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글로벌 전략차 '초고속 제트기류' 제타

오늘 시승하는 제타의 차명은 초고속 제트기류를 의미한다. 폭스바겐의 차명은 미국지명을 주로 사용하는 현대차와는 달리 바람의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 전신인 보라(Bora)는 지중해 북쪽 이탈리아지역의 아드리아 연안에서 부는 상쾌한 바람, 파사트(Passat)는 무역풍이고 골프(Golf)는 멕시코 만류에 부는 강한 바람, 산타나(Santana는 멕시코 캘리포니아만(灣)에 놓인 코르테즈해를 횡단하는 사막의 돌풍, 시로코(Scirocco)는 북아프리카의 더운 사막에서 이탈리아로 불어오는 바람의 이름이다. 물론 투아렉(Touareg)처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 부족의 이름을 딴 예외도 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골프의 세단 버전인 제타가 처음 데뷔한 것은 1979년이었다. 주로 북미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1983년의 2대째 모델은 제타2, 그리고 1992년 등장한 3대째에는 골프 세단의 이미지 불식을 목적으로 이름을 벤토(Vento)로 바꾸었다. 다시 1998년의 4대째에는 보라라는 차명을 부여하기도 했었다. 당시에도 미국시장에는 제타라는 차명을 사용했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데뷔해 이듬해 국내에 수입된 5세대 모델부터는 전 세계 모든 시장에 제타로 통일되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2년을 전후 해 벤토와 보라가 수입됐었다. 당시 일부에서는 과연 소형 세단 보라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도 통할 것인가 의구심을 표시했었다. 수입차라고 하면 고급차라는 등식이 통하는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해치백 골프에 대해서도 수입업체 경영진마저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보라는 당시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보라와 골프의 수입을 주장했던 당시 수입업체 경영진 중의 한 사람이 현재 폭스바겐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시장을 보는 눈이 다르고 그 결과에 따라 입지도 달라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5세대 모델부터 제타는 본래 독일차가 갖고 있는 단단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한 기본기에 충실한 이미지를 살리고자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본기에 충실함으로써 오랫동안 타도 실증 나지 않고 단단한 차체와 서스펜션, 그리고 대량생산이지만 독일의 장인정신, 즉 마이스터의 기술이 축적된 자동차를 만든다는 기본 자세를 견지한다는 폭스바겐다운 캐릭터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골프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브랜드 내 포지셔닝은 골프와 파사트의 중간 세그먼트를 담당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골프가 더 많이 판매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제타가 골프를 크게 앞지른다. 예들 들어 5세대 제타 모델의 경우 2005년 미국시장에서 10만 4,063대가 팔려 브랜드 내 30%를 점했다. 폭스바겐 전체 판매 29만 2,865대 중 골프는 1만 5,690대였다. 이와는 달리 일본시장에서는 2005년의 경우 전체 5만 3,441대 중 50% 가량이 해치백 골프가 판매되어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장에서는 2010년 제타 2.0 TDI 가 755대, 골프 2.0 TDI 2,988대, 골프 GTD 877대 등으로 골프가 더 많이 팔렸다.

2009년의 실적도 미국시장에서는 8만 8,000대가 판매된데 비해 유럽시장에서는 5만 2,000대. 미국시장에서는 토요타 카롤라의 26만 8,000대, 혼다 시빅의 21만 4,000대의 1/3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2018년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대 메이커를 목표로 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입장에서는 제타에 들이는 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 활약을 배경으로 제타는 누계 960만대 이상이 판매되어 1,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생산은 멕시코.

제타는 폭스바겐의 세계 전략차다. 한국시장에서는 워낙에 새로운 것만 좋아하는 문화(?) 탓에 보수적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모든 시장의 소비자들이 한국과 같지는 않다. 폭스바겐은 최근 세 확대를 위해 다양한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제품성에서만큼은 그들의 계획대로 그들의 길을 가고 있다. 이번 달부터는 미국 테네시주에서도 생산을 시작해 본격적으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크게 보아서는 폭스바겐과 토요타, 현대기아의 3파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지켜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폭스바겐 제타 2.0 TDI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