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국 평균 연비, 1975년 이후 가장 좋아 

미국 신차의 평균 연비가 역대 최고치로 높아졌다. 정부의 규제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까닭이다. 2008년의 경제 위기, 그리고 그 해 여름에 유가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미국의 신차 판매는 급격하게 소형차로 무게가 실렸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작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비가 좋아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는 다시 신차의 출력과 무게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연비는 소폭이나마 좋아질 전망이다.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따르면 미국 신차의 평균 연비가 역대 최고치로 좋아졌다. 작년이 1975년 이후 가장 연비가 좋다는 설명이다. EPA가 밝힌 2009년형 모델의 평균 연비는 9.52km/L로 전년 보다 0.59km/L가 높아졌다. 2010년형의 평균 연비는 9.56km/L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4년 이후 평균 연비는 16%가 좋아졌다. 

연비가 좋아지면서 CO2 배출량은 반비례 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최근 6년 동안 CO2 배출량은 마일당 14%가 감소했다. 2005년 이후 매년 CO2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5년 이전의 8년 동안은 매년 CO2 배출량이 증가세에 있었다. 평균 CO2 배출량은 2005년의 395g/마일에서 64%g나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2016년의 새 CAFE 기준 만족을 위해서는 CO2 배출량이 마일당 250g 수준까지 떨어져야 한다. 

작년은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소형차의 판매가 늘어난 반면 SUV와 픽업의 판매가 줄은 것이 연비 향상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EPA의 집계에 따르면 2009년 모델의 평균 무게는 2008년의 1,852kg에서 1,776kg으로 74kg이 감소했다. 2010년형 모델은 1,818kg으로 다시 오를 전망이다. 평균 출력도 2008년은 219마력에서 2009년 208마력으로 낮아졌고 올해는 220마력으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87년 이후 미국 신차는 꾸준히 차체 중량이 늘어나고 엔진의 출력도 높아져 왔다. 20년 전만 해도 평균 출력은 118마력에 불과했고 무게는 1,460kg이었다. 하지만 2008년에 와서는 출력은 거의 두 배가 늘어났고 무게는 25%가 증가했다. 참고로 1975년의 평균 출력은 137마력, 차체 중량은 1,841kg이었다. 

이는 소비 트렌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75년에는 승용차와 트럭에서 V8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62%나 됐다. 그만큼 미국 소비자들은 V8 엔진을 선보했다. 하지만 2008년에는 V8의 비중이 17%로 떨어졌고 2009년에는 12%까지 감소했다. 그리고 트럭의 판매도 2008년의 47%에서 40%까지 떨어졌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반면 경제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자 다시 기존의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0년 모델의 경우 V8 모델의 비율은 16%까지 높아졌고 대형 트럭과 SUV의 판매도 되살아나고 있다. 

EPA가 이번에 발표한 연비는 소위 말하는 ‘실제 연비’이다.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20% 낮게 책정해 집계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 새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기준 14.49km/L을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2017~2025년에는 연비 기준을 최대 26km/L까지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