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이 현대의 i30을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이나 그때 나누었던 대화내용은 한국차에 대한 견제와 스터디가 이미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예시이기도 합니다.

제가 독일 폭스바겐에 근무하던 시절인 2007년도에도 기아 스포티지를 가지고 상품분석에 관한 심도높은 회의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으니 폭스바겐의 현기차에 대한 분석과 남다른 관심은 극히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동영상에서 시사하는바는 비단 현대차의 우수성과 향상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그렇게 차를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통찰력과 지식을 갖춘 CEO의 차에 대한 관심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빈터콘 회장도 박사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이전의 피셰츠리더나 피에히 회장도 모두 박사학위가 있는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피셰츠리더 회장은 개인적으로 엔초페라리를 비롯해 많은 차를 소유하고 있는데, 개인주택에 리프트와 정비공구를 모두 구비해두고 휴가때 차를 직접 손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에히 회장도 그룹회장할 때 기사가 있는 페이튼 W12 대신 폴로나 루포 혹은 골프등을 직접 몰고 출근하는 사례가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물론 회장님이 폴로 타고 출근하시면 만약을 대비해 경호원들과 수행원들이 탄 페이톤 두세대가 뒤에서 함께 동행해야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회장들중에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남다른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피에히 회장은 아우디의 직렬 5기통 엔진이나 콰트로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아우디의 R&D를 책임지는 직책을 가졌던 만큼 차에 대한 실질적 지식에 대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그 성공을 회사의 이익률만으로도 점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착을 가지고 그 브랜드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 궁극적으로 충성도가 있는 고객으로 변화된다는 차원에서 어떤 한브랜드가 골수 매니어들을 양성하고 열광하는 브랜드로 거듭나는데에는 단순히 가격대비 품질좋고 고장안나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열정적인 브랜드라고 해도 돈을 못벌어 없어져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긴 하지만 현재 폭스바겐처럼 단기간내에 사라질 가능성도 희박한데다가 오랜세월 브랜드의 가치를 쌓아온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CEO들의 역량이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전설적인 CEO가 가졌을법할만한 차이점 이라면

 

1. 현재의 자동차 시장을 정의하고 어떤 방향으로 변해갈지에 대한 예지능력

 

 이런 판단능력은 그냥 신에게 부여받은 "신기"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자동차 시장에 어떠한 사례들이 있었고, 어떤 결과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나왔는지에 대한 철저한 데이터에 근거한 지식들과 연관이 깊습니다.

 즉 자동차 회사에서 현업을 통해서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매우 가까운 곳에서 늘 봐왔던 경험이 없이는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한 능력은 갑자기 생길 수 없습니다.

 

2. 브랜드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철학과 자사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이해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차를 멋지게 그리는 능력이 아니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이해하고 그동안 그 브랜드가 디자인을 통해서 보여준 것들과 그것이 고객들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쌩뚱맞게 멋진 차를 그려놓고 브랜드 로고 하나 박아놓으면 그냥 신형차 한대가 탄생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현대가 한동안 차를 만들때 세대별로 전혀 연관성이 없는 디자인으로 차를 만들던 것에서 점차로 탈피해 패밀리 룩을 기초한 디자인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도 어떻게 보면 디자인 역사를 쌓기 위한 초석입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에 대한 것은 브랜드 클레임이라는 것을 통해서 대표성을 가지게 됩니다.

 예를들어 폭스바겐의 Das Auto, BMW의 Ultimate Driving machine혹은 Sheer driving pleasure와 같이 브랜드 로고와 함께 따라가는 문장이 바로 브랜드 클레임입니다. 

 

 폭스바겐의 Das Auto는 영어로는 The car라는 뜻으로 우리가 바로 그차 혹은 진정한 자동차를 뜻합니다.

 이러한 브랜드 클레임은 다양한 형태로의 해석을 통해 중심에서 번져나가는 연관성을 가지는 다양한 메시지들을 전달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물론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브랜드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CEO가 자사 브랜드가 어떠한 방향으로 고객과 소통할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디자인, 기술적인 이노베이션(혁신), 미래 지향적 방향제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냥 누가 적어준 것 읽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브랜드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만들고 싶은차에 대한 철학이 없이 그냥 R&D에서 알아서 만들어라? 그런 일들은 최소한 독일 브랜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3. 신기술에 대한 이해 및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이해

 

 국내브랜드 CEO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양이라고 봅니다.

 DSG와 같은 변속기가 일반변속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운전을 통해서 간파해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 국내 CEO가 있을까요?

 

 변속기는 이산화탄소가 적은 고연비의 차량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중에 하나입니다.

 토크컨버터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변속기나 싱글클러치를 사용하는 시퀜셜 타입의 변속기 혹은 무단변속기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조건하에서 어떤 방향으로 그 브랜드의 혁신과 기술적 우위를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현재 시중에 가용한 신기술이 어떤 기능과 혜택을 고객에게 부여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꼭 변속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직분사,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타등등 복잡하고 머리가 아플수도 있는 이런 신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몇년도부터 모든 엔진을 직분사화한다던가하는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방향성은 예산결정과 집행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짜는데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그냥 그게 뭔지도 모르고 보도내용을 발표하고 인터뷰중에 엉뚱한 동문서답식 답변이나 늘어놓지 않으려면 CEO도 차에 대해 알아야한다는 말입니다.

 

4. 이미 자사차를 구입한 고객들에 대한 배려

 

 물론 서비스에 국한될 수 있는 주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차원에서 접근해보면 내가 이차를 사길 잘했어!!, 역시 나의 선택이 옳았어!!라는 자신에 넘친 확신과 만족감 이런 것은 비단 높은 수준의 서비스에서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모터스포츠는 달리는 실험실로서 양산차에 적용될 각종 신기술을 실험하는 장소이자 브랜드간 기술경쟁을 펼치는 곳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모터스포츠에서 우승을 하면 그 브랜드의 팬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해당 브랜드차를 이미 운전하고 있는 그 운전자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내가 선택한 바로 그 차도 그렇게 기술적으로 진보되었을 것 같은 기분을 부여합니다.

 

 저도 아우디를 여러대 가지고 있지만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르망에서 연달아 우승을 하는 것을 보면 제가 RS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에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자부심이 생기고 그렇습니다.

 그냥  자동차를 Value for money라는 차원으로만 접근하게 된다면 그 브랜드는 깊은 존경심도 애정도 받지 못하는 매우 무미건조하고 아무런 감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 쇳덩어리 혹은 가전제품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어떻게 보면 모터스포츠에 투자하는 것도 이미 차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변변한 해외 모터스포츠 활동이 없음은 그만큼 똑똑하신 분들의 계산기로는 도저히 모터스포츠 활동과 신차판매를 연결시킬 수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그 계산결과가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는 손익을 계산해주는 계산기로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아니라 차를 구입했거나 구입할 고객들과 인연을 맺는 형태의 접근방식으로 개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계가 반드시 좋은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기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고 도전하는 모습은 잠재고객과 기존고객에게 좋은 상품이 줄 수 있는 혜택 그 이상을 줄수도 있습니다.

 

현대 기아가 해외에서 위상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커져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하고, 때문에 아껴주고 싶기는 하지만 사랑하고 싶거나 어루만져주고 싶은 그런 상품이 당분간 나오기 힘들다는 한계를 인정해야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