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CLS, 이 시대 스페셜티카에 대한 해답

2004년 CLS가 등장할 당시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인업은 복잡했다. 무엇보다 스페셜티카들의 존재감이 높았다. SL클래스는 당당한 카리스마로 경쟁 브랜드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1996년에 데뷔한 하드톱 컨버터블의 선구자인 SLK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기술적인 진보와 더불어 새로운 장르와 세그먼트의 모델을 창조하고 그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격이다.

글/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다른 표현으로 하면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는 당연한 논리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메르세데스가 다른 브랜드에 앞서 개척한 모델들은 많다. 2인승 경량 로드스터 SLK를 비롯해 프리미엄 SUV ML클래스, 미니밴 성격이 강한 크로스오버 R클래스, 4도어 쿠페 CLS, 모노볼륨카 A클래스 등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데 있어서 항상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여왔다. 비교 대상이 없는 수퍼 스페셜티카 SLS도 있다. 자동차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깊고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전에 리드하는 메이커로서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시장이 복잡해 지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모델들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강한 독창성과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로 대변되는 이들은 고가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며 경제 성장과 함께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더불어 중국시장의 부상과 함께 차만들기도 중국의 소비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CLS의 공식 데뷔무대였던 2004년 제네바쇼장에서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등 독일의 두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는 새로운 세그먼트의 모델들에 대한 관심으로 부스가 극심하게 혼잡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BMW는 이미 X3와 1시리즈, 6시리즈 등을 시장에 내놓았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 CLS를 시작으로 B클래스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CLS 클래스는 BMW의 6시리즈에 상응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같은 세그먼트의 모델을 만들어도 서로 다른 성격을 표방하는 두 메이커이니만큼 모델 라인업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표현방법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BMW의 6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CLS 클래스는 분명 스타일리쉬하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두 모델을 나란히 세워 놓고 보면 라인의 사용과 실루엣, 포션(Portion) 등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다.

두 모델이 다이나믹을 표방하고 있는 것은 같다. 다만 6시리즈가 미끈하면서도 좀 더 공격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면 선대 CLS클래스는 우아함쪽으로 더 치우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CLS는 4인승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 후 많은 메이커들이 CLS의 컨셉을 모델에 반영했다. 쿠페 스타일링의 유행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CC를 비롯해 아우디 A5, A7 스포츠백, 포르쉐 파나메라, 아스톤 마틴 라피도 등 끝이 없다. CLS가 장르의 개척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기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산 브랜드들까지도 그들의 세단형 모델의 루프 라인을 쿠페 형상으로 했다.

지금이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지만 당시에는 CLS의 스타일링 디자인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으로 인한 시각적 밸런스 부조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특히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4도어 세단의 기능성을 희생하고 디자인을 우선한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도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정작 메르세데스 벤츠는 CLS의 컨셉에 대해 세단의 편안한 승차감, 넉넉한 실내 공간, 다양한 기능성을 우선한 차라고 강조하고 있다. 거기에 쿠페의 스타일리쉬한 디자인과 조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도 역사적으로 살펴 보면 예술성을 우선한 모델이 많았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그러니까 근현대 시장만을 보면 기능성이 집중한 것은 사실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기능성 이미지의 교과서적인 차만들기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다. CLS로변화를 시도해 경쟁 브랜드는 물론이고 양산 브랜드들의 스타일링에도 영향을 미친 트렌드세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쪽으로 이제는 정리가 되었다. 그것은 데뷔 후 6년 동안 17만대나 판매되었다는 결과로 입증됐다.

이것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힘이다. 물론 스타일링 디자인 뿐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시장을 리드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양산 브랜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시장보다는 자동차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그것은 끊임 없는 기술 개발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자동차사회를 위해 소비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한 시대를 앞서가는 차만들기의 원천이 된다. CLS는 그런 메르세데스가 이 시대 스페셀티카에 대한 해답으로 내 놓은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