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의 화두도 단연 연비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연비에 무심해 왔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 뉴욕 모터쇼에서도 그런 경향이 여실히 나타났다.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연비가 좋은 소형차 또는 에코 버전을 들고 나왔고 혼다와 스바루, 닛산, 현대, 기아 등의 대중 브랜드들은 연비 좋은 컴팩트와 서브컴팩트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대부분이 이전보다 연비가 20~30%가 향상됐고 새 엔진과 경량화가 주 해법이다.

한동안 안정적이었던 미국의 유가는 다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AAA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미국의 평균 유가는 갤런당 3.84달러로 1년 전의 2.85달러보다 1달러 이상 올랐다. 유가 상승이 신차 판매 상승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소비 패턴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도 연비가 주요 구매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유가가 4.5~5달러 사이에 이르면 풀 사이즈 SUV와 트럭의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모든 지역을 막론하고 기름값은 자동차 판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5월, 유가가 사상 최고로 치솟았을 때 미국의 신차 판매도 큰 영향을 받았다. 두드러진 것은 혼다 시빅이 영원한 베스트셀러 포드 F-시리즈를 제치고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하이브리드의 판매도 호조를 띄었다.

따라서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메이커들은 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새 CAFE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2008년처럼 유가가 상승할 때를 대비하는 차원도 있다. 최근 나온 소형차들은 다른 부분과 함께 연비까지 좋아지는 게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소형차에 그치지 않고 말리부나 토러스 같은 중형급 이상도 마찬가지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내년 하반기에는 디젤 엔진의 짚 그랜드 체로키를 출시한다.

쉐보레 말리부의 경우 고속도로 연비를 16.15km/L로 향상 시킨 에코 버전을 추가한다. 미드사이즈에서는 가장 연비가 좋다는 설명이다. 말리부 에코 같은 모델을 보유하면 고유가 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2013년형 포드 토러스 에코부스트도 연비가 최소 11%가 향상됐다.

메르세데스는 2014년 초부터 미국에 차기 A 클래스를 출시한다. 메르세데스도 소형차 라인업에 본격적으로 신경 쓴다는 입장이다. 메르세데스는 2020년이 되면 럭셔리 소형차의 글로벌 판매가 770만대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작년 기준으로 40%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현대가 최근 출시한 신형 엑센트도 고속도로 연비가 17.0km/L이며 2012년 스바루 임프레자도 구형 대비 연비가 30% 향상됐다. 닛산의 뉴 버사는 미드사이즈 급의 레그룸을 제공하면서도 연비는 18%가 개선됐다. 혼다의 신형 시빅 천연가스 버전은 고속도로 연비가 18.7km/L로 동급에서 가장 좋다. CFA(Consumer Federation of America)는 지난 5년 간 미국의 평균 기통수는 6.5에서 5.5개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2016년의 미국 CAFE는 이전보다 30% 높아지고 이를 맞추기 이해서는 51억 5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갤런당 4달러가 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가 갤런당 4달러가 되면 신차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예는 중형급에서 컴팩트로 갈아타는 것이다. 미국의 컴팩트카 시장은 수년 안에 40만대 볼륨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가 오르면 미국의 연 신차 판매는 15만대가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만약 유가가 추가로 10달러가 더 상승할 경우 올해부터 2015년까지의 미국 신차 판매 손실분은 830만대라고 덧붙였다.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110달러까지 상승했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GM은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말리부 왜건의 개발까지 고려하고 있다. 왜건이 SUV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거기다 기존의 입실론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한편 미국의 신차 판매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2009년에 바닥을 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미국은 2009년 27년 만에 최저 수준인 1,004만대까지 떨어졌고 작년에는 1,160만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즈 & Co.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신차 판매는 2015년에는 1,60만대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