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02년 폭스바겐과 아우디에 입사했던 바로 그해에 수입차가 전체 점유율 1%를 넘었습니다.

그리고나서 10년이 지난 오늘의 수입차 점유율은 그의 10배인 10%를 넘어가고 있지요.

 

7년전만해도 수입차시장의 잠재가능성은 8%정도로 점쳐졌을만큼 10%를 넘어서 지속적인 상승을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입차와 국산차간의 보이지 않는벽에 아무래도 시장 확장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에서 그런 장벽이 빠른속도로 사라질 것이라는 쪽으로 전망이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2000년 캐나다에서 1997년식 폭스바겐 MK3 Golf VR6를 구입하면서 독일차를 소유하게 되었고, 지금 6대의 독일차를 가지고 있게 되었습니다.

 

내구성 이야기가 한창 재미있는 형태로 의견들이 전개되었던 것을 감안하여 제가 느끼는 수입차와 국산차에 대한 의견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수입차에서 독일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독일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독일차를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가 개개인이 느끼는 독일차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차에 대한 이해의 시작은 아우토반에서 시작됩니다.

 

속도무제한 고속도로를 전속력으로 밤낮으로 달릴 수 있는 환경에 맞게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우수한 성능과 장시간 고부하 운전을 견딜 수 있는 내구력, 그리고 차대안정성을 바탕으로 주행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많이 평준화되었지만 80년대 200km/h이상의 고속으로 몇 시간 동안 달릴 수 있는 차는 독일차밖에 없었을 겁니다.

 

독일의 고성능 고급차들의 가격이 일본이나 미국 고급차의 두배는 되었기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가 높다 낮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주행이 가능한차는 독일차뿐이었다는 것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싶습니다.

 

저를 비롯해 아우토반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독일차가 좋을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좀 더 쉽게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주행하는 환경이 아우토반이 아닌데 왜 그런 곳을 위해 디자인된 차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의미를 부여하기 싫어 그 비싼돈주고 그차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질문은 상당히 원초적이면서도 간단하게 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내가 300km/h를 달리니까 300km/h를 달릴 수 있는 차를 사는게 아니라 300km/h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바로 그 잠재력에 더 매료됩니다.

 

물론 매일 300km/h를 달리는 사람이 필요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차를 안타고 몇 년동안 소장만해도 그런 능력을 갖추고 그런 주행환경에 최적화되어있는 차에 대한 존중심이 그차를 소유하겠다는 전면에 나서면 다른차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국산차의 경우 우리가 한국도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환경에 넘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의 그러면서도 엔지니어링 냄새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나는 형태로 진화했고, 이러한 엔지니어링 관점의 향상을 초월하는 상품으로서의 메리트가 수입차와 맞짱을 떠도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global brand로 도약했지요.

 

내구성을 따지면 제가 소유하고 있는 고성능 독일차의 부품간 내구력은 일반 범용의 국산차와 비교하는 것이 어쩌면 무의미하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내구력은 개스킷을 오래 사용하고픈 그런 바램보다는 고부하 운행시 열로 인해 속도를 줄여야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벨트, 개스킷, 고무류 기타등등의 소모성 부품이 독일차가 더 우수하다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만큼 국산차의 부품간 내구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독일차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부분은 설계의 높은 마진이고 이것이 강력한 차대를 시작으로 좀 더 극한 상황을 견디도록 만들어진 것을 높게 보는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극한상황은 자주 연출되는 것이 아닙니다만 전 제차들의 최고성능을 비교적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차의 최적의 상태를 점검하곤 합니다.

 

일반 세단형 바디 혹은 웨건형 바디를 가진 차가 320km/h를 달릴 수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바로 그 높은 설계마진과 기초 엔지니어링은 90마력짜리 엔진을 탑재한 동일 바디의 모델에도 동일한 형태로 적용된다는 바로 그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200마력대의 중간급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차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여유마진과 잠재력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안정을 준다고 봅니다.

 

하지만 비용적으로 접근하면 독일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경향이 있어 유지비면에서 전혀 메리트가 없을 수 있지만 엔지니어링측면에서 보면 오래된 독일차도 돈은 많이 잡아먹지만 주행에서 주는 여유와 견고한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장점을 누리게 됩니다.

 

기초설계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독일차가 전세계 어떤 브랜드를 비교해도 우세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무한 비용투입에 대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만의 경험에 대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더욱 더 값진 것이라고 봅니다.

 

독일은 히틀러때 독일국민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Propaganda의 일환으로 모터스포츠를 부흥시켰던 것이 지금으로부터 대략 80년전이었습니다.

 

기술의 차별성을 제품에 반영해서 독보적인 차를 만들어 자국민의 긍지를 높인다는 전략적 접근이 완성시킨 뿌리를 고려했을 때 자동차를 상품으로부터 시작해서 성장해온 한국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목적이 담겨있었던 것이지요.

 

차를 상품으로 평가할 때는 두가지로 접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품 고유의 특장점 위주로만 평가하는 것과 차가 가진 의미 즉 상품의 특장점 이외의 것들을 얼마나 평가기준에 반영하느냐?

 

그 이외의 것들이 바로 제가 위에 언급한 구체적으로 수치화시키기 상당히 애매한 것들일 수 있고, 비약적으로 높아진 국산차의 품질과 경쟁력의 잣대를 그대로 독일차에 적용시키면 독일차는 때론 터무니없는 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국산차는 좋아졌고, 독일차는 복잡해지면서 고장의 빈도율이 높아져 독일차를 구매해야할 이유가 낮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차 고유의 영역이 강하게 보존되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리 쉽게 변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바로 위에도 언급한 차의 상품성과 유지비 그리고 그 외적인 것들 어떤 비율로 나누어서 차를 평가할 것이냐에 의해 판가름이 난다고 봅니다.

 

전 독일차를 소유하면서 국산차의 향상을 평가절하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그 향상분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는 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국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을 때 향후 5년간은 없을 것 같다고 봅니다. 국산차가 아직 독일차에 비해 멀었기 때문에 뭐 그런 차원이 아니라 몸에 독일차의 인이 박혀있어 내차로 타는 것에 대해 적응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차나 국산차에 익숙한 사람이 독일차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며, 이는 차의 상품성을 평가하는데 지나치게 개입되어서는 안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제 국산차도 독일차와 일부의 영역에서 비교가 되는 시대가 왔고, 유럽에서 일본차보다 호평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