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미국시장 베스트 셀러로 포드 살린다.

미국시장은 전통적으로 대 배기량차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1990년대에는 픽업트럭과 SUV의 판매가 급증했다. 자동차회사들은 수익성 높은 픽업 트럭과 SUV에 매진했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익스플로러가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갱신하면서 승용차 시장을 포기했었다. 21세기 초까지도 그런 현상은 지속됐다. 2006년 기준 미국시장 베스트 셀러 10개 모델 중 픽업 트럭과 SUV 등 미국시장 기준 라이트 트럭으로 분류되는 모델들이 6개나 포진했었다.

판매대수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났다. 2006년 베스트 셀러 1위 모델 포드 F-150시리즈의 판매대수는 98만대에 달했다. 세단형 베스트 셀러 1위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는 40만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시장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당시 시장 상황은 토러스 등은 렌터카 용으로만 인식됐고 중형 세단은 일본차가 장악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석유가 고공행진과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장이 변했다. 미국의 IHS 오토모티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미국의 신차 판매에서 4기통의 점유율은 43%였다. 4기통이 가장 인기 있는 엔진이 된 것이다. 2005년에는 V6의 점유율이 43%였다. 4기통은 판매가 꾸준하게 늘어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절정에 달한 2009년에는 처음으로 V6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반면 V8은 V6보다 판매 감소가 더욱 심하다. 2005년의 경우 3대 중 1대는 V8이었지만 올해에는 6대 중 1대로 급감했다.

IHS 오토모티브의 집계에 따르면 4기통의 점유율은 2005년 26%, 2007년 31%, 2009년 40%, 2010년 43%로 꾸준히 높아진 반면 같은 기간 6기통은 43%, 40%, 36%, 37%로 감소하는 추세다. V8은 29%, 26%, 23%, 18%로 감소폭이 가장 크다.

대량 판매를 제외한다면 4기통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진다. J.D 파워는 소매 판매만 따졌을 때 4기통의 점유율은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2006년의 33%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4기통의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유가 상승과 연비 규제가 결정적이다. 메이커들은 새 연비 규제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4기통 모델을 많이 내놔야 하고 소비자도 고연비 모델을 찾고 있다.

전체 판매를 보더라도 중소형차의 비율이 많이 늘어났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2005년에는 소형과 중형의 판매 비율이 36%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44%까지 상승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4기통이지만 V6와 맞먹는 출력을 내는 것도 한 요인이다. 포드의 에코부스트나 현대의 쏘나타 터보가 한 예이다. 포드는 미국 내 모든 모델에 에코부스트 엔진 및 6단 변속기를 적용할 계획이기도 하다.

미국도 점진적으로 엔진 사이즈가 줄어들 게 확실하다. 콘티넨탈은 2017년이 되면 북미에서 생산된 엔진 중 340만 개는 2리터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120만개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5대 중 1대는 2리터 이하와 같은 수치이다. 올해는 2리터 이하 모델의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베스트 셀러 모델에도 변화가 있다. 2011년형 포드 F-150 판매의 35%는 V6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F-150 판매의 3대 중 1대는 3.5리터 에코부스트 또는 3.7리터 V6이다. V8 비중이 높았던 이전에 비하면 V6 판매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 퓨전의 활약이 돋 보인다. 포드 퓨전의 2010년 판매가 20만대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5%가 늘어나 미국 브랜드 베스트 셀러 모델로 등극했다. 포드 승용차의 연간 판매가 20만대를 넘은 것은 2004년 토러스(24만 8,148대)와 포커스(20만 8,339대)가 마지막이었다.

퓨전을 비롯한 피에스타 등의 활약은 포드 브랜드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포드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다시 토요타를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포드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2010년 말 기준 16.4%로 2009년 15.3%, 2008년 14.2%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포드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1% 이상 확대된 것은 1980년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경쟁 모델은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쉐보레 말리부, 현대 쏘나타 등.

디트로이트 빅3 중 끊임없이 뉴 모델을 개발해 선 보인 메이커는 포드다. 다른 구호를 외치기 보다는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세였다. 그래서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와는 달리 파산보호신청을 하지 않았었다.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의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시장에서는 마케팅이 활발하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포드 퓨전 2.5 SEL 시승기 중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