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없으면서도 흔한 차, 르노 메간 1.6 간단 시승기입니다.

이 차는 sm3의 해치백 버전인 듯 합니다. sm3로 보면 흔한차이고, megane으로 보면 없는 차 입니다.


1.6 휘발유 수동 렌트카 모델이고 정차 중 시동을 끄는 기능, 크루즈 콘트롤 이외에 별다른 옵션은 없었습니다. 뒷자리 유리창은 수동으로 열어야 합니다.


시승구간은 부다페스트-비엔나-쇼프론-부다페스트의 약 620km이고 이틀간 시내, 국도, 고속도로, 비포장 도로를 골고루 다녔습니다. 저는 수동 보유 경험이 없고, 수동차를 몰아본 날이 합계 1달도 되지 않는 수동 초보입니다.


프랑스 차의 익숙하지 않은 실내 레이아웃

트립 컴퓨터 버튼 - 이틀 동안 차를 몰면서 끝내 트립 컴퓨터 버튼을 찾지 못했습니다. 

좌석 목받침 높낮이 조절 - 왼손을 뒤로 뻗어 머리를 긁적이는 위치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이전 운전자는 찾지 못했는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조절되어 있었습니다. 

크루즈 콘트롤 on/off버튼 - 센터 콘솔에 오른팔을 올린 채로 손목을 아래로 꺾으면 손가락이 닿는 위치에 있는데, 아이콘의 모양이 익숙치 않아서 눌러보기 전에 무슨 용도에 쓰는 버튼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공조장치 - 다이얼 조절 방식인데, 바람이 나오는 위치를 표시하는 아이콘들 중 일부는 다이얼 버튼에 가려서 정상적인 운전 자세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오디오 - 버튼을 쳐다보지 않고서는 조작하는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모든것이 익숙해지면 불편하지 않겠지만, 운전자에게 조작법을 외우도록 요구하는 인터페이스는 친절함이나 직관적인 조작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초반에 답력이 민감한 브레이크 / 피곤한 직진

요즘 연비를 올리기 위해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유압식 장치들을 모터로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합니다. 그게 eps(electric power steering, 현기에서 쓰는 이름은 mdps)와 브레이크 assist인 것 같습니다.(브레이크를 모터로 어시스트한다는건 근거 제로이고 단지 제 추측입니다. 5분간의 구글링으로는 사실 확인을 못하겠네요) 문제는 얘네들이 예전의 유압식에 비해 효율은 좋을지 몰라도, 유압식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linear하지 않다'라고 표현하는듯 합니다. 메간의 브레이크는 수동 초보인 저로서는 클러치를 밟은 상태에서는 부드럽게 감속하는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기어를 중립에 넣고 왼발을 확실히 지지한 상태에서는 부드러운 정지가 가능했지만요. 이틀 중 첫째날은 바람이 30km/h정도로 많이 불어 횡풍의 영향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고속도로에서 130km/h로 주행중에 차선 반 개 정도 옆으로 밀려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때 스티어링에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차가 의도하지 않은 상태로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몸은 바로 인지하지만, 핸들에 피드백이 없으면 얼마만큼의 수정 조타를 해야 할지 시각정보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대응이 느리고 부정확하게 됩니다. 만약 유압식 스티어링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옆으로 반의 반도 밀리기 전에 정확햔 양으로 조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없는 상태에서도, 미세하게 직진을 위해 조타를 계속해야 했습니다. 시승차는 현재 판매중인 최신 모델인데,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의 필링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렌트한 opel corsa 수동은 이런 불만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연비는 16km/L 정도인데 정확한 것은 아니고 14~18km/L정도 구간 안에 들어가는 듯 합니다. corsa의 경우는 1.2 인데도 연비는 더 나빠서 14km/L정도이긴 했지만요.


조금 무서운 크루즈콘트롤

크루즈 컨트롤은 한국에서 렉서스 rx450h에서 잠깐 써보고는 오랜만에 사용해 봅니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 제한속도는 130km/h입니다. 여기에 맞춰 놓고 크루즈를 하는데, 다들 크루즈를 쓰는지 2차선 차들이 언덕이나 내리막에서도 같은 속도를 유지합니다. 재미있는것은 차종마다 속도가 다르게 측정되기 때문인지, 앞차와 미세하게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맘놓고 가는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버튼으로 속도를 조절해 줘야 했습니다. 핸들에 있는 +-를 누를때마다 2km/h씩 가감속되는데, 가끔씩 저속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10km/h정도로 세팅했을때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혼자서 가속되는 느낌이 좀 무서웠습니다. 가속중 앞차의 갑작스런 차선 변경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이 있었는데, 역시나 부드럽게 밟기는 불가능했습니다.(크루즈콘트롤 할때 발은 어디에 놓으시나요?)


별다른 불만이 없는 괜찮은 서스펜션

아직은 변속하기에 바쁜 처지라 스포티한 주행은 꿈도 못 꿨습니다. 130km/L에 크루즈를 세팅하고서 고속도로상의 코너를 돌 때 별다른 불만은 없었습니다. 감동을 주는 안정감이나 우직함 같은건 없었지만 불안함도 없었습니다. 160km/L에서도 불안함은 없었습니다.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의 말도 안되는 누더기 조각 같은 고속도로나 헝가리 국경 근처의 넘실거리는 물결 같은 지반이 연약한 국도에서도 스티어링과 브레이크만 저를 괴롭혔을 뿐, 서스펜션은 이 차의 체급과 용도를 생각했을때 승차감이나 평형 유지 능력, 머리와 꼬리의 움직임 등 제 기준에서는 지적할 만한 점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평가가 좀 짠 듯 하고, 합격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르노 메간은 골프와 겹치는 세그먼트이고 (가격대가 겹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유럽에서는 주력이라고 할 만한 체급인데, 조립 품질이나 전반적인 느낌은 좋았지만(레이아웃은 문화적 차이로 본다면) 스티어링과 브레이크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게 세계적인 트렌드라면 저는 앞으로 중고차만 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