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차다. 원조인 영국산 미니는 1959년 로버사에서 시작했으며 2000년 9월 5,387,862대째를 마지막으로 단종되었다. 지금의 BMW 미니는 2000년 파리살롱을 통해 데뷔했고 2001년 4월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미국시장에는 2002년 3월에 출시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상륙했다.

글/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필자는 BMW가 미국시장에 미니를 내놓았을 때 조금은 의아했었다. 아무리 배기량이 1.6리터로 확대되었다 해도 그 덩치에 미국인들을 실어 나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초기 전체 10만대의 생산대수 중 2만대를 미국시장에 배정했다.

그 수치보다 더 기억이 나는 것은 당시 미국시장에서의 미니 런칭 광고다. 건물 옥상과 인쇄매체의 광고 문구는 XXL, XL, L, M, S, MINI가 큼지막하게 써 있고 그 아래에 ‘이 차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을 수 있다.’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두 번째 광고는 미국산 대형 SUV 위에 미니를 올려 놓고 역시 같은 문구를 써 놓았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라면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주로 3,000~5,000cc의 대형차 위주의 미국 문화에서 미니와 같은 작은 차를 어필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위 말하는 ‘안티 마케팅’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정작 출시 후 광고에서는 리어 해치 게이트를 연 사진을 보여 주면서 ‘이 차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공간이 있다.’라고 바꾸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Let’s Motors’였다. 우리말로 하자면 ‘자 달리자!’라고 번역 할 수 있다. 자동차의 본질을 내 세운 것이다.

결과는 대 히트였다. 2003년 3만 6,010대, 2004년 3만 6,032대를 기록했다. 2005년 4만 820대, 2006년 3만 9,171대, 2007년 4만 2,045대, 2008년 5만 4,077대, 2009년 4만 5,225대, 2010년 4만 5,644대의 실적을 올렸다. 2010년 전 세계 판매대수 21만 6,302대 중 미국시장의 비중이 25%에 가깝다. 금융위기로 부침을 보인 다른 브랜드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 세계 판매대수는 데뷔 첫 해인 2001년 2만 4,880대를 시작으로 해치백만 있었던 2001년에는 2만 4,980대, 컨버터블이 추가된 2004년에는 18만 4,357대, 클럽맨까지 가세한 2007년에는 22만 77,89대가 판매됐다.

그런 활약을 배경으로 2011년 9월 BMW 미니의 누적 생산이 2백만 대를 돌파했다. BMW로 산하로 넘어가면서 생산을 시작한지 10년 만이다. 미니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2백만대째 모델은 스페셜 페인팅이 적용된 컨버터블이었다.

처음 미니를 만났을 때 강한 아이덴티티로 인해 차기 모델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궁금했었다. 더불어 해치백 이외의 모델로의 발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슷한 컨셉의 플리머스 프라울러와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 등이 유명을 달리한 것을 보면 당연한 예상이었다. 폭스바겐 비틀과 아우디 TT등은 지금도 강한 이미지로 활약을 하고 있지만 미니처럼 끝없는 장르와 세그먼트 개척은 하지 않고 있다.

미니는 앞으로도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니의 라인업은 해치백을 기본으로 카브리오, 클럽맨, 컨트리맨 등이 있고 이번에 쿠페가 추가됐다. 내년에는 로드스터도 출시된다. 또 다른 장르의 개발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은 무엇이 될까. 이제는 그것이 더 궁금해지는 단계로 발전했다. 5미터가 넘는 미니가 아닌 미니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미니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 차세대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드네임 UKL1으로 불리는 새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3세대 쿠퍼가 2013년 가장 먼저 나오고 사이즈가 늘어난 클럽맨은 2014년 출시된다. 같은 시기에는 MPV 버전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 MPV는 내부적으로 스페이스박스로 불리며 차명은 트래블러가 될 전망이다. 새 플랫폼은 BMW가 개발한 앞바퀴 굴림 플랫폼이 기반이며 3기통 엔진이 주력이 된다.

BMW는 이미 차기 미니의 생산을 위해 영국 옥스퍼드 공장에 5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미니에 대해 ‘영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라는 표현을 쓴다. 영국에서 생산되지만 품질과 신뢰성, 성능 등으로 명성 높은 독일 BMW의 엔지니어들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영국 태생이지만 독일식 교육에 의해 ‘영국차’가 아닌 ‘글로벌 프리미엄 소형차’로 재 탄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니는 분명 기호품으로서의 자동차다. ‘성인 남성들의 장난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것이 미니 쿠페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덴티티가 강한 미니인데 쿠페는 한 술 더 떴다. 그만큼 눈에 띈다.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유저만의 손길을 원하는 차다. 그렇지 않다면 아예 눈을 돌려야 한다.
(미니 쿠페 JCW 독일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