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문홍입니다.

매번 질문글과 좋은 글들로 정보를 많이 얻어가는 눈팅회원입니다.

게러지 게시판에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1. 내가 여기에서 글을 남기는게.. 과연 글을 싸는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2. 내가 걸어온 길들이 비록 꼬였어도(?)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험한 (?!) 미니의 길에서 조금 더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가지 않을까..
3. 게시판 보니 회원분들 다들 작업이 엄청나다..

등등 솔직히 미룰거리만 찾다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거의 유실되어, 몇 사진만 건지게 되어
글로만이라도 과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조금 매끄럽지 않아도 양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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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질주 보면서 티비 앞을 못 떠나던 꼬맹이였고.. 이제는 지 차 만지는 꼬맹이입니다..
이탈리안 잡은 안 봤습니다.)


서론이 다소 길 수 있습니다.

네. 저는 미니라는 자동차를 항상 마음 한 켠에 품고, 그러면서 동시에 다른 자동차를 소유해왔고..
이게 가져야만 치유되는 병이지요.

그것이 700마력짜리 수퍼카일지언정,
그것이 알라딘 양탄자같은 승차감을 가진 고급세단일지언정
(고급세단 안타봐서 잘 몰라요.. 표현이 이상하다면 죄송합니다.)

어쨌든 저는 미니가 갖고싶었습니다.

2012년, 고2때
저는 구미에서 고등학교 생활중이었습니다.
구미역 앞에서 오뎅 하나 물고 있는데
묵직한 싸운드와 함께 김이 펄펄 나는 가스렌지 위의 프라이팬 팝콘 소리를 내던 빨간 미니가
18살의 제 앞을 총알처럼 지나갔습니다.

그 때..

내가 서른 전에는 함 타 봐야겠다는 (아주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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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9살에 면허를 따고, 아버지가 강제로 운전 시켜서도 한 몫 했고
계속 자동차와 함께 했습니다..

작년까지는 12년식 I30수동을 갖고 있었습니다.

디젤이라, 가득 주유하고 화성에서 인제, 인제에서 5세션 타고 다시 화성 가도 기름이 남았던..

큰 탈 없이 탔습니다.

20년 11월 14만5천에 업어와서
22년 5월 21만9천까지 탔습니다.. 엄청나게 탔죠.
(화성-대전, 천안-대전 연애가 한 몫 합니다. feat. 한국도로공사)

나름 하고픈 거 다 하고 탔던 것 같습니다. 싹털도 해 보고, 브리드 버킷, 스파코 핸들, 불필요한 보강, 일체형 써쓰, 모비스튠 브레이크, 등등,, 디젤 공부도 많이 했구요.

이 차와 저의 말년운? 이 펴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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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끊임없이 한 달에 한 번씩 사고가 나서, 

보낼 준비를 해야겠더군요.

이 친구는 나와 더는 함께하기 어렵겠구나 했습니다.

22년 4월부터 미니 찾기에 매진했었습니다.

이미 여자친구에게 결재는 얻었겠다..
(사실 370z 결재 빠꾸맞..)

정해진 예산 안에서 괜찮은 차를 찾기는 쉬우면서 어렵더군요.
그렇다고, 시세가 높은 차는 아니지만
프레임 사고차가 은근 많았습니다. 여유공간이 정말 없는차라 그런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1. r57s (컨버터블 터보차져) - 매물을 4대정도 봤습니다만, 전부 다 이미 전차주의 손길이 넘을 수 없는 산을 넘은 튜닝들.. 그리고 야외주차+고양이 친화 아파트라 뚜따의 꿈을 접기로 합니다.
2. r59s (로드스터 터보차져) - 두 대의 깔끔한 곽철용급 순정파 매물.. 근데 한 대는 별로 안 가고싶은 인천+예산 다소 초과, 남은 한 대는 외판전손이 아닌 뼈대전손으로 저는 도저히 감당 할 자신 없음으로 패쓰..
3. r56s (해치백 터보차져) - 진짜 하루에 실차를 열 대 넘게 보면서 중고차 매매상들이 제정신 아니라고 할 정도로 차를 찾았습니다. 서울경기 모든 r56s를 다 본 것 같아요. 뭐 진상이지요.. 서류 미리 업로드 안 된건 그자리서 다 보면서 차 밑에 드가서 보고..

그렇게 한 달하고 24일이 흘러

제가 18살때 미니병을 얻게 해 준 빨간 미니를 조우했습니다.

제가 지금의 미니를 고른 이유는..

1. 스트라이프 데칼 제외 손 안 댄 외관
2. 실내 알칸타라 시트지 한 장 없는 깔끔함
3. 누유원 보이지 않으며 아이들 안정적임 (이 부분은 미래에 배신을 하게 됩니다.)
4. 준수한 7만km대 주행거리
5. 값비싼 m7 스웨이바와 bbs oem의 r98 휠 장착

이렇게 제 통장에서 돈을 꺼내게 해 주었습니다.

제 친구를 데려갔는데, 스캐너 찍어보고 서류 확인하고 남들은 안 하는 부분 확인까지 하는거 옆에서 본다고
고생 많이 시켰는데.. (사실 할 일 없다고 같이 감..) 제 아삼공 탁송까지 맡겼다는... (이 ㅂㄹ친구도 따라서 미니를 사게 됩니다. 껄껄.)

제 자동차 통장 (차살려고 코 묻은 돈 모으는 스물여덟살) 에서 차량대금을 지불하고
천안으로 내려왔습니다.

(매번 중고차만 샀지만, 그 때도, 지금도 중고차 사라하면 어렵고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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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차 두 대를 번갈아 보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f바디도 아니고,... 그 때 ... 18살때 봤던 r바디 미니라뇨..
bmw라면 e90을 사는 느낌일 것 같네요.

차를 타고 오는데 드는 생각이.. 날 것의 느낌이랄까요.

아직 서른도 못 살았지만, 편한 차를 타 본 적이 없는데
진짜 잘 모르는 사람이 타면, 뭐 이런 차가 다 있나 욕을 뱉을 정도의
날 것의 승차감과 조향은
저처럼 해치백 땅땅카에 환장하는 사람은 아니좋아할 수 없는 차 같았습니다.

아삼공은 편안함과 실용에 초점이 되어있어서.. 뭔가.. 건강하려는 msg 느낌이 강해서
제 입맛대로 만들기까지 참 오래걸렸습니다만
미니는 별 손 안대도 재밌겠구나, 서스펜션 돈 굳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서스펜션은 지출이 없는 중 입니다. 차고조절 한 것 빼구요.)

그렇게 저 사진을 마지막으로, 아삼공은 남미로 떠나는 여정을 걸었고,
저 빨간 미니는 저를 괴롭히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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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인수 후, 8월 중순까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가져오자 마자 엔진오일 / atf / 냉각수 교환부터 했구요..

네. 진짜 7월에 배터리 방전난 것 빼고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루 600키로씩 여자친구랑 2박3일 놀러다니면서도 컨디션이 좋았고..

연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6월, 7월 데이터를 지금 다시 꺼내보면
평균 연비가 14-15km정도 되었으니,
컨디션이 참 좋구나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8월에 현 회사로 테크트리를 바꾸게 되고,
평일은 시내주행, 주말에는 대전으로 장거리 연애하는 스케줄을 하게 됩니다.

8월 중순쯤 되었을까요. 짧은 장마가 끝나고
갑자기 8월 연비 데이터가 이상합니다.. 왜 10키로를 못넘기지..

그도 그럴 게.. 연 5000-7000키로를, 관리 이력도 잘 모르던 차를
한 달만에 3000키로씩 타 재끼니
당연히 차가 이상해질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엔진경고등이 저를 반기게 됩니다.
(형. 반가워. 앞으로 자주 보게 될거야.)

p0300, 0301, 0302, 0303, 0304

뭐지.. 왜 다 뜨지.. 이게바로 슈퍼노킹인가.

영남 지방에서 bmw 테크니션으로 있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야. 뭔 실화 코드가 다 뜨냐. 이거 그냥 뭐 하나 문젠데 다 싸잡혀 뜨는게 아니야?
- 마 그냥 뭐 쪼끔만 뭐 그캐도 슈퍼노킹 그칸다.. 니 이제부터 저렴한거부터 갈아라.. 플러그 갈았나?
안갈았는데.. 뭐 전차주가 갈았겠냐 대충 탔겠지. ㅇㅇ 일단 고견 감사함
- 지옥에 스스로 들어간걸 축하한다
나중에 내려가면 지옥미니 함 구경시켜 주께.
- ㅇㅋ 수고하소

일단 순서대로 짜 봅니다.
1. 점화 플러그 (작은 토크렌치 없어서 패쓰, 이건 정비소로)
2. 점화 코일 (뽑으면 빠지네? 이건 내가 해야지)
3. AFS 청소 (뭐야 아삼공은 4만원 주고 샀는데 이건 왤케 비싸.. 청소 조심히 해야지..)
4. 0300-0304 까지 다 뜨는거 보면 흡기 누설이 있나..

일단 가벼운 1,2항목을 실행합니다.

점화 코일은 회사로 주문해서 회사에서 갈고, 그거 낀 채로 천안 소재 푸조 잘 보는 샵 (푸조랑 공유하는 프린스 엔진이라 찾게 되었죠.) 으로 방문하여
점화플러그를 교환합니다. (베루, oe스펙 간극 0.72mm)

마침 또 주말이 다가와서, 대전으로 향합니다.

신탄진쯤 갔나..

엔진경고등 빡!

하하. 형 나 왔어. 그거 아냐. 형 잘못 짚음.


아.. 이런 우라질. 이제는 뭘 해야할까.

여자친구 집에 산 지 두 달 된 차를 타고 갔는데,
놀러 갈 때는 여자친구 차를 타고 가야하는 이 심정..

놀러가도, 밥을 먹어도
머릿속엔 온통 엔진경고등 뿐..

다시 주중이 도래하고
3,4번 항목을 실행 전에 생각 해 봅니다.

3번은.. 핫 필름 타입 afs인데.. 내가 이걸 청소만 한다고 능사느냐..
afs를 뽑아보니 대놓고 afs 경고등이 뜨는데, 너무 내가 앞서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4번도 고민 해 봅니다.
근데 흡기 매니폴드를 뽑으면 함께 볼 수 있는
인젝터 또한 마음에 걸립니다.

결국, 다시 푸조 잘 만지는 사장님께

1. 인젝터 청소 해 주세요.. 안되면 인젝터 신품 ㄱㄱ 할래요.
2. 엔진오일 1000키로 전에 갈았지만.. 연소실 클리닝 작업 가능하시다면 할래요.
3. 진짜 혹시 모르니, 흡기 매니폴드 가스켓 다 갈아주세요.

작업을 마치고

저를 2주정도 괴롭힌 작은 엔진 경고등은 떠나갔습니다.

마음 놓고 차를 탔습니다. 돈을 잘 쓴 것 같더군요.

그리고, 간만에 조금 달려봅니다.

X80을 넘어서 Y00까지 진입하는데

꿀럭꿀럭꿀럭!!!

디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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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줄이고 보니..

조금 큰 엔진경고등이 왔습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