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소형차가 키포인트, CAFE 위한 해법 

그동안 미국은 소형차의 불모지와도 같았다. 순간적으로 작은 차가 잘 팔리던 시기가 있긴 했지만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면 곧바로 원상복귀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분위기가 다르다. 규제는 어느 때보다도 엄격한 상황이고 특히 새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를 맞추려면 소형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2008년처럼 국제 유가가 갑자기 치솟는다면 소형차의 판매는 예상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소형차를 등한시 했던 미국 빅3는 이제와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큰 약점이자 앞으로 필수 아이템인 소형차가 그것이다. 각자 소형차를 준비하고 있는 게 요즘 행보의 가장 큰 특징이다. 포드는 이미 피에스타의 판매를 시작했으며 크라이슬러는 미국 시장에 맞는 피아트 500을 출시한다. 

GM의 경우 내년에 차기 아베오를 내놓으며 2012년에는 더 사이즈가 작은 시보레 스파크를 준비하고 있다. GM은 소형차에 필요한 4기통 엔진 생산에 1억 6,3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 엔진은 시보레 볼트와 크루즈, 앞으로 나올 아베오 후속 모델에 쓰이게 된다. 



엔진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다운사이징은 필수적이다. 갑자기 신기술이 튀어나오지 않는 한 2016년의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를 맞추기 위해서는 소형차가 핵심이다. 유럽은 몇몇 메이커가 이미 규제를 만족하는 수준까지 CO2 수치를 끌어내렸지만 미국은 좀 다르다. 미국은 큰 차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규제에 대응하는 게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를 제외한다면 최근까지 미국에서 가장 작은 차는 시보레 코발트 사이즈의 C 세그먼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베오와 혼다 피트, 미니 쿠퍼 같은 B 클래스가 출시되고 있으며 피에스타와 마쓰다2 등이 가세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미국도 B 세그먼트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 B 세그먼트의 연간 판매는 30만대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50만대, 2015년에는 85만대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피아트 500은 스마트 이후 미국에 처음 출시되는 미니카가 된다. 2012년에는 사이언 iQ과 스파크도 나온다. 2007년만 해도 미국에는 미니카 자체가 없었지만 당장 내년에는 14만대 내외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아직까지 A, B 세그먼트의 비중은 미미하다. IHS에 따르면 마이크로와 서브컴팩트의 미국 내 점유율은 3% 정도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새 CAFE를 위해 소형차를 팔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점유율이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 

반면 소형차의 가격은 생각보다 싸지 않다. 피에스타의 평균 거래 가격은 포드의 다른 컴팩트카 보다 높은 편이다. 이유는 옵션 때문. 포드는 피에스타 구매자의 약 70%는 가장 비싼 트림을, 80%는 싱크까지 선택했다. 차는 줄여도 편의 장비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요즘 소비자들의 성향이라는 설명이다. 



IHS는 소형차 역시 유가와 젊은 소비자의 실업률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여름처럼 유가가 4달러를 넘나들면 월간 판매에서 시빅이 포드 F-150을 제쳤던 것처럼 폭발적으로 볼륨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가가 3달러 내외 또는 그 이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가격을 낮춰 볼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