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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두 차종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그런차는 아니지만 우연히 두 차종을 동시에 와인딩에서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70년대 911부터 현행까지 911을 세대별로 모두 타면서 911의 핸들링이 진화하는 그 변화와 폭에 대한 저의 이해를 고려하면, 간단하게 말해 991로 세대가 바뀌었을 때 그 어떤 세대의 변화보다 급격한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두차종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997 GT3는 초기형이 3.6리터 플랫식스 415마력이고 8500rpm을 돌릴 수 있는 메츠거 엔진 탑재되어 있습니다. 2010년 3.8리터로 배기량이 커지고 20마력 더 커진 435마력이 되었고, 여전히 레드라인은 8500rpm이며, 마지막 메츠거 엔진을 장착한 차종으로 997 GT3 RS의 스페셜 모델인 4.0 RS를 제외하고 997중에서 가장 소장가치가 큰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주용차를 공도에서 나름 편하게 탈 수 있는 장점과 별다른 튜닝없이 서킷에서 있는 그대로 타도 엄청난 실력을 발휘하며, 엔진 스크레치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뉘르브르그링에서 4만킬로 이상을 가혹조건에서 타도 오일만 교체하고 탔다는 여성 뉘르 전문 드라이버 사핀의 칭찬이 아깝지 않은 그런 차입니다.


991 카레라S야 997 GT3에 비하면 흔하기 짝이 없는 그런차이고 400마력에 7단 PDK장착 그리고 PDCC로 유압식 스테빌라이져를 통해 차의 수평을 유지시키는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는 것 이외에 크게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문제는 코너를 대하는 911의 철학에 대한 문제인데 911은 전륜이 극도로 가벼운 구조이기 때문에 가속할 때 앞이 가벼워지고 상대적으로 후륜의 질량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후륜이 날라가게 되면 제어가 상당히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런 특성을 잘 이용해서 운전해야하고 휠베이스가 짧기 때문에 요잉을 아주 잘 이용할 줄 알아야 빠르게 탈 수 있는 그런 차입니다.


997로 진화하면서 마지막 공냉식인 993때 후륜을 토션빔에서 멀티링크로 바꾸면서 후륜의 급격한 움직임이 조금 마일드해졌고,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급가속중 앞이 가벼운 느낌은 사실 997로 오면서 많이 묵직한 느낌이 되긴 했지만 급가속을 하면서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에서는 조타를 많이 해야하는 기본적인 특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코너에 진입할 때 브레이킹을 하고 턴하고 가속패달을 밟고 빠져나오는 그런 상황에서 997까지는 턴인할 때 제동을 어떤 방식으로 압조절을 했느냐? 턴인 직전에 스티어링 값이 있느냐 없느냐? 코너중간에 가속패달을 밟는 양과 속도, 기어 단수, 회전수에 따른 토크의 차이 등등 이 모든 복합적인 내용에 운전자의 운전실력이 개입해야 합니다.


누구나 그냥 타고 그냥 돌고 그냥 멈추고 할 수 있을만큼 997은 운전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이 차를 심하게 몰아붙일 때는 이런 디테일한 면에 운전자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가 주행의 품질이 운전자에 따라 차이가 심하게 납니다.


특히 GT3는 일반 카레라보다 훨씬 예민하고 NA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레스폰스가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그리고 오버스티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타야하는 특성상 충분히 무서운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997 GT3로 달렸던 똑같은 코스를 991 카레라 S로 달리면 첫번째 드는 느낌이 한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부분입니다.

제동과 턴 그리고 코너 빠져나오면서의 재가속시 차의 요잉이 거의 없고 전륜이 가볍다는 느낌이 없으며, 강한 파워를 걸어도 후륜이 지나칠 정도로 든든하다.


물론 운전자의 실력에 따라 차의 움직임에 변화는 당연히 있겠지만 약간 개념없는 운전자들이 좀 아무렇게나 타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만약 997 GT3를 그렇게 탄다면 곧바로 사고가 날 것 같은 그런 상황도 991에게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으로 이탈없이 그냥 가는 것이죠.


전륜이 가벼운 느낌은 거의 느낄 수 없고, 가속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진의 위치가 997때보다 많이 차축에 가깝게 와서 무게배분이 달라진 것은 이렇게 짧은 형태의 스포츠카에는 사실 크게 작용한다고 봐야 합니다.


뉘르부르그링에서 991 카레라 S는 997 GT3보다 빠르다고 하는데, 제 경험으로도 같은 타이어를 신었다는 가정하에 보통 일반적인 와인딩에서 997 GT3로 991카레라S를 따라가는 것은 제법 힘들어 보였습니다.


물론 997 GT3는 기본 타이어 세팅이 미쉐린 컵타이어이기 때문에 일반 UHP타이어를 신었을 경우 하체의 스펙에 비해 타이어의 그립이 현저히 못 받쳐주는 느낌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991이  UHP만으로도 타이어의 한계 이상의 그립을 사용하는 느낌을 전달한다는 부분이 어떻게 보면 997

GT3에 투입된 포르쉐의 엄청난 경험치를 일부 무력화시킨다는 부분입니다.


운전의 재미나 참여도는 997쪽이 월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991이 재미없다고 하기에는 사실 너무나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911이 보통의 운전자들에게 코너에서 막 던지기에 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면 991은 운전자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는 그런 장난감으로 바뀐 것이지요.


PDCC자체가 운전자의 역할을 빼앗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너링을 향상시키는 보조 수단으로서 상당히 좋은 솔루션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차가 가진 기본적인 롤특성이 PDCC로 인해 상쇄되고 코너에서 차의 한계를 예측하는데는 약간의 방해요소이기도 합니다.


포르쉐가 991 GT3에 후륜 스티어링 기능까지 집어 넣고 수동 대신 자동변속기(PDK)를 장착한 것은 정말 갈데까지 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말도 안되게 빠르고 멋진데다가 고급스럽기까지 해 소비자들의 시선에는 포르쉐의 상품성은 하늘을 찌른다고 말하며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최상입니다.


이런 모험도 실력이 있으니 가능한 것이고, 이것저것 해보고 안되면 다시 살짝 과거의 것들을 조합시켜 스페셜 모델화시킬 수도 있고, 등등 포르쉐는 다양한 시도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자동변속기 GT3가 웬말이냐 해서 같은 엔진을 장착한 911 R을 출시시켜 며칠만에 다 팔아치우고 현재 911R은 신차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니 포르쉐의 브랜드 파워에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가치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게 할 수 있는 아주 행복한 브랜드입니다.


997은 997대로 991은 991대로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모델들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997에서 아나로그적인 드라이빙 감각은 1장 마무리되었고, 디지털을 가미시킨 2장을 991로 새롭게 열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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