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8, 소비자들의 욕망을 이해한 마케팅 도구다.

“R8은 마케팅이다. 소비자들의 욕망을 이해한 마케팅 도구다.
R8은 머신이다. 유니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반영한 머신이다.
R8은 경쟁 브랜드들과의 비교 우위를 주장하는 브랜드 이미지 리더다. 유럽 분류 기준 F스포츠에 해당하는 SLR과 포르쉐 카레라 GT 등과 경쟁을 위해 개발된 아우디의 심벌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전형적으로 자동차를 유럽 문화의 산물로 본 마케팅 차원에서의 제품 분석이다. 모든 이들이 이런 류의 수퍼스포츠카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머신이 없어도 비즈니스에 성공한 예가 많다. 굳이 이 세그먼트의 모델이 없더라도 소비자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자동차는 유럽 문화에 기인한 성인들의 대형 고가 기호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시장이 달라도, 규모가 적더라도 그런 문화에 영향을 받아 온 사람들은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이 시장이다.

아우디 R8과 같은 차는 럭셔리 세단 A8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상징적인 존재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장르상으로는 스포츠카, 세그먼트로는 F스포츠에 해당하는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그 많지 않은 브랜드들이 내놓은 차들의 가격은 비싸다.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사실 자동차라는 상품도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업종의 본질이라는 관점에서 지배를 받는 것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이다. 자동차의 업종의 본질은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A8의 시승기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업종의 본질을 바탕으로 시대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단축, 속도 전쟁, 안전, 서비스, 품질, 연비, 디자인, 환경 등으로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다른 모든 브랜드들도 이런 본질에 충실한 마케팅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뚜렷이 차이로 가격표를 매기고 있다. 그 배경에는 마케팅이 있다. 브랜드를 형성하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뒷받침해 주는 기술력이 있다. 여전히 자동차는 근본적인 본질에 충실하는, 본능을 자극하는 제품이라는 점이 먹힌다. 그 중 0-100km 4.1초, 0-200km/h 12.4초, 최고속도 313km/h라는 수치는 중요한 소구에 속한다.

우리가 ‘기호품’ 차원에서 소유하는 제품들 중 자동차처럼 개인의 공간을 확보해 주면서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도구는 없다. 단지 시간만 단축시켜 주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내 의지대로 조작해 다른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본능을 해소 해 주는 도구로 자동차만한 것이 없다.

이런 장르의 자동차는 ‘스토리’가 있다. 어떤 역사를 통해 이런 제품이 탄생했는가가 그것이다. 더불어 그 스토리는 영화 등 미디어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젊은이들의 로망이 된다. 숱한 영화 속의 자동차들만을 별도로 다루는 필자가 있을 정도다. 그것은 곧 마케팅의 근원인 ‘인간의 욕망’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아마 가장 많은 자동차를 등장시키는 영화는 007이지 싶다. 여기에 ‘분노의 질주’시리즈를 비롯해 20세기형 등도 아직까지 뇌리에 선하다.

최근의 작품 들 중 ‘미션 임파서블’이라든가 ‘트랜스포머’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 주었다. 프랑스 영화 ‘택시’와 ‘60세컨즈’에서도 자동차가 주연이었다.

아우디 R8도 그런 로망을 위해 영화 ‘이이 로봇’과 ‘아이언 맨’을 동원했다. 아이로봇에서는 컨셉트카로, 2008년 원작의 아이언 맨에서는 양산 버전인 쿠페가 등장했고 2010년 공개된 버전 2에서는 스파이더를 선 보였다. 제이슨 스타댐이 주인공인 ‘트랜스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우디 A8도 세단이면서도 전지 전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나타나는 형태는 달라도 자동차는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은 영화 속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타는 자동차를 제공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전개한다.

아우디 R8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파리모터쇼 전날 밤 파리 북부 라데팡스에서 있었던 별도의 발표회장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기자들이 거의 참석했다고 하는 이날 발표회에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R10도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R8은 당시 2006 파리살롱의 하이라이트를 멋지게 장식했었다.

아우디로서는 처음으로 개발한 미드십 스포츠카인 R8은 이미 르망 콰트로라는 컨셉트카를 통해 수 차례 그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는 모델이 양산형으로 발전한 것이다. 컨셉트카의 차명을 르망 콰트로라고 한 것은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의 우승을 한 머신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르망 콰트로의 발전형, 즉 양산형인 R8은 아우디의 기술력을 총 집결한 것이다. 차체와 섀시는 알루미늄제로 이는 초대 A8 이래 아우디가 대형 세단과 뉴 TT 쿠페에 채용하고 있는 ASF, 즉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Audi Space Frame) 컨셉에 기초한 것이다.

아우디 R8은 네카슬룸공장에 전용 라인에서 생산된다. 2006년 108대를 시작으로 2008년 5,016대까지 팔렸었다. 이 후 금융위기로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2009년 스파이더가 추가됐으며 2011년 3월까지 누계 판매대수가 쿠페는 1만 3,385대, 스파이더는 1,761대. 경쟁 모델들에 비하면 볼륨이 크다. 한국시장에서도 쿠페가 159대, 스파이더가 20대나 판매됐다.
(아우디 R8 스파이더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