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Geely)자동차의 짝퉁 모델 롤스로이스는 국내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었다. 2009년 상하이오토쇼를 통해 선 보인 지리 GE라는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에는 앞 번호판 자리에 ‘Geely GE’라는 차명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2011 상하이오토쇼에서는 ‘吉利 卓越 GE’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문자를 빼고 한자를 사용한 것부터 눈길을 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포드로부터 볼보를 인수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지리자동차는 최근 생산과 판매망 확대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사용해 오던 지리 브랜드를 2012년부터 없앨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데일리에 따르면 지리는 최근 상하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매장을 오픈하면서 2012년 상반기부터는 지리 대신 엠그란드와 글리글, 엔글론 3개 브랜드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지리는 올해 말까지 엠그란드 전용 매장은 200개, 2012년에는 2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각 딜러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딜러의 수를 늘리지는 않겠다는 설명이다. 엠그란드(Emgrand)와 글리글(Gleagle), 엔글론(Englon) 브랜드를 내세워 각각의 성격에 맞는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자동차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리는 2015년까지 해외에 15개의 공장을 설립한다. 이와 함께 생산과 판매 모두 연 2백만 대를 넘기겠다는 설명이다.

또 모델 라인업도 대폭 확대한다. 2015년까지 5개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델 가짓수는 4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재의 모델 가짓수는 15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6개의 엔진 플랫폼에서 10개 이상의 엔진이 나오며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풀 라인업도 구축한다. 올해 8월에는 유럽에서 엔글론 TX4를 수출하기도 했다. 지리는 영국의 MBH(Manganese Bronze Holdings)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하지만 그런 발표와는 달리 지리는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기준에 적합치 못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지리는 남미 NCAP 충돌 테스트에서 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안전성을 보였다. 남미 NCAP는 이번이 처음으로 유로 NCAP와 거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지리의 CK1은 에어백이 없긴 했지만 별을 하나도 받지 못한 것은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남미 NCAP는 운전자 신체의 모든 부분에 걸쳐 큰 충격이 가해졌다고 이번 결과를 설명했다. 또 단순히 에어백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보디의 설계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지리의 CK1은 전방 충돌 시 루프는 물론 도어 주위가 완전히 함몰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리는 볼보를 인수하고 영국의 LT1 지분 20%를 사들이는 등의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열심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안정성은 여전히 함량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그레이트 월의 X240은 작년의 호주 NACP에서 별 4개를 받기도 했다. 예전에는 브릴리언스의 BS6가 독일 ADAC 충돌 테스트에서 별 0개를 받아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 지리가 이번 상하이오토쇼장에 마련한 부스에는 보닛 등에 별 다섯 개의 그림을 그린 차들을 다수 전시했다.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전기차에 대해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BYD도 처음으로 전기차 컷 모델을 전시해 눈길을 끈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연 이들을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그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吉利 卓越 GE’라는 모델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2년 전 롤스로이스 짝퉁 모델 GeelyGE의 앞뒤 디자인을 바꿔놓은 것에 불과하다. 롤스로이스의 짝퉁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서라는 해석보다는 그들의 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그동안 BYD가 실체도 없는 전기차를 부각시킨 것과 마찬가지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자동차와 치루이자동차 등의 짝퉁 능력은 다른 중국 토종 업체들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발전했다. 모터쇼장에 전시된 컨셉트카들을 외관만으로는 더 이상 조잡한 중국산이 아니다. 그것이 진정한 기술력의 발전인지 아니면 짝퉁기술의 발전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