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도로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짝퉁’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짝퉁은 더 이상 지탄의 대상이 아니다. 짝퉁이 중국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래서 ‘짝퉁 경제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해외 브랜드가 중국시장에 진출해서 짝퉁이 등장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짝퉁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말도 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일반적으로 모터쇼장에 가면 수입차와 현지 국가에서 생산되는 차가 전시된다. 하지만 중국의 모터쇼장에는 네 가지 종류의 자동차가 있다. 수입 브랜드와 외자기업과의 합작 생산 제품, 중국 기업들의 독자 모델, 그리고 짝퉁 모델이 그것이다. 2011 상하이오토쇼는 그런 ‘짝퉁 경제학’이 어떻게 제품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줄 것이다.

사실 ‘짝퉁’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원천은 포르투갈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을 스페인이 복제하고 다시 네델란드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베낀 영국은 산업혁명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됐다. 이어 받은 것은 미국이고 그 다음 순서가 일본, 한국, 중국 등이다.

사실 선진국들은 그들의 ‘짝퉁’ 시절에 대한 반성은 없이 경제력이 강해지자 ‘지적 소유권’이라는 그럴듯한 규제를 만들어 후발국의 발전을 막으려 하고 있다. 만약 자신들의 지적 소유권에 문제가 생기면 그들은 ‘특허권’으로 방호막을 친다. 이래 저래 힘있는 자들은 빠져 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어떤 제도든 마찬가지지만(특허, 저작권, 상표권을 비롯한) 지적 소유권이 유익한 것이냐 아니냐는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이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 지적 소유권 보유자들의 이해관계와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혹은 세계의 나머지 구성원들- 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런 균형이 제대로 잡혀야만 지적 소유권 제도는 애초에 계획했던 유용한 목적, 즉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격려하되 사회에는 최대한 낮은 비용을 부과한다는 목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미 경제적인 발전에 성공한 나라들은 그나마 그런 지적재산권의 행사에 동의하며 국제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정부차원의 WTO가입의 의미와는 달리 사회에서 ‘짝퉁’은 결코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매일경제신문의 중국 특파원을 10년간 지낸 바 있는 홍순도 기자는 [짝퉁 전쟁]에서 ‘중국, 사람만 빼고 모두 가짜?’, ‘중국에서 믿을 것은 엄마 외에는 하나도 없다.’ 라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2010년 5조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GDP의 20% 정도가 이른바 짝퉁경제와 이런저런 형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잠정적인 통계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짝퉁이 중국 내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이런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현재로선 개선될 가능성도 전혀 없어 보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홍순도기자는 지적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는 중국 내 짝퉁 휴대폰이 2009년에만 2억여대가 생산되었으며 수출 역시 같은 해 1억 5,000여만대로 같은 해 중국 전체 휴대폰 수출량의 절반을 차지한 것을 들 수 있다. 짝퉁 휴대폰을 제조하는 업체만해도 5,000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자동차에서도 ‘짝퉁 경제’가 마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시가 500만 위안 전후의 벤츠의 짝퉁차는 20만 위안, 700만 위안의 롤스로이스는 100만 위안의 짝퉁차가 팔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마티즈의 짝퉁 차 QQ로 잘 알려진 모델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차로 자리잡고 있다. 더 웃지 못할 일은 그 짝퉁차가 중국을 대표하는 ‘Auto China’는 명칭으로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는 베이징오토쇼와 상하이오토쇼장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상하이오토쇼에서는 전시장에서 차를 운반하는 사람들이 지리자동차의 짝퉁 롤스로이스를 오인해 롤스로이스 부스에 전시를 해 놓았던 헤프닝도 있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다. 현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알 수 없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필자도 실제로 짝퉁 롤스로이스에 무심코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짝퉁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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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전날 오후 준비가 한창인 상하이오토쇼장에 들렀다. 2년 전보다 하루 빠른 19일 막을 올리는 상하이모터쇼는 새로 건설된 상해 뉴 국제엑스포센터 SNIEC(Shanghai New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에서 28일까지 10일 동안 개최된다. 이미 상하이오토쇼 프리뷰를 통해 글로벌 메이커들의 세계 최초 공개차의 소식을 전했지만 갈수록 중국시장에 대한 메이저 업체들의 공략은 거셀 것이라는 점을 감지할 수 있었다.

1985년 처음 시작된 상하이모터쇼는 UFI(Union des Foires Internationales ; Union des Foires Internationales 의 이탈리아어로 1925년 밀란에서 창립되어2008년 84개국 520개 회원사가 있다.)로부터 인증받은 중국 최초의 국제 오토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2009년 상하이오토쇼는 17만 평방미터 널비의 전시장에 25개국 1,500여개국 업체가 참가했으며 38개국에서 7,287명의 저널리스트들이 방문했다고 주최측은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