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모션모터스입니다.

오늘은 자가정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너무 길고 방대해서 몇편에 나눠 포스팅할까 합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습니다. ㅎ)



자가정비에 대한 동기는 다양합니다.
내 차만큼은 내가 직접 손보리라! 하는 마음도 있고
혹은 기존 정비업계에 대한 불신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나름의 손재주가 있고 매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자동차 정비라는 영역에 도전을 하고 싶은 욕구도 있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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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든, 자가정비에 도전하고 싶으시거나
이미 하고 계신 분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번째 주제로 '작업장(workshop/garage/auto repair) 셋업하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장차 차고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서 워크숍을 꾸미거나,
아예 정비소를 차리실 분들께도 도움이 될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비업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하실 수도 있으니
먼저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 볼까요? ㅎ

사실, 저희 창업의 모토가
"우리의 워크숍을 갖자"는 꿈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하다보니 부딪히게 된 현실도 있고
몰랐던 점도 많았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처음 공간을 마련했을 때의 설렘을 잊지 못합니다.

저희는 오히려 자가정비하시는 분이 많아지고
DIY가 하나의 취미이자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직접 정비를 하면서 자동차 정비의 프로세스를 알아가다보면
당장은 정비업계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걸 10만원 씩이나 받았단 말이야? 이런 도둑놈들!" 내지는
"내가 하면 이렇게 깔끔하게 작업할 수 있는데 이런 걸 신경써주는 데가 없단 말이야."
하는 마음들이 들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저희는 그것도 좋게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동호회를 중심으로 DIY 문화가 널리 퍼져있고
이런저런 노하우도 많이 공유되고 있어서
정비를 업으로 하는 사람 이상의 전문성을 지닌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오히려 '업자'의 입장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은 이유는 이것입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문화가 만들어 져야
자동차 정비업계의 전문성도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한 정비는 누구나 뚝딱뚝딱 해내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기술력을 가진 정비사가 반드시 필요하게 되고,
비로소, 프로 정비사 역시 높은 비용과 리스펙트를 받고
좋은 정비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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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여러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일상화된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 현장을 가보면
온 가족이 공구를 들고 털썩 주저앉아 차를 고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옆집 할아버지가 롤케이지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앞집 친구와 함께 차를 만들어 내구레이스를 나가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즐길거리'로 함께하는 문화가 풍성하니
당연히 그에 맞는 수준의 온갖 상품과 서비스가 생길 수 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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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에서 자동차 정비는 '기술 배워서 밥벌이'의 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낮은 임금으로도 쉽게 고용할 수 있는 기술,
낮은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산업 구조의 특성상 갖가지 부조리가 난무하고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 끊이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여기서 접고 ㅎ
저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만을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작업을 할만한 공간이겠지요.
주위에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어디 눈치보이지도 않고
작업을 하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차를 그대로 세워둘 수 있는
그런 조건이 갖춰져 있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규모도 물론 중요한데요,
통상 정비소의 작업 베이는 7 * 5미터를 최소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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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가 사람이 차 한대의 주위를 둘러설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최소의 조건을 이야기 하자면
차의 길이&폭 + 1.5미터씩의 공간은 있어야 합니다.


리프트가 있는 나만의 차고는 모든 자동차 마니아들의 로망이지만,
한국의 주거 환경 특성 상 너무 비현실적인 공간이지요.
DIY가 자리잡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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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자가정비인들은 지하주차장이나 공터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야외 공터보다는 지하주차장이 그나마 나은 이유는 실내라는 점도 있지만
방수가 되는 바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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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이 스며들거나 얼룩지지 않도록
에폭시나 우레탄, 타일 등으로 포장돼있으니까요.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환경에 문제가 될만한 사항들은
법적으로도 그렇고 도덕적으로도 잘 지켜야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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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같은 공간이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주위와 분리된 환경이
자가정비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편안하게 기계와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조건 말이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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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앤드라이버>에 나온 이 포스팅을 보면
워트숍을 꾸미는 데 필요한 장비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프레스 같은 것들이 안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저 정도의 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판금/도장, 휠타이어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작업은 대부분 다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강 살펴보면, 2주식 리프트와 에어 컴프레셔가 먼저 눈에 띕니다.
리프트와 에어컴프레셔는 정비소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장비이지만,
자가정비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작업의 용이함을 위한 장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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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엔진을 걸어서 드는 일명 코끼리 작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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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스탠드도 있군요.


금속 공작을 위한 장비들도 보입니다.
용접기와 탁상드릴, 탁상그라인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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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매일 쓰게 되는 장비들입니다.

하지만 자가정비를 처음 시작한다면 이런 것들은 절대 필요가 없습니다.

"일은 연장이 한다."는 말이 있는데
대부분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시간과 수고스러움으로 극복해 낼 방법도 없진 않습니다.

그래서 장비의 종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없으면 일이 아예 안되는 장비 / 있으면 일이 편한 장비.

리프트는 사실 후자에 가깝습니다.
야전 정신만 있다면, 잭과 스탠드로도 못할 일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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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팀들도 원정을 다니면서 리프트 따위가 없어도
이렇게 엔진까지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리프트를 설치하는 이유는 차를 뜨고 내리기,
아래에서 작업하기가 편하기 때문인데
자가정비라면 여러 대의 차를 정비하는 것이 아니므로
없으면 불편하고 조금 위험할 뿐입니다.


다만, 잭과 스탠드로 차를 뜨기에는 수고스럽기도 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굳이 절충점을 찾자면 바로 이런 램프(ramp)가 추천할만한 장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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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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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식의 간이 이동형 리프트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리프트 있는 차고의 로망이 가시지 않는 분들을 위해
리프트의 종류와 선택 가이드를 간단히 풀어보겠습니다.

1) X 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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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판대기가 수평으로 올라오는 타입인데,
뜨고 내리는 편리성은 이게 최고입니다.
차가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바로 들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보통 오일교환 같은 간단한 경정비를 주로 하면서
회전이 빠른 샵에서 선호하는 타입입니다.
이동과 설치도 매우 쉽습니다. 지게차로 내려놓고 전기만 연결하면 끝이거든요.
물론 바닥에 앙카로 고정해야 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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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타입은 지상고가 낮은 차들이 오르내릴 때 바닥을 긁지 않도록
지면과 똑같이 묻어버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차고에 설치할 경우 좋은 점은,
리프트를 쓰지 않을 때에는 지면과 높이가 똑같으므로
차량 이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비매립형에 비해 차를 리프트 위에 올리기가 약간 까다롭습니다.
비매립형은 차가 올라가서 멈추는 스톱퍼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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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딱 올라가면 끝입니다.
반면, 매립형은 어디서 멈춰야 잭포인트에 맞는지 모르기 때문에
앞뒤로 다시 움직여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차를 자주 뜨고 내리는 곳에서나 불편한 부분이지
간단한 자가정비만을 위해 차고에 설치할 리프트라면
X자형 매립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물론 설치 비용도 많이 들고, 바퀴 달린 장비(카트 등)들이 이동하다 빠지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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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틈으로 조그마한 물건들이 끼거나 빠지는 등의 불편도 있죠.




2) 2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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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식은 복잡한 작업을 많이 하는 정비소에서 널리 쓰이는데
작업을 하기에는 가장 편하지만, 차를 리프트에 걸기가 매우 불편한 타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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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암(arm)을 움직여 차의 잭포인트에 정확히 받쳐야 하는데,
차를 정확한 위치에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암의 길이가 서로 맞지 않아
들어올리다 사이드스커트를 찍는 경우도 간혹 생깁니다.
그러면 다시 차에 타서 움직이고 또 받치고... 열불 터지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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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막상 뜨고나면 아래 공간이 뻥 뚫리기 때문에
공간활용도에 여유가 충분하고
왠만큼 복잡한 작업을 이것저것 많이 하실 자가정비인이라면
궁극적으로는 2주식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이 타입을 설치할 때 중요한 점은 층고입니다.
최소 3.8미터 이상의 층고가 확보되야만 리프트 자체를 설치할 수 있거든요.
물론 기둥 길이를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차가 안올라간다는 게 함정입니다.
그래서 천정이 낮은 경우는 위 사진과 같은 게이트형이 아닌
베이스형 2주 리프트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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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배선이 아래로 지나가고 두 기둥 자체의 높이가 3미터가 채 되지 않아서
이론적으로는 3미터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면 설치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차의 높이가 얼마인가가 중요하겠지요.
86같은 차들은 층고가 3.2미터만 있어도 문제 없더군요. ㅋ

이 타입은 차가 배선 덮개를 타고 넘어가야 한다는 불쾌감이 있긴한데
그게 싫다면 배선 부분만 매립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타입의 리프트가 있어도 하기 힘든 작업이 있습니다.
바로 얼라인먼트와 하체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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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퀴까지 지면 자체가 올라오는 타입이 아니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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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바퀴는 허공에 떴다가 지면에 다시 닿으면
차가 굴러갈 때와 똑같은 조건의 휠 얼라인먼트로 내려오지 않습니다.
바퀴의 하중만큼 축 쳐졌다가 그대로 지면과 맞닿기 때문이죠.
그러면 그만큼 하체 부속들의 연결부위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다시 차가 굴러가게 되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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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스펜션 부품들의 볼트/너트 최종 체결이나
얼라인먼트 교정 작업 시에는 타이어가 지면에 굴러갈 때와
같은 조건을 만들어 놓고 작업을 해야하지요.

타이어샵에서 모두 이런 리프트를 쓰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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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자가정비나 차고에는 좀 과한 장비이고
공간도 너무 크게 차지합니다.
2주식에서도 얼라인먼트나 하체 작업을 위한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딱히 추천할만한 리프트는 아닙니다.



다음은 공구류들을 한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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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은 대략 아반떼 HD 중고값 정도면? ㅋ)


공구는 우선 어떠한 작업을 하나씩 할 때마다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만 하나씩 장만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다 필요할꺼야 라는 생각에 미리 세트로 구매해 놓으면
분명히 자주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이 나뉘게 됩니다. ㅎ

그래도 세트로 딱 갖춰놓고 싶다면 
독일차 / 한국차를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수입차/국산차 정비를 하지 않는다는 숍이 있는 이유는
메이커별로 공구가 서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정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꼽아보자면...

1) 렌치세트

8, 10, 12, 13, 15, 16, 17, 18, 19mm 정도면 충분.
육각렌치 세트도 9피스 짜리 하나면 충분.
토크렌치는 3/8, 1/2 하나씩 장만.

2) 소켓세트

6각 3/8 10 ~ 22mm 정도면 충분합니다.
휠볼트용은 따로 장만하는 것을 추천.

롱소켓이나 헥스, 12각 등의 특수한 형상과 사이즈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장만하시는 게 합리적입니다.

유니버셜조인트 1/4, 볼조인트 3/8
소켓 연결대 등도 자주 쓰는데
복잡하면 세트로 구매하시는 게 속편합니다. ㅎ

3) 라쳇

3/8은 자동라쳇만 갖춰도 충분하고
1/2는 에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4) 드라이버

vessel 정도 이상급의 브랜드를 권하구요,
 역시 T7~T40 사이의 특수한 형상은
쓸일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장만.

5) 플라이어, 망치류

볼핀/우레탄 망치, (롱노즈)플라이어, 바이스플라이어,
클램프 플라이어(클램프 텐션 때문에 눈을 잃고 싶지 않다면 ㅋ)
내장재를 뜯는데 필요한 핸드 리무버(없으면 ㅡ드라이버로 하게 되므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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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비를 하다보면 자주 발생하는 일이 속칭 야마인데
그렇게 손상된 스크류, 너트 등을 잡는 전용 플라이어도 필요합니다.

그 외에 오일을 받을 수 있는 트레이와 작업등,
브레이크 패드 교환 시 피스톤을 눌러주는 풀러, 스프링 압축기 정도면
오일 교환, 브레이크 계통, 서스펜션 교환 정도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만지는 차가 무엇이냐에 따라
공구의 구성은 워낙 달라지므로 그 때 그 때 하나씩 장만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타이밍작업이나 헤드작업, 심지어 엔진 오버홀이라든가
하체의 각종 부싱들을 교환한다든가 하는 일에 들어서게 되면
이제 요단강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ㅎ


쓰다보니 처음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DIY 매니아들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거창한 것들을 이야기한 것 같네요.

그냥 재미로 봐주셔도 좋고
먼 미래에 나만의 워크숍 갖기를 꿈꾸시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라 해도 좋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면 댓글로 도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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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정비 어떻게 배울 것인가>에 대해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우선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자격증 공부 같은 건 아무 소용없다는 점입니다. ㅎ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