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기간동안 우려와 기대속에, 찬반 양론을 겪었던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성공리에 치뤄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포뮬라원을 비롯한 국제규모의 레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제대로된 서킷에서 달려볼 수 있겠다는 즐거움, 국내 레이스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것이라는게 큰 기쁨이였고..  거시적으로는, 국익과 지역발전에 앞서..동남아 일본, 싱가폴, 말레이지아, 중국에 뒤져있던 자동차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곳 테드 내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간간이 잇슈가 되었지만, 어쨋든 F1 은 무사히 치뤄졌습니다.

세계 6억 인구가 즐기는 3대 스포츠로서의 F1 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테드를 비롯한 모터매니아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른 국내에서도 F1 드라이버가 탄생해,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또하나의 즐거움..

 

F1 이 개최되는 전라남도 영암까지는 약 350 km..

단지 그랑프리를 관람하는 일 뿐 아니라,  왕복하는 동안 고속투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 하룻동안 800~900km 를 빡세게 달려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 F1 관람은 또하나의 즐거움을 줍니다.  레이스에 출전해보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함으로.. 펴진도로에서의 투어링에는 피로를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데.. 영암서킷까지의 거리는 하루에 왕복하기에 딱 적당한 뻐근함을 주는것 같습니다.

 

일요일 오전 5시 30분쯤 남가좌동 집을 출발해, 수지에서 도영재님을 픽업하여 영암경기장에 도착하니 아직도 아홉시 대를 넘기지않은 아침이네요.  못가신 분들을 위해, 시간대별로 차근히 포스팅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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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시 반쯤 G스탠드에 입장했습니다.

서킷 주차장에 이르면, 스탠드 타워 뒤쪽에 붙어있는 알파벳을 보고.. 해당 스탠드가 가까운 자리에 주차하는게 좋습니다. 각 스탠드마다 입구가 따로있어, 입구에서 체크를 받고 들어가면 됩니다.  좌석번호가 정해져있지만,  먼저 온 순서대로 서로 양해를 구해 끼리끼리 앉을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조금 일찍 입장하면 뷰가 더 좋은곳의 자리를 맡을 수 있습니다.

 

스탠드 입구에는 아직 포장이 안되어 있어,  비가오니 온통 진흙바닥이라 신발과 바지에 진흙이 묻어났지만.. 나름 이동용 화장실도 여러개 갔다놓고, 불편하지 않게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90년대 초.. 영종도와 몽산포서 경기하던 시절을 회상해보면, 아주 양반중에 양반인 시설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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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재님과 셀프 컷입니다.

요즘 제수씨와 아들래미가 미쿡 유치원 연수를 가 있어서, 시한부 기러기아빠로 지내고 있으시다더군요.

외롭지 않냐..고 거듭 물었더니, 전혀 안그런 기색이십니다.  요즘..피부도 뽀송뽀송 젊어지신 듯도 하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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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한시쯤 되니, 쿠루룽~ 함서 배기튠이 된 SLS 한대가 어슬렁거리면서 트랙에 들어옵니다.

올시즌 공식 세이프티카로 지정된 멜세데스 SLS AMG 입니다.  포뮬라머쉰 만큼 시선을 끄는 차종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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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티카 운전은,  DTM 출신 드라이버가 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DTM (전독일 선수권전) 이벤트는,  포뮬라원 출신 드라이버가 전향해 출전해도 결코 우승권에 들기 힘들정도로 최고의 레이서들이 달리는 이벤트입니다.  제네시스쿱 원메이크전 차량들은,  SC 상황 중.. 세이프티카를 가까스로 쫓아가더군요.  젠쿱 후미권 드라이버는 선두와 점점 벌어지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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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돌기 시작하는  열한시 반 경의 서킷.. 1.2 키로에 달하는 스트레이트 구간.

메인스트레치를 돌아 달음박질 하는 가장 긴 롱스트레치 구간입니다.

G스탠드의 중앙즈음에 위치하니.. 300 키로 오버 초고속으로 달려오는 머쉰이 정면에서 풀코스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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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독 쪽에 함 가보려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군요.

완공 전에 가서 젠쿱세워놓고 사진찍어본걸로 만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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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을 살 수 있는 부스들이 묘연히 멀어서,  돈굳어 다행이다..싶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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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스탠드 바로앞길 너머 보이는 피트동 뒤,  스트레치 밑 연속 코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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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스탠드앞을 지나친 머쉰들은,  위에 보이는 코너를 돌아  H 스탠드 앞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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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스트레치 정면을 바라보는 카메라 부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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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외국서만 보아왔던, 서킷과 오피셜들이 있는 풍경이.. 국내에서 나온다는 점이 마냥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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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시 반이 넘으면서,  서포트레이스인 젠쿱전..출전 차들이  트랙에 입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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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용 헬기가 날고있고.. 분위기는 점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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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태백서킷에만 익숙해..  차들이 한바퀴 돌아오는데 왜이리 오래걸리는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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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300SL 을 복원한 디자인의 SLS.. 

F1 세이프티카 드라이버를 직업으로 해도 정말 신나겠습디다.

툭하면 나와서 실컷 뱅글뱅글 도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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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스탠드엔 외국인 관람객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서킷 지도를 보고 선택한건지.. 모르겠지만, 전체구간의 3분의 2 가량을 육안으로 볼 수 있고.. 고속코너링의 다이나믹한 장면을 즐길 수 있어서인지, 인기가 좋은 위치인 듯 싶더군요.  삼삼오오 자국의 드라이버를 응원하는 모습에,  성숙한 관람문화를 느낄 수 있겠더군요.  이들은.. 입구가 진흙바닥이건,  진출입이 불편하건.. 안내가 부실하건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는 '서비스'가 너무 발달해, 의례히 어디를 가던  대접받으려는 자세도 문제있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각국을 돌며 F1 을 진짜로 즐기는 매니아들은,  배낭매고 캠핑이나 허름한 모텔에서 숙박하며 경기장의 특색에 따라 순수하게 즐기는 모습입니다.  여건과 마인드에 따라 즐기는 문화가 더욱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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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쿱전 스타트 장면입니다.

수중전때 어두컴컴한 서킷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습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첫 국내 그랑프리에서 멋진컷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ㅎㅎ  원본은 멋있는데.. 사이즈를 줄이니 그리 멋지진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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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쿱전은 안타깝게.. 스타트 초반 정지한 차량에 연쇄추돌이 일어나,  SC 상황인 채로 예선순위가 그대로 반영되는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랩수를 너무 적게 잡은 탓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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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샬 분들도 경기를 함께 즐기는 모습입니다.

참~ 보기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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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계 최고의 빠른 사나이들이 무개차에 올라타 인터뷰를 하면서 트랙을 한바퀴 돌기위해 롱스트레치로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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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이나 모든 레이스는,  드라이버 캐릭터와 드라마를 알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됩니다.

포뮬라 머쉰에 덮개를 씌우지 않는 이유중에 하나는,  드라이버의 생동감을 관객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먼발치로 드라이버들이 다가오는게 보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마음이 설레이더군요.

 

레이스를 하는게..  어떤것인지 알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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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들의 친절함은,  중요한 상품 중의 하나입니다.

관객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따라,  인기도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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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윤곽만 봐도 누가 누구인지 알겠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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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는 한참때보다,  지금의 모습이 여유있고 멋있습니다.

어쩜 요즘이야말로.. 승부에 연연치않고  진정으로 레이스를 즐기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침없는 추격으로,  아이르톤 세나를 당황케하던 그시절의 루키..가 기억납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을 거듭하며.. 전설의 챔피언도 결국은 후배들에게 왕좌를 넘겨줍니다.

그게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가슴속엔 새로운 열정과 목표가 꿈틀거리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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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반바지 입은 친구는 누군가요?

점퍼 색을 보니, 로터스 드라이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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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머쉰들이 하나둘씩 트랙에 들어서 웜업주행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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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경기흐름은 모두들 아실테니.. 생략 하기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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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세 이후의 몇가지 꿈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성취나 명예욕은 물론, 가슴속에 단단히 붙들어 매어 두었고..

 

첫째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꾸려  육로 자동차 세계일주를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드라이빙 실력과 마인드는,  레이서 수준의 멤버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모두 살아남아야 하니..^^)

둘째는..  매년 3~ 5 군데 이상 F1 시즌 경기를 보러, 각국을 여행하는 것이고..

               WRC 나 빅이벤트 레이스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셋째는,  틈틈이 여건 될때마다 각 레이스 이벤트에 직접 출전하는 것입니다.

               (폴뉴먼은 73세에 데이토나에서 우승했지요.  저도 그나이까지 뛸 생각입니다.)

 

 

 

몇해전 일본 GP 여행을 위해 석달전에 티케팅을 해두었다가 일때문에 못갔던게 내내 아쉬웠는데,  국내 최초 그랑프리를 통해 F1 은 처음 관람했습니다.  국내레이스는 모든 이벤트를 18 년 간 지켜보았지만, F1 이 더욱 감동적이고 벅찬 이유는..  온몸을 휘감는 써라운드 배기음도 있고,  최첨단 머쉰의 엄청난 속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드라이버들의 각기 다른 캐릭터와 드라마,  히스토리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 뿐 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 전반을 둘러보면.. '진정한 가치' 를 갖는것은,  레디메이드 된 기성품(사물&사람) 이 아니라..  어떤 히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어떤 삶을 추구하느냐의 문제인 듯 싶습니다.   막히는 목포시내를 빠져나와 다섯시간 동안 서울까지 올라오는 내내..  단순히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인 F1을 관람하고 오는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향연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새로이 하는 작은 계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