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신드롬!’, ‘임재범 현상.’
‘세시봉’, ‘나가수’. 최근 문화계의 큰 이슈를 표현하는 단어 들이다.

세시봉에서 윤세환과 송창식을 만나 귀가 번쩍 띄었다. 과거 성악가의 무대를 통해 인간의 목소리보다 좋은 악기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때 세시봉 가수들의 노래에 심취했었다. 기타를 배워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때는 팝송 시대였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가요보다 팝송이 많았다. 그래서 팝송에 대한 향수가 진하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이후 발라드가 많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락과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도 알게 됐다. 랩이라는 생소했던 음악도 이제는 익숙해져 있다. 그런 흐름 속에 사라질 것 같던 트로트 열풍이 불더니 언제부터인가 걸 그룹과 아이돌이 화면을 장악했다. 시대의 변화다. 원하는 장르가 다르고 그런 요구에 맞는 엔터테인먼트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세시봉 시대의 필자는 걸 그룹과 아이돌의 노래를 알지 못한다. TV화면을 통해 자주 접하지만 볼 때 뿐 몇 분만 지나면 그들의 ‘쇼’가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노래가 아니라 ‘쇼’라는 평론가들의 의견에 동조하게 됐다.

그러다가 불과 몇 달 사이에 ‘세시봉’과 ‘나가수’에 의해 다시 목소리가 악기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어느날 윤세환의 ‘길 가에 앉아서’와 송창식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들으면서 그 가사에 심취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임재범이’너를 위해’로 가슴을 쥐어 짜더니 감기가 든 상태에서 녹화한 ‘중간 점검’ 시간에 짧게 부른 윤복희의 ‘여러분’을 들으면서 눈가가 촉촉해 지는 나를 발견하고 소스라쳤다. ‘내가 왜 눈물을?’

한편의 시인 ‘세시봉’의 노래가 심금을 울리고 임재범의 가창력이 그에 걸맞는 노래와 어울려 카리스마를 발하면서 듣는 청취자는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는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음악의 힘이다. 음악의 기능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갖고 무언가 다른 것을 찾는다.

그런데 갑자기 ‘립싱크’를 법적으로 제한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아연실색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악다구니’를 써 대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한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그것은 곧 창의성의 박탈이다. 필자가 지금 ‘세시봉’과 ‘임재범’에 심취하듯이 지금 세대들은 나중에 ‘소녀시대’와 ‘2PM’에 대해 떠 올리며 그들만의 향수를 떠 올릴 것이다. 내가 트로트를 좋아하니까 TV에는 트로트만 틀어라 하는 것은 횡포다. 아이돌 그룹 팬들 중 일부가 트로트를 무시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새로운 자동차가 나올 때마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분출에 놀라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등장하는 자동차는 거의 수퍼 컴퓨터와 맞 먹는 성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디지털화되어가고 있다.

그런 트렌드는 특히 ‘신상 천국’인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다.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차를 시승하는 필자도 이미 디지털화가 진행되어 그런 흐름에 익숙해 있다. 그런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때는 시대에 뒤 떨어진 상품성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이 하나의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주류와 다른, 전통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다름'이다. 그‘다름’을 인정하면 서로 행복해진다.

짚과 랜드로버 브랜드를 만날 때 바로 그런 ‘다름’을 다시 떠 올린다. 나아가 이처럼 거칠고 터프한 감각의 자동차를 탔던 적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쏠림’이 강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글로벌 트렌드는 아니다. 문화와 환경의 산물인 자동차는 문화와 환경의 차이에 의해 받아 들여지는 것도 다르다.

짚 랭글러는 지극히 미국적인 문화를 반영한 자동차다. 랭글러는 그 짚 브랜드가 만드는 정통 오프로더다. 짚 브랜드의 대표 모델은 우리에게는 체로키와 그랜드체로키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짚 브랜드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모델은 랭글러다. 랭글러는 1941년에 등장한 오리지널 짚의 직계 모델이다. 짚 브랜드의 뿌리인 윌리스 MB라고 하는 차가 전쟁터에서 태어나 자라난 만큼 그 성격은 거칠고 험한,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만들어 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짚 브랜드의 대표 오프로더가 랭글러이고 오늘 시승하는 랭글러 루비콘은 ‘랭글러 중의 랭글러’라고 불리우는 ‘전사(戰士)’루비콘이다. 랭글러는 그랜드체로키와 함께 미국인들에게 포드 머스탱 이상으로 아이콘적인 존재다. 이런 정통 오프로터를 표방하는 모델로는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가 거의 유일한 경쟁 모델이다. 토요타의 랜드크루저는 그랜드체로키 등과 비교하는 모델이다.

(2011 짚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