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도미니카 공화국 트루질로 총통이 뉴욕 모터쇼에서 한 눈에 반해 그 자리에서 29,200 달러에 구입한 페가소 Z102B 빅 스포츠 베를리네트 (Pegaso Z102B Big Sports Berlinette)는 풍선을 부풀린 듯한 독특한 디자인에 소량 생산했지만 신기술을 접목한 명차였다.

1953년 2월24일 맨해튼의 유엔본부 앞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살인자 트루질로는 물러가라!'는 군중들의 구호 속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트루질로(Generalissimo Rafael Leonidas Trujillo)가 27명의 경찰과 7명의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유엔 본부를 방문해 어린이 기금 5만 달러를 기부하고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이 엉뚱한 행동의 주인공인 트루질로는 군인 출신으로 30여년 동안 각종 비리와 부정 축재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이었다. 그는 1953년 겨울 장장 3개월 동안 고국 도미니카 국민의 빈곤을 등지고 뉴욕에 머물면서 나라와 관련된 업무도 보고, 쇼핑도 하며 호사한 시간을 즐겼다.

최고급이 아니면 거들 떠 보지도 않던 그는 스페인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親스페인 파였는데, 하루는 뉴욕에서 개최된 국제모터쇼에서 당시 스페인의 드림 카였던 페가소Z102B를 보게 되었다. 하늘하늘한 수영복에 하이힐을 신은 젊은 육체파 여인들이 자동차를 소개하자 넋을 잃고 그 자리에서 29,200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해 버렸다. 당시 그의 재산이 5억 달러에 달했다니 이 차를 그 자리에서 구입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