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렉, 이것이 폭스바겐의 진화 방식이다.

폭스바겐은 제품 특성을 ‘만인을 위한 차’라는 슬로건 아래 보편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양산 브랜드다. 하지만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비교해 보면 기술적 우위성이라든가 모델 내부의 라인업 구성 등의 측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E2 세그먼트인 페이톤이 확실한 자리매김을 아직 하지 못하고 있고 파사트 위 등급, 즉 E1세그먼트 모델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글/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그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투아렉이다. 투아렉은 미니밴 샤란, 골프의 3열 시트 버전 티구안 등을 리드하는 모델이다. 모델 성격은 파사트나 골프와는 다르다. 아예 처음부터 BMW X5와 X3, 아우디 Q7과 Q5, 그리고 이제는 그룹의 일원이 된 포르쉐의 카이엔 등과 경쟁을 목표로 개발했다.

다른 것은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폭스바겐은 모델 이름을 명명할 때 주로 바람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투아렉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 부족의 이름을 따왔다. 사하라 사막과 같은 악조건에서의 주행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쳐 나갈 수 있는 기능을 갖추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답했다. 어쨌거나 그동안과는 다른 행보다.

투아렉은 포르쉐와 1세대 모델부터 공동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두 차를 보면 좌우 네 개의 도어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이드 미러도 디자인이 같다. 투아렉은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스라바(Bratislava)에서 생산되고 카이엔은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 때부터 한 지붕 아래에 속하게 될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른다. 차체 골격과 서스펜션 구조 등도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개발은 주로 포르쉐에서 담당하고 있다. 물론 스타일링과 디자인, 엔진을 중심으로 한 주행성 등에서는 전혀 다른 컨셉을 추구해 각각의 취향을 차별화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배경이 다른 만큼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라인업 확대 전략은 최근 판매 상황에 변화를 가져왔다. 폭스바겐 그룹의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 누계 판매대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아우디와 세아트, 스코다 등을 포함한 그룹 총 판매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4% 증가한 475만대였다.

폭스바겐 브랜드 승용차 부문의 시장별 판매대수는 유럽이 10.2% 증가한 220만대. 그 중 독일에서는 11.9% 증가한 67만 8,400대를 팔았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북미시장에서의 상승세다. 같은 기간 북미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의 판매는 21.4% 증가한 37만 5,500대를 판매했다.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9년 29만 7,537대, 2008년 31만 3,581대, 2007년 32만 8,068, 2006년 32만 9,112대, 2005년 31만 915대 등 연간 판매가 30만대 전후에 머물러왔다.

그러다가 2010년에 35만 9,889대로 치고 올라 가더니 2011년에는 상반기에만 연간 판매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지금 폭스바겐은 GM, 토요타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 강화를 위한 치열한 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GM은 취약한 브랜드를 죽이는 등 슬림화하고 있는 반면 폭스바겐은 포르쉐에 이어 스즈키까지 그룹 산하로 끌어 들이는 등 브랜드의 수를 늘려 가고 있다. GM과 포드가 20세기에 브랜드 확장에 열을 올렸으나 다른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

폭스바겐은 21세기 들어 세 확장을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분명 규모의 경제 지배를 받는 자동차산업에서 폭스바겐의 전략은 이론적 근거가 있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 그룹의 PQ45 플랫폼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 등을 통해 무려 27개의 모델에 유용하고 있다. 비용저감이 숙명을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폭스바겐 그룹의 브랜드는 폭스바겐,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 부가티, 벤틀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스즈키, 폭스바겐 상용차 등 모두 10개다.

신형 투아렉은 폭스바겐의 전형적인 모델 진화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컨셉의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유저들의 이용편의성과 환경문제 등을 고려한 트렌드세터로서의 고집이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버전에 4.2TDI와 함께 플래그십 역할을 분담시킨 것도 그렇다. 시장에 따른 파워트레인의 다양화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 폭스바겐이다.

라인업 추가, 보강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톱 위치에 오르기 위한 폭스바겐의 전략이 그래서 주목을 끈다.
(폭스바겐 투아렉 4.2 TDI R-Line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