 대상일 것이다. 

 

 

 필자는 양국의 대표적인 핫해치를 비교하려 하며, 이들을 칼에 비유하고자 한다. Golf GTI (이하 독일차)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 Civic Type R은 사무라이검에 비하고 싶다. <괄호 안의 내용은 반대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쓴 것이다>

 

 독일차의 강점은 그 누가 타도 쉽게 빨리 달릴 수 있는 높은 주행 안정성과 주행감의 일정함이라 말할 수 있다. 고속 주행을 즐기는 그들답게 전반적으로 단단한 차체와 고속 주행 안정성(강한 언더스티어 성향)을 최우선으로 차를 세팅한다. 골프의 경우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두툼한 토크로 인하여 재가속이 유리하다. 따라서 코너 진입 속도가 낮아도 재가속이 좋아서 빠르게 주행할 수 있다. 뒤의 움직임이 부드럽고 안정적이어서 코너링은 심한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 그 결과 높은 안정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코너링 중에 지루하다> 강도 높은 코너링 공략 시에 나타나는 심한 언더스티어는 토크 벡터링과 같은 전자장비로 인해 차가 원하는 방향으로 선회되기 때문에 줄어든다. <전자장비의 개입으로 발생되는 yaw라서 이질감이 있고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된다> 아우토반을 200km 오버로 달린 미친 해치백이라는 명성답게 웬만한 실력을 가지는 운전자라면 골프로 고속도로에서 200km를 넘어설 수 있다. 게다가 DSG라는 훌륭한 미션 덕분에 운전자는 변속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골프가 작은 차체에 비해 비싼 가격의 자동차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러한 장점 때문이다.

 

 또다른 독일차는 장점(골프에서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 점이며, 주로 후륜 자동차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주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운전자의 실수나 바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첨단 전자장비를 탑재하여 차의 거동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이러한 강점으로 말미암아 일반 대중이 독일차를 몰면 운전자가 차를 파탄내는 상황을 만들어도 차가 이를 상쇄시켜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평소보다 높은 페이스로 주행을 펼칠 수 있다. 운전자의 실력을 넘어서는 페이스로 달리는 차의 거동은 밖에서 보았을 때 거칠다. 그런 차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 차가 운전자의 오버페이스로 인해 파탄나는 순간 차의 전자장비가 이를 잡아서 사고를 모면하는 경우를 많이 관찰했다. 또한 많은 딜러들이 독일차는 모는 운전자가 대체로 운전이 난폭하고 거칠다고 하였다. 이런 점은 운전자의 결점을 상쇄시키는 독일차에 익숙해진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운전자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게다가 이러한 안전 전자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독일 자동차의 기술이 스포츠 주행능력의 강화에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다. 물리적으로 자동차 플랫폼을 고려하였을 때, 가장 주행 안정성이 취약한 RR(뒤 엔진, 뒤 구동) 구조를 가진 포르쉐가 지금까지 뛰어난 스포츠카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앞이 가벼워서 생기는 접지력의 약화와 심한 언더스티어, 불안정한 직진성 등을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일반인도 부담없이 몰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자장비가 있더라도 차의 한계를 넘나드는 주행에서는 물리적 성질이 여실히 드러날 수 밖에 없지만 대중은 그런 주행을 할 일이 없기에 대중적인 고급 스포츠카의 상징이 되었다.  

 

 광선검(존재하지 않지만 있다는 가정하에...)은 어린이가 휘둘러도 다 자를 수 있을 것이다. 즉, 검을 휘두르는 기술이 부족해도 일단 휘두를 수만 있다면 웬만한 건 다 자를 수 있다. 웬만큼 차를 몰 수 있는 사람이면 독일차를 몰면 남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광선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적을 무찌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를 수 있는 능력과 검을 응용하는 기술은 다른 차원의 문제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독일차를 몬다고 해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차의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어쨌든 운전자의 능력 이상의 주행 능력을 선사하는 독일차는 이런 장점에 고급스러움을 더하여 현재 최고의 자동차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좋은 하드웨어의 뼈대에 안전 장비나 코너링을 향상시키는 장비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첨가하는 방식이라 많은 장비의 탑재로 차가 무겁고 다소 차와 운전자 간의 소통에 간접적인 느낌이 존재한다. 즉, 차를 통해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기계적인 구조를 통해서 바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차에서 해석된 다음에 전달되는 것이다. 가령, 아우디 A5의 핸들링은 차의 주행 세팅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전자 장비의 제어를 통한 것이라 운전자와 차 간의 소통에 약간의 시간적인 유격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질감이 발생한다.  

 

 일본차는 사무라이검에 비유할 수 있다. 좋은 밸런스는 칼을 잡는 순간부터 손에 감기듯이 일본차는 운전할 때 차를 통해 전해지는 움직임이 매우 직관적이다. 칼을 잡은 자의 실력에 따라 자를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듯이 차의 빠르기도 운전자의 능력에 달려있다.

 

 기본적으로 차의 밸런스를 통해서 날렵한 운동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인 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계적인 요소를 조율해서 차의 특성을 만든다. 고속크루징보다는 40-140km 정도의 생활 속도 구간에서의 주행성에 염두를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체의 밸런스를 공격적인 코너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차의 물리적 성질(기계적인 요소)을 통해 최대한 스포츠 감성을 표현하려고 한다. 독일차와는 달리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요소가 적기 때문에 운전자가 운전하는대로 차가 움직이는 훨씬 순수한 주행 감성을 가지고 있다. 운전자의 주행 능력이 그대로 차에 반영된다.

 

 시빅 Type-R이 전륜 스포츠카 중 빠른 이유는 고회전 자연흡기에서 나오는 빠른 반응과 산뜻한 엑셀웍, 그리고 코너링에서 가속 시 좋은 트랙션 등이 있지만, 이 외에 적극적으로 뒤가 움직이는 세팅<안정성이 떨어진다, 코너링 중에 불안하다>도 한 몫 한다. 하지만 고회전을 살릴 수 있는 탄력주행(타이트한 코너링)과 리어 흐름을 유도하는 것은 높은 기술을 요하는 것이라 웬만한 운전자가 느끼기 힘들다<분명 출력은 높은데 막상 달려보면 골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치고 나가는 맛이 없어서 답답하다>.

 

 실력이 부족한 운전자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해주는 독일차와는 달리 일본차는 그런 방어적인 세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참고로 일본이 독일의 이러한 안정적인 세팅을 따라갈 기술이 없기 때문에 그런다는 말이 많았지만, GT-R 35와 랜서 에볼루션 등과 같은 자동차에서 운전자를 도와주는 제어장치의 기술력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세팅이 운전자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독일차와는 달리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공격적인 보조 장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차와 독일차의 특성 차이는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닌 지향하는 주행성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 글에서 양국의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비교하는 것은 논지에 어긋나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필자는 독일차의 안전 지향성에서 중세 시대 무거운 갑옷을 두르고 자신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말을 타고 싸움에 임하는 기사를 떠올린다. 그리고 날 것과 같은 일본차를 보면서 가벼운 차림에 번개같은 움직임과 칼솜씨로 찰나의 승부를 거는 사무라이를 연상한다. 양국의 자동차 특성은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유래되었다고 추측해본다.

 

 일반 운전자가 골프와 시빅을 몰아본다면 대부분은 골프를 선택하게 된다. 더 쉽게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 서킷에서 시빅이 더 빠를지언정 시빅을 더 빠르게 몰 수 있는 운전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시장이 외면하는 날 것을 생산하는 일본의 자동차 회사는 서서히 생산을 줄여나갔다. 혼다의 S2000, Civic Type-R, 미쯔비시의 란에보, 마쯔다의 Rx-7 등 퓨어한 성향의 스포츠카는 서서히 단종된 것이다.

 

 얼마 전에 올린 FT-86 시승기에서 언급하였듯이 토요타는 사라져가는 날 것의 부활을 외치면서 FT-86을 내놓았다. 점점 복잡해져가는 자동차 사이에서 퓨어한 것을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86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것이었지만, 편하게 빠른 것을 좋아하고, 자동차를 몰면서 머리 아프기 싫어하는 대중의 심리를 볼 때 이러한 날 것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