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 차량에 필이 꽂혔습니다. 특히 지난 번에 K5를 시승해 본 후에는 더더욱 고민스럽게 만들더군요.

 

제가 원하는 차량은 순전히 제 개인용입니다. 출퇴근 및 장거리 출장이 주 용도입니다. 평소에 제가 원하던 차량은

1. 엔진은 6기통 혹은 8기통 자연흡기

2. 변속기는 클러치 페달이 달려 있는 6단 수동 (고로 SMG나 DSG는 제외)

3. 차형은 4 DR 세단

4. 후륜구동 혹은 4륜구동 방식

5. 모르는 곳으로 간혹 출장을 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정품 네비게이션과 하이패스 기능

이 있어야 한다.

 

위의 조건 중에서 5번은 다른 모든 조건을 포기해도 꼭 달성해야 할 가장 강력한 조건입니다. 저는 순정에 작은 액세서리를 꽂는 것 조차 끔찍히 싫어합니다. 핸드폰 번호를 앞 유리에 붙이는 액세서리만 조수석에 있을 때에만 허용합니다. 제차는 NF Transform F24S인데, 하필이면 하이패스기능이 장착되기 직전 모델이라 눈물을 머금고 칼을 댔습니다. 운전석 앞문을 따라 내려오는 전선 장착 광경을 떠올리면 끔찍합니다. 그래서, 이 차를 기회가 되면 바꾸겠다고 마음먹게된 계기죠.  여기에, 작년에 집사람 타라고 줬더니, 몇 군데 찌그려트려놨습니다. 뜨악~!

 

하여간, 5번 조건때문에 현기차 말고는 현재 대안이 없습니다. 이제 남은 1-4번 조건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8기통 자연흡기 차량이 있긴한데, 1억이 넘는 가격의 에쿠스는 일단 여러모로 제외입니다. 제 격과 맞지도 않고, 가격도 예산 범주를 벗어납니다. 고로 수정된 차량 선택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1. 엔진은 6기통

2. 변속기는 클러치가 있는 6단 수동

3. 차형은 4DR 세단

4. 후륜구동 혹은 4륜구동 방식

 

그런데,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량이 없어서, 뭔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제 운전성향을 고려하면, 젠쿱 380 수동과 K7 VG350 입니다. 일단 둘 다 1번 조건은 만족시킵니다. 두 차량의 가격조건 등은 적절히 제 수입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젠쿱은 3번을 포기해야 하고, K7은 2번과 4번을 포기해야 합니다. 두 차량을 모두 소유하기에는 경제력이 모자랍니다. 게다가 이번에 집사람에게 포르테 2.0을 구매해 주었기 때문에 더더욱 모자랍니다.

 

내장의 럭셔리함과 기타 여러 사항을 이모저모 따져보면 K7이 맞습니다. 제 개인적인 판단에는 K5와 K7이 출시된 이후에 최소한 국내에서는 동일한 가격에 한 차급을 낮추면서까지 폭스바겐 세단을 후보 명단에 올릴 이유가  전혀 없어졌습니다. 특히, VW의 자자한 국내 A/S 명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본산 차량들은 과거 경험을 통해 아예 제외입니다.

 

그러나, 6단 수동을 탐닉하는 저로서는 분명히 6단 수동에 대한 미련 때문에 끊임없이 수동을 찾아 헤메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마치 골프를 좀 배우면 끊임없이 골프장비를 찾아 헤메이는 골퍼와 같다고나 할까요?  골프 장비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제가 택한 방법은 피팅한 클럽이 아닌(!), 일반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클럽으로 골프백을 채운 후에 그 클럽에 적응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드라이버는 Titleist 909D3 Fujikura Rombax 7F09 9.5도에 아이언은 Callaway X-Prototype Dynamic Gold S300 이런 식이죠. 제 예상대로 1년 고생했더니 되더군요.

 

자동차도 마찬가지 접근입니다. 문제는 위의 5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차는 지극히 드물다는 것이지요. 일단 6단 수동이 상당히 맘에 걸립니다. 일단, 6기통 엔진을 갖춘 세단에서는 수동이 아예 옵션에서조차 없습니다. 수입차량의 특별주문도 한가지 방법이긴 한데, 차라리 현기차의 가격올리기가 착해보일 정도로 국내의 A/S 뜯어먹기 행태가 맘에 안드는데다, 5번의 강력한 조건 때문에 고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젠쿱으로 가는 경우도 생각해 봤는데, 젠쿱의 경우에는 세단이 아니라서 걸리는 문제만이 아닌, 제 뒷덜미를 잡아끄는 요인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 째로, 2.0 Turbo도 아닌 3천만원 대 중반의 가격의 차량에 걸맞지 않는 내장재질이 걸리고, 둘째로는 분명히 디자인 감각이 떨어지는 원가절감을 부르짖는 고위층의 입김이 불어넣어졌다고 저 혼자 확신하는 프런트 디자인이 맘에 걸립니다. 마지막으로는, 트렁크의 효용성입니다. 골프백은 둘째치고, 사는 곳은 포항인데, 고향은 인천이라 해외출장을 가게되면 인천까지 차를 몰고가서 부모님 얼굴한번 뵙고, 다음날 인천공항에서 떠나는 일정을 주로 택합니다. 돌아올 때에는 역순이고요. 이런 일정을 잘 소화할 수 있게 트렁크에 제 짐을 잘 꾸려서 넣을 수 있을까?

 

하여간, 이런 고민으로 오늘도 퇴근 후에는 인터넷을 헤집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