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출장에서는 에코부스트 엔진의 포드 모델 4대와 퓨전 하이브리드를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야말로 간략한 시승이어서 맛만 보는 수준이었지만 안 타본 것보다는 낫다. 2.0 터보 사양의 익스플로러는 괜찮은 동력 성능을 발휘하고 퓨전 하이브리드는 꽤나 조용했다. 토러스 SHO는 움찔거리면서 발진하는 맛이 그만이다. 헨리 포드 박물관도 빠질 수 없는 코스다.

포드의 본사가 있는 디어본에는 포드의 개발 센터와 공장이 몰려 있다. 디어본 개발 센터는 1945년 프루빙 그라운드를 새롭게 깔았고 2005년에는 리빌딩을 위해 4,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포드의 친환경 전략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있은 후에는 포드가 전략적으로 미는 에코부스트 모델 4대와 퓨전 하이브리드를 맛보기로 타볼 수 있었다. 

시승은 말 그대로 맛보기였다. 분식집에서 여고생들이 세트 메뉴 시켜서 조금씩 먹는 것처럼 한 차종에 한 바퀴씩만의 기회가 주어졌다. 간이 프루빙 그라운드의 길이도 4km 정도였고 그것도 선두차를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과거의 르망 24시처럼 뛰어가서 맘에 드는 차를 잡아타야 했다. 처음부터 눈독을 들인 차가 F-150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운전대를 손에 잡았다. 미국에는 발에 채일 만큼 많지만 국내에는 그야말로 레어 아이템. 지금이 아니면 다시 탈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차종이다. 한 바퀴 타고 내릴 때마다 진행 요원 아가씨가 “무브, 무브” 하는 바람에 외관을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다.

시승한 F-150은 3.5리터 V6 에코부스트 사양이다. F-150에는 3.7리터 V6, 5리터 V8, 6.2리터 V8, 그리고 시승차 사양인 3.5리터 에코부스트 4가지 엔진이 올라간다. 3.5리터 에코부스트는 최대 토크(58.1kg.m)가 6.2리터 V8(60.0kg.m)과 큰 차이가 없고 발생 회전수는 2천 rpm이나 낮다. 판매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사실 F-150을 타면서 투박한 실내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반대다. 물론 트럭의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크로스오버나 SUV에 근접한 분위기다. 계기판도 은근히 화려하다. 계기판 가운데 액정에는 4WD 등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고 앞바퀴 조향에 따라서는 그래픽도 같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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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0에 타면 뵈는 게 없다. 시트 포지션이 높기도 하지만 거대한 보닛과 넓은 폭 때문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시야가 탁 트인다. 운전도 편하다. 이날 타본 차 중 가장 편한 게 좀 아이러니하고 다른 기자들의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스트셀러의 저력이라고나 할까. 365마력의 V6 트윈 터보도 넉넉한 동력 성능을 제공한다. 커다란 덩치와 달리 저속에서는 제법 민첩하게 움직인다.

플렉스는 개인적으로 포드 차 중에 가장 디자인이 괜찮다. 시승차는 검은색이여서 그런지 더 강인한 인상이고 고담 시티 같은 디트로이트에 잘 어울린다. 시승한 플렉스 역시 F-150과 같은 3.5리터 트윈 터보 사양인데 출력은 355마력(48.3kg.m)으로 조금 낮다. 플렉스 3.5 에코부스트는 야성적으로 나간다.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가속력이 일품이다.

곧 국내에 판매될 2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의 뉴 익스플로러이다. 구형에 비한다면 뉴 익스플로러의 실내는 눈 튀어 나오게 좋아졌다. 한 외국 기자는 “왜 진즉에 이렇게 못 만들었나”, 또 다른 기자는 ‘반값 랜드로버“라고 했다. 그만큼 실내의 디자인이 괜찮다. 

뉴 익스플로러는 엔트리 엔진이 구식의 4리터 V6 자연흡기에서 2리터 터보로 바뀐다. 배기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출력과 토크는 더 좋고 연비는 말할 것도 없다. 가속력을 비교한다면 초기 가속만 조금 비슷하고 그 이후에는 게임이 안 된다. 2리터 에코부스트 쪽이 훨씬 매끄럽고 부드럽게 가속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가속력이 탁월한 것은 아니지만 4리터 V6와는 비교불가다. 뉴 익스플로러는 안팎 디자인이 좋고 세금 부담이 적은 2리터 배기량이어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다.

올해 하반기에 출시된 토러스 SHO(Super High Output)는 토러스의 고성능 버전이다. 토러스의 SHO는 과거 야마하의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했는데 새 모델은 여지없이 트윈 터보 사양으로 바뀌었다. 엔진은 F-150, 플렉스와 같은 3.5리터 트윈 터보인데 출력은 365마력(48.3kg.m)으로 조금 다르다.

토러스 SHO는 앞서 탄 플렉스보다 잘 나가겠거니 했지만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다. 적어도 체감 상으로는 엇비슷해 보인다. 토러스 SHO 역시 가속 시 운전대로 토크스티어 같은 느낌이 전달되면서 쫙쫙 뻗어 나간다. 가속 시 느낌을 보면 AWD 같지 않다. 요즘 와서는 가속 시 운전대로 전달되는 움직임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의도적인 세팅이 아닌가 싶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미국차 또는 미국을 위한 차의 상당수(알티마, 어코드 등)가 가속 시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게 좋게 말하면 가속 시 스릴이고 나쁘게 보면 세련되지 못한 거라고 할 수 있다.

퓨전 하이브리드는 가속력보다는 전기차 모드로 가능한 최대 속도가 얼마인지를 먼저 봤다. 보통의 하이브리드는 배터리의 힘만으로 가능한 최고 속도가 50~55km/h 사이인데 퓨전 하이브리드는 70km/h까지 가능하다. 포드의 자료에 따르면 75km/h까지 가능하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보다 속도가 높기 때문에 공인 연비도 동급에서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다. 국내 도입 계획은 없다.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코스는 메이커 출장에서 빠질 수 없는 박물관 투어이다. 내부는 상당히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이다.

박물관으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허공에 떠 있는 비행기가 보인다. 헨리 포드 박물관이어서 당연히 포드만 있겠거니 했지만 의외로 (초대)어코드 같은 일본 브랜드의 차, 비행기, 가구 등도 전시된 게 이채롭다. 초대 어코드는 미국에서 생산된 첫 일본 브랜드의 차라는 의미가 있다.

1927년에 제작된 블루버드 스쿨 버스. 수제작된 스틸과 우드 보디에 20마력 엔진을 얹었다.

1972~1992년 사이 사용됐던 레이건 대통령의 의전차이다. 닉슨 대통령이 가장 먼저 사용했고 이후 제랄드 포드, 지미 카터, 레이건, 조지 부시도 탔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모든 의전차는 고정식 루프로 제작된다.

1961년형 링컨 의전차는 바로 케네디 대통령이 탔던 차이다. 1963년 11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에 안전성을 강화한 새 모델을 제작했고 이 차가 바로 1964년에 나온 고정식 루프 모델이다.

1950년 제작된 링컨 버블톱 의전차. 트루먼과 아이젠아워 대통령이 사용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탔던 1939년형 링컨. 대통령 의전차로 제작됐던 첫 모델이기도 하다.

헨리 포드 박물관에서 본 폰티액 GTO는 좀 어색하다. 실제로 본 GTO는 정말 위용이 대단하다. 60년대 머슬카 중에서 GTO 디자인이 가장 멋지지 않나 싶다.

실제로 본 포드 GT40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죽여준다. 전시된 차는 르망 24시를 휩쓸었던 1967년의 GT40이다. 최신의 알루미늄 섀시와 V8 엔진을 얹고 무적의 성능을 자랑했다.

포드와 로터스가 친했던 시절의 로터스-포드 38/1이다. 로터스-포드 38/1은 1965년 인디 500에서 우승한 경주차로, 당시 드라이버는 짐 클락이었고 500마일을 달리는 동안 평균 속도 242.6km/h를 기록했다. 이 우승 이후 다시는 시동이 켜진 적이 없다가 작년에 클래식 팀 로터스가 복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