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평일엔 뉴EF, 주말에는 540i를 타고 있습니다.

아이스 와인 한 잔 하고 나니 갑자기 생각이 나서 두 차량의 차이점을 정리해 보고 싶어지네요.

 

뉴EF 1.8 베타 (자동 미션 외엔 옵션 없음) - 2001년 10월 출고, 53000km 주행

E39 540i (거의 풀옵션) - 2002년 3월 공장 출하, 같은 해 8월 국내 등록, 93500km 주행

 

1. 구입 비용

당연히 540i가 비쌌지만 둘 다 상태에 비해 나름(?)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중고 구입)

하지만 540i의 경우 엄청난 보험료(2년 전에 40만 원짜리 자차 1번 처리했다고 가입도 잘 안 받아주는;;) 등등이 부담이 되네요.

자동차세도 배기량 기준이니 생각하면 좀 갑갑합니다.

 

2. 운전할 때 마음가짐(?)

Top Gear이 Jeremy Clarkson이 무르시엘라고와 가야르도를 비교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차를 탈 때면 occasion(행사)에 가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무르시엘라고에 타면 꼭 여왕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버킹검궁에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고 했죠.

그에 비해 아우디 냄새가 강하게 나는 가야르도의 경우 그냥 친구네 집에 맥주 한 잔 하러 가는 느낌을 준다고 하더군요.

 

뉴EF는 정말 편합니다. 문자 그대로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주차 공간이 넓든 좁든 부담이 없습니다.

고장 나면 고치면 되지 머~ 이렇게 생각하면서 편하게 탑니다.

언제든 잘 달려주고 잘 서주고... 출렁거리는 물침대 서스도 편안함을 더합니다.

 

540i의 경우 속도가 100km/h 이상이 되면 손에서 땀이 정말 많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히터를 손쪽으로 틀곤 합니다. 바람을 차갑게 해서...

원래 겨울철에 손발에 땀이 많은 편인데 뉴EF로는 목숨 걸고 150km/h 밟을 때도 이렇지 않았습니다.

고속 주행이나 기동 성능이 당연히 540i가 훨씬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아직 적응이 덜 되었는지 긴장됩니다.

 

3. 편의 장비/카오디오

540i의 경우 12방향인지 24방향인지 암튼 조절되는 열선/마사지/메모리 시트, ECM 룸미러, 주차 센서, 트립 컴퓨터 등등...

심지어 DSP라는 거창한 이름의 이퀄라이저와 음향 효과 장치도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뉴EF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설치한 프론트 오디오 풀셋, 사제 경보기와 클러스터 이오나이저가 달려 있지요.

완전 깡통 차량이지만 저에 맞는 장비들이 장착된 것이 많아 탈 때마다 뿌듯합니다. 특히 오디오는 음질 참 좋습니다.

(다인 홈용 미드+스캔스픽 9900 트위터 조합입니다. 우퍼는 떼어 버렸네요.)

 

암튼... 한 놈이 가진 건 다른 놈이 아예 못 가진 상황이라 참 비교가 어렵네요.

 

4. 수리/소모품 교체 비용

이건 정말 부품/부위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협력 업체에 가서 싸게 싸게 해도 말이죠.

뉴EF의 경우 아예 고칠 필요가 없는 애들도 많습니다.

중요한 부품인 등속 조인트의 경우 재생으로 갈면 양쪽 16만 원, 소음기는 사서 들고 가면 6.5만 원 - 공임 포함입니다.

게다가 1.8 베타 엔진이다 보니 크랭크 각 센서도 필요 없고 교체하는 경우가 드물고

써모스탯 하우징도 알루미늄이라 폐차 때까지 쓸 수 있습니다.

(시리우스 엔진을 쓰는 녀석들은 각 센서가 필요하고 써모스탯 하우징이 플라스틱이더군요.)

이런 면에서는 현대차가 나름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아직 쌩쌩한 택시들도 많이 보이고요.

 

반면 540i는 대박(?)입니다. 아시다시피 BMW 플라스틱/고무 부품 내구성은 정말 많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MAF, 산소 센서 4개, 크랭크 포지셔닝 센서, 브레이크 센서, 외기온 센서 등등 뭔 센서들이 그리 많이 들어가는지;;

 

한 업체에서 괜찮은 편이라던 하체 부싱류가 다른 꼼꼼한 업체에 가니 금이 간 놈들이 많으니 교체하라고 하기도 하고...

후륜이라 그런 건지 BMW가 원래 그런 건지 정말 뉴EF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최소 5배, 많게는 10배는 많아 보입니다.

 

기타 부품도 물론 case by case입니다. 예를 들어 뉴EF 연료 필터의 경우 부품값 만 원 정도, 공임은 3~5만 원 수준입니다.

540i의 연료 필터는 12만 원, 교체 공임은 1~2만 원 하더군요.

 

물론 부품은 독일이나 미국에 지인이 있다면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고요.

그렇지만 싸게 사 봐야 그게 뉴EF의 몇 배가 되는 건 기본입니다. 뉴EF에 아예 없는데 가끔 갈아줘야 하는 애들도 많고요.

참고로 540i가 아닌 다른 E39의 경우 현대/기아/대우 부품을 써도 되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540i의 경우 딱 1가지 봤습니다. 구형 EF용 에어컨 필터;;; 요건 두 개 교체해도 만 원 안쪽으로 해결됩니다.

워셔액 펌프도 대우 것이 호환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잭 개조가 필요하다고 해서 pelicanparts에서 정품 주문해 뒀습니다.

점화플러그는 원래 특정 모델 전용으로 나오는 게 아니니 예외가 되겠네요. (8개에 7만 원 아래쪽으로 구입 가능)

 

5. 잡소리

540i의 마일리지가 거의 2배이므로 공정한 비교는 아니지만 현재 540i가 4배 정도 많이 냅니다.

문짝 몰딩, 조수석쪽 C필러, 오른쪽 휠 등등 뭐가 이리 삐삐 끼끼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운 날씨 탓일까요? 뉴EF는 제가 문짝을 수도 없이 뜯었다 붙였다 했는데도 멀쩡한데 말이죠.

 

6. 운전의 재미/주행 안정성/기분 좋아지는 가죽 냄새/배기음

540i!!

 

원래 배기음에 전~혀 관심도 없고 신경을 안 썼었는데 전 차주가 달아둔 세븐이즘 듀얼 트윈 머플러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배압이 잘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엔드만 540i 전용으로 나온 것을 설치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7. 연비

뉴EF 1.8 - 신경 좀 써 주면 10~11km/L, 시내 주행이 많으면 8~9km/L 나옵니다. 혼합 9~10km/L

540i - 고속 위주의 정속 주행 시 10~11km/L, 시내 주행이 많거나 고속도로에서 계속 밟아댔다면 4~6km/L 나옵니다. 혼합 7km/L

 

이 정도네요.

 

뉴EF는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PC가 설치된 민박집에서 묵는 기분,

540i는 매우 잘 갖춰진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그러나 옵션 추가가 어려운) 호텔에서 자는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다 적고 보니 두 녀석의 교체가 필요한 부품들이 다시 생각나는군요. =_=

후딱 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