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차 만들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플랫폼 공유 및 통합이다. 90년대만 해도 플랫폼 공유의 개념이 희박해 개별적으로 플랫폼을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 GM의 경우 지금도 폭스바겐, 토요타에 비해 플랫폼이 많은 편이며 이제 정리돼 가는 추세다. 플랫폼은 이전에 비해 개념도 넓어지고 있으며 공유의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당 생산 대수도 경쟁력 중 하나가 됐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면 부품의 개발도 줄일 수 있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규제가 심한 관계로 여기저기 돈 쓸 일이 많다보니 개발 비용을 반드시 줄여야 하고 여기서의 핵심이 바로 플랫폼 공유이다. 지금은 규제 만족을 위한 투자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차 가격에 전부 반영할 수가 없다. 그래서 플랫폼 공유는 물론 플랫폼의 숫자까지 줄이는 게 대단히 중요해졌다.

과거의 플랫폼은 섀시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개념이 크게 넓어져버렸다. 그 경계를 정확하게 나누기가 어렵다. 확실한 건 적극적으로 하나의 유닛을 돌려쓰는 것이고 여기에는 부품은 물론 넓게 보면 디자인도 포함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안팎으로 패밀리룩이 크게 늘어난 것도 공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좋게 보면 패밀리룩이고 나쁘게 보면 비용 절감이다.

플랫폼 공유로 인한 이점은 엄청나게 많다. 앞서 말한 장점 이외에도 여러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부품을 단일화할 수 있고 글로벌 스케일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플랫폼 공유는 예전부터 있었다. GM은 1960년대부터 하나의 플랫폼으로 폰티액 르망, 뷰익 스카이락, 쉐보레 쉐벨을 만들었고 크라이슬러도 K 플랫폼으로 여러 모델을 생산했다. 회사 간의 공유도 흔하다. 유럽 포드 포커스는 마쓰다3, 볼보 S40가 한 예이다. 플랫폼 공유를 하면 모델 또는 브랜드 간의 차별화가 중요해지고 이를 이뤄내는 게 회사의 능력이 된다.

폭스바겐의 경우 A 플랫폼으로 골프와 아우디 TT를 만들지만 외형적으로는 전혀 틀리고 브랜드 간의 차별화도 이뤄냈다. 닛산 FM 플랫폼의 370Z와 인피니티 FX도 그렇다. 그리고 토요타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어느 한 부분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그 여파가 매우 크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현재의 자동차 업계는 플랫폼 공유뿐만 아니라 간소화도 중요하다. 많은 메이커들이 플랫폼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스트 & 설리번에 따르면 2020년에는 12개 메이저 양산차 메이커의 플랫폼 수가 154개로 줄어든다. 이는 작년의 223개에서 30% 이상 감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 기준으로 상위 10개 플랫폼에서 생산된 모델의 수는 1,700만대에 육박했지만 2020년에는 3,300만 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GM만 해도 앞으로 10년 동안 플랫폼의 수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까지 14개 플랫폼으로 전체 모델의 90%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GM 플랫폼은 30개에 이른다. 비슷한 판매 볼륨의 토요타, 폭스바겐과 비교 시 많은 편이다. 여기에 엔진 플랫폼도 절반으로 줄인다. 2009년 기준으로 GM의 엔진 플랫폼은 20개 정도였지만 2018년에는 12개 이하, 최종적으로는 10개까지 감소한다.

폭스바겐과 다임러의 경우 2020년에는 단 3개의 플랫폼으로 전체의 95%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미 활발하게 플랫폼 통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포드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프로스트 & 설리번은 다임러와 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는 10년 내 플랫폼의 수를 60~65% 줄이고 플랫폼당 생산은 4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공유는 폭스바겐과 토요타가 가장 적극적이다. 폭스바겐의 골프 플랫폼은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생산 대수가 2백만 대를 넘었고 토요타의 MC는 2006년 180만대, 작년에는 3백만 대에 육박했다. 폭스바겐 PQ35/46의 작년 생산 대수는 313만대였다.

폭스바겐의 그룹 A 플랫폼은 컴팩트부터 미드사이즈까지 커버하고 가로배치 엔진의 앞바퀴굴림 전용이다. 플랫폼의 이름도 A와 숫자의 조합에서 PQ와 숫자의 조합으로 바뀌었다. A5로 불리던 플랫폼은 PQ35로 불린다. P는 패신저, Q는 가로배치 엔진, 3는 플랫폼의 사이즈 또는 클래스, 5는 세대를 뜻한다. PQ35는 이전보다 한층 유연해졌으며 모듈화 비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PQ35에서는 골프, 아우디 A3와 TT, 투어란, 스코다 옥타비아, 세아트 톨레도, 티구안, 비틀 등의 많은 모델이 생산된다. 파사트는 PQ46이다.

MLB(Modular Longitudinal Platform)는 아우디의 중형급이 주로 생산되고 세로배치 엔진에 4WD를 쓸 수 있다. MLB에서는 벤틀리 컨티넨탈도 나온다. MQB(Modularer Querbaukasten, Modular Transverse Matrix)는 소형차부터 중형급 이상까지 커버한다. 현재의 PQ25와 PQ35, PQ46이 MQB로 대체된다. MQB 플랫폼의 첫 모델은 아우디 A3이다.

PwC에 따르면 글로벌 B 플랫폼으로 불리는 르노-닛산의 신형 X85 아키텍처는 2015년에 나온다. 이 플랫폼에서는 르노 클리오와 닛산 노트, 다치아 로간 같은 소형차가 나오고 2015년의 생산 대수는 380만대에 달한다. 르노-닛산은 제휴의 시너지 효과가 갈수록 효과를 보고 있으며 지난 2007년에는 2개의 플랫폼이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토요타의 MC 플랫폼은 작년 290만대를 생산했다. MC((Mid-sized Car)는 캠리와 렉서스 ES 등이 생산되는 중형급 플랫폼이다. 2007년에 이미 생산 대수가 190만대에 육박했지만 2년 만에 또 다시 1백만 대가 늘어났다. MC는 TMP 플랫폼도 대체해 가고 있다. MC 플랫폼의 첫 모델은 2006년의 캠리였으며 미니밴인 에스티마와 SUV 하이랜더도 나온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2009년 상위 20개 플랫폼이 글로벌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38%로 높아질 전망이며 이럴 경우 상위 20개 플랫폼의 생산 대수는 1,800만대에서 3,500대로 늘어난다.

자동차 업계 전체로 볼 때 플랫폼에 따른 평균 생산은 작년의 24만대에서 2020년에는 최소 3배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그리고 상위 10개 플랫폼 중 9개의 연간 생산은 2백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 2백만 대 이상 플랫폼은 3개에 불과했다.

플랫폼 공유는 아시아의 신흥 시장에서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가장 적극적이다. 작년과 2020년 사이에 상위 12개 메이저 메이커들이 중국에 출시하는 모델은 160개로 미국의 140개보다 많을 전망이다. 반면 중국과 미국에 동시에 선보이는 모델은 전체 8백 개 중 24개로 중복 비율은 3%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