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상하이오토쇼장의 각 부스에는 유난히 배터리 전기차의 전시가 많았다. 그동안 중국자동차 업체 중 BYD 가 전기차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제는 중국 현지 업체는 물론이고 해외 업체들도 모두 배터리 전기차를 전시해 앞으로의 시장 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글 사진/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혼다의 이토 다카노부 사장이 2012년부터 중국에서 배터리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상하이오토쇼장에서 밝혔다. 뷰익은 시보레 볼트의 파생작인 플러그 인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인비전을 공개했다. 차명은 크로스볼트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토요타는 가정용 충전장치를 선보였다.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가 아니었다면 대부분의 언론들은 ‘배터리 전기차가 쇼장을 장악했다.’고 쓸 정도로 많은 모델들이 모든 부스에 등장했다. 물론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한 하이브리드카도 많았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중국 토종기업들까지 연료전지 전기차 컨셉트카를 내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하이오토쇼에 전기차(하이브리드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연료전지 전기차 포함)가 많이 등장한 것은 중국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 중국운 뉴 에너지 비클로 불리는 친환경차에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1천억 위안(약 152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간 판매대수를 5백만 대로 잡았다.

투자와 함께 판매 증진을 위한 세제 혜택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구입 단계의 세금을 전액 면제해 준다. 그리고 2015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오너에게 구입세와 소비세를 절반으로 감면해 줄 계획이다

더불어 배터리 전기차의 운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CNS(China News Service)에 따르면 2011년 1월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 87개의 충전 스테이션이 있다. 26개 도시에 걸쳐 충전기는 5,179개, 충전 포스트는 7,031개가 설치됐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관련해 12개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을 만큼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전기차를 밀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자는 취지이다. 중국은 전체 오일 소비의 54%에 해당하는 2억 4천만 톤을 수입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28%를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대기오염도 심각한 상태이다. 중국은 201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생산 최소 50만대, 그리고 2,351개의 충전 스테이션을 세울 계획이다.

지난 4월 베이징시는 ‘자동차산업 12차 5개년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자동차세 면제는 물론, 차량등록 제한 및 승용차 운행 제한 등의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자동차 구매 보조금 우대 혜택도 대폭 늘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의 구매 보조금을 각각 최고 5만 위안, 6만 위안씩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 6 만 위안 외에 베이징시가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 베이징시는 2012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차 보급을 3만 대(배터리 전기차 2.3만 대)까지 늘리고, 2015년까지 전기승용차 보급을 1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기 충전설비 6만 개와 충전소 100개를 빠른 시일 내에 건설할 계획이다.

그런 중국의 전기차 계획을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폭스바겐. 이미 중국에서 전기차 프로젝트를 발표한 정도로 적극적이다. BMW도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5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5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양산이 예정된 모델이다. 2013년부터 중국 내 판매가 시작되며 생산은 브릴리언스와 합작한 심양에서 진행된다.

파워트레인은 215마력의 힘을 내는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95마력의 전기 모터로 조합된다. 전기차 모드에서는 최대 항속 거리가 75km이며 60km/h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엔진이 더해지면 최대 항속 거리는 400km 이상으로 늘어난다. 5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시스템과 전장품, 배터리는 화천자동차(브릴리언스 오토)와 공동 개발했다. 보다 자세한 제원은 모터쇼에서 공개된다.

이런 중국의 전기차 사정의 변화에 따라 디트로이트 토마스컨설팅은 일본과 유럽, 미국, 중국 등에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의식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의욕이 가장 높은 것은 중국이었다고 한다.

이 조사는 1년 이내에 구입 또는 리스할 가능성이 높은 층의 비율이 중국이 50%로 가장 높았으며 일본은 4%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소비자들이 구매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높은 가격과 충전시간 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운전자의 94%가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80km이하여서 앞으로 잠재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 업체들 중 배터리 전기차에 가장 적극적인 BYD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그들이 개발했다고 하는 전기차의 시스템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BYD는 원래 휴대폰 배터리제조회사였다. 2003년에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짝퉁차를 만들면서 자동차산업에 뛰어 들었다. 그 이후 디트로이트 등 국제모터쇼장에 참가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급기야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에게 큰 이익을 안겨 주기도 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더 집중시켰다.

하지만 최근 BYD의 가치 상승은 주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환경 정책이 그렇듯이 정치적인 이슈가 되면서 중국에서는 당분간 배터리 전기차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중국의 현실을 2011 상하이오토쇼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일부 부스에는 일반 승용차보다 배터리 전기차,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전시가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