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CC, 골프보다 더 많이 팔리는 모델?

폭스바겐이 미국시장에서 살아나고 있다. 2010년 미국시장 판매대수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3년 실적보다 많은 25만 6,830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골프 시리즈가 79.6% 증가한 2만 8,286대, 티구안이 50.7% 증가한 3만 946대, 파사트 CC가 17.2% 증가한 2만 7,987대 등으로 판매를 견인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결국 어떤 내외적인 변화가 있더라도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는 진리를 보여 준 것이다. 미국시장에 맞는 모델, 특히 석유가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티구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더불어 분명 독일에서는 틈새 모델이지만 파사트 CC는 2009년 20%의 점유율을 보였다. 미국시장에서도 골프와 비슷한 판매대수를 보이며 ‘매력적인 모델’임을 증명해 보였다.

미국에서 파사트 CC로 명명되는 CC는 파사트 베이스의 쿠페 버전이다. 파사트는 골프보다 역사가 길다. 초대 파사트가 데뷔한 것은 1973년으로 파사트 B1(타입 32)이 시조다. 이어 1980년에 B2, 1988년에 B3, 1993년에 B4, 1996년에 B5, 그리고 2005년에 B6로 진화했으며 2010년 파리살롱을 통해 B7이 데뷔했다. CC는 B6를 베이스로 2008년에 등장했고 한국시장에는 2009년 초에 상륙했다.

파사트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에서 법인용차의 수요가 많아 매년 12만대 이상이 법인용으로 등록되고 있다. 그리고 전체 판매대수의 70% 가량은 왜건형인 바리안트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독일 유저들의 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모델이다.

그런 파사트의 럭셔리 쿠페 버전은 데뷔 당시 상상하기 쉽지 않은 장르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판매대수가 보여 주듯이 이 장르의 모델로서는 부족하지 않는 포지셔닝을 해 가고 있다. 이 역시 통상적인 사고방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이다.

CC는 컴포트 쿠페(Comfort Coupe)의 약자. 외형상 쿠페라는 장르를 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럭셔리 모델의 방향성을 보여 주는 모델이다. 단계적인 상급 세그먼트로의 전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새로운 장르의 창출을 표방하며 새로운 세그먼트로의 진출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폭스바겐의 핵심 모델인 골프의 저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C세그먼트의 골프는 세계의 자동차회사들에게는 대표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토요타는 골프를 보고 당초 FR로 하고자 했던 카롤라를 FF로 바꾸었을 정도로 세계 자동차회사들에게 골프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만큼 골프는 FF승용차의 교본으로 여겨졌고 그 때문에 골프가 아니었다면 일본 메이커들은 FF차를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폭스바겐은 모델 세분화를 통해 시장을 좀 더 깊숙히 파고 드는 전략 실현의 일환으로 CC를 개발했다. 상급 모델을 원해왔던 폭스바겐의 유저들에게 해답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모델 전략은 물론 폭스바겐의 파워트레인 라인업과도 상응하고 있다.

참고로 폭스바겐의 파워트레인 라인업은 직렬 4기통이 대부분이고 파사트와 투아렉에 탑재되는 V6 DOHC, 그리고 대 배기량 5.0리터 V10이 있다. 폭스바겐 브랜드는 모델의 종류가 폴로를 시작으로 골프, 시로코, 투란, 티구안, 파사트, 샤란, 투아렉까지 많지 않지만 연간 판매대수 45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의 395만대 대비 13.9%나 증가한 수치다. 그룹 판매대수는 714만대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처음 CC를 출시했을 당시에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적지 않게 다르다는 점 때문에 시장 침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시장의 경우 골프보다 더 많이 팔리기도 한다. 자동차의 세그먼트와 장르에 대해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해 보이는 내용이다.

폭스바겐 비틀은 미국시장에서 승용차로서 최다 판매 기록 42만 6,000대를 보유하고 있다. 뉴 비틀은 그 후광을 업고 출시 이후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 미국시장에서 CC는 골프보다 더 많이 팔린다. 폭스바겐의 시장 확대는 CC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2011 폭스바겐 CC 2.0TDI 블루모션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