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신형 A6가 국내에 들어왔다. 사실 아우디가 내놓는 신형 차량의 차체 디자인은 진화(進化)라는 말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것은 기능을 중시하는 독일의 디자인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지만, 단지 기능만을 추구하는 무미건조한 디자인이 아니라, ‘차가움의 미학(cool elegance)’이라는 별칭을 가진 독일 근대 디자인의 이미지가 묻어나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아우디는 그 미학 속에 브랜드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역동성을 더한 것이다.

아우디 A6의 디자인은 1997년에 등장한 C5 모델에서부터 역동적 이미지와 전위적 조형으로 개성을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 그 전의 C4 모델 까지는 아우디100 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다가, 거의 막바지에 A6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모델은 단지 무난하게 조금은 보수적이기도 하게 디자인된 기능적인 중형 승용차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피닌파리나에서 초기 디자인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C5 모델의 디자인에서부터 역동성이라는 성격을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

필자에게 C5 A6모델의 차체 디자인에 대한 첫 인상은 극도로 단순화 된 조형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고, 특히 뒷모습은 마치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화를 떠올리게 하는,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측면 유리창의 그래픽은 물방울 형상으로 단순화 되어서 1930년대 아우토우니온(Autounion)의 레이싱 머신에서 볼 수 있는 곡선형 물방울 형상의 차체 디자인을 암시하는 고도의 추상성을 제시한 것이었다.

실제로 1998년의 C% A6 모델을 계기로 아우디의 차체 디자인은 전위적인 성향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물방울 형상을 연상시키는 C5 모델의 그린하우스(greenhouse) 디자인은 이후 2005년에 등장했던 C6의 A6과,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C7의 A6 모델에 이르기까지 A6만의 가장 두드러지는 디자인 특징이 되고 있다.

또한 아우디는 2005년부터 적용해 온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의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면서도 초기의 곡선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서 좀 더 직선적이고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가령 모노프레임 그릴의 크롬 테두리를 가늘게 만들면서 네 모서리를 라운드 처리하지 않고 사선으로 쳐 낸 것 같은 각진 형태(chamfer)로써 디지털적인 이미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아우디의 디자인은 자동차가 단지 성능이 전부가 아닌, 감성적 성향을 강하게 가진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만약에 아우디의 차들에서 저러한 전위적인 이미지와 감성의 차체 디자인이 없었다면, 단지 성능만으로 지금만큼의 감성을 가질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