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시승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머지 않은 TAG 판보로우(Farnborough) 전세기 공항에서 시작됐다. 통상적으로 공항에서 집결할 경우 뉴 모델을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공항 내 회의실 등에서 하지만 이보크는 달랐다. 30인승 전세기 안에서 이벤트가 시작됐다. 탑승해 자리를 잡고 앉자 시트 포켓에 아이패드2가 눈에 띄었다. 웨일즈의 공군기지 앵글시(Anglesey)까지 약 40분간의 비행시간 동안 아이패드의 앱(App)을 통한 이보크 프리젠테이션이 행사의 시작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아이패드에 설치된 앱을 실행시키자 시승 행사에 관한 전반적인 안내부터 이보크의 디자인, 개발 스토리, 생산과정을 비롯해 스타일링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파워트레인, 차체 구조 등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그래픽과 텍스트, 동영상을 통한 프리젠테이션 컨텐츠가 나타났다. 그래픽 구성부터 동영상을 통한 설명, 다양한 도로에서의 주행장면 영상 등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랜드로버의 국제 시승회는 항상 다른 브랜드와는 달랐다. 단지 포장도로를 질주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승용차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곳을 찾아 주파한다. 더 나아가 반드시 산 하나를 넘는 이벤트도 포함된다. 그 산에 나 있는 길은 임로 수준으로 풀숲길부터 자갈길, 모래 언덕, 진흙길, 경사진 암반로 등 랜드로버의 자랑인 터레인 리스폰스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는 곳을 찾는다. 이번 행사에는 리버풀 시내 지하 터널 3km 코스를 비롯해 두 차례의 도강 코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오프로드를 주파하고 산을 넘는 것 뿐 아니라 일반 와인딩 도로와 고속도로 구간까지 200km가 넘는 질주코스도 반드시 포함한다. 그래서 랜드로버 시승을 하고 나면 오랜만에 자동차로 할 수 있는 달리기는 모두 해 보았다는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낀다. 이보크는 거기에 아이패드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통한 한 발 앞선 프리젠테이션까지 선 보였다. 랜드로버가 단지 험로를 주파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하이테크를 추구한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재규어와의 기술 공유를 통해 오프로더라는 이미지에 더해 첨단 하이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데는 그 어떤 메이커보다 앞선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08년 1월 디트로이트오토쇼를 통해 선보였던 LRX 컨셉트가 그 시작이다. 4년 가까운 시간에 양산화로 이어졌다. LRX 컨셉트부터 랜드로버 라인업의 디자인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랜드로버의 디자이너 게리 맥거번은 앞으로 나올 신차는 LRX의 디자인 요소가 대거 채용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LRX는 맥거번이 랜드로버의 디자인 수장으로 취임한 후 첫 랜드로버이다.

랜드로버는 이보크의 데뷔의 장을 2010년 레인지로버 브랜드 출시 40주년을 기념일 통해 실시했다. 그러면서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공개를 통해 랜드로버의 미래를 제시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40년 동안의 레인지로버 디자인의 대담한 진화를 표현하며, 다른 레인지로버 모델과 마찬가지로 매우 특별한 차가 될 것임을 주장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국제 무대 공식 데뷔는 2010년 파리오토쇼장이었다. 그때 이보크의 경쟁 모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랜드로버 담당자의 말이 조금은 의외였다. BMW X1이나 X3 등을 예상했었으나 Z4와 TTS, SLK 등이라고 말한 것이다. 스포티한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시대적인 과제에 걸맞게 레인지로버 역사상 가장 작고 가벼우며, 가장 효율적인 연비를 실현한다는 점을 내 세우고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1년 하반기부터 160여개의 국가에서 판매된다. 유럽 메이커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미 사전 주문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것은 그 중 70%가 랜드로버 브랜드, 혹은 SUV 모델을 처음 접한 유저들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랜드로버의 엔트리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영국의 헤일우드(Halewood) 공장에서 생산된다. 머지사이드(Merseyside) 지역에 1,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영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고 한다. 헤일우드 공장은 낭비 없고 효율적인 생산 방식인 린 제조 방식(Lean Manufacturing)의 선도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크로스오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용차와 SUV의 성격을 겸비한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에 더해 쿠페 라이크한 스타일링의 모던한 디자인, 거기에 오프로더의 성능까지 겸비한 전천후 모델이다. 모든 모델들이 독창성을 주장하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소비자다.

이보크는 처음 모터쇼장에서 만났을 때, 그리고 양산형 모델로 데뷔 했을 때, 그리고 이번에 시승을 위해 만났을 때 그 느낌이 모두 달랐다. 무엇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끌리는 스타일링이다. 디스커버리4가 전지전능한 오프로더로서의 다기능성에 끌렸다면 이보크는 스타일링 디자인에 더 점수를 줄 수 있는 모델이다.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