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고와 미녀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광고에 섹시한 미녀가 등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그런 경향이 더했다. 지금과 다르게 자동차 구매의 주체가 남성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광고를 통해 당시의 미녀와 자동차, 문화 코드까지 엿볼 수 있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옛날 자동차 광고 속의 미녀들을 만나보자. 


■ 모리스 미니 트래블러 
아름다운 아가씨와 함께 한 이 차는 무엇인가. 모양새가 어딘지 낯이 익다. 바로 지금의 미니 클럽맨의 원조격인 모리스 미니 트래블러이다. 최초의 미니 클럽맨은 1969년 등장했지만 실질적인 원조는 1960년에 나온 미니 트래블러이다. 2도어 왜건이라는 독특한 보디 형식이지만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미녀를 등장시켜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리스 미니 트래블러는 9만 9천대가 생산됐다.



■ BMW 600 
앙증맞은 디자인의 600과 광고 모델의 옷차림은 어울리지 않을 듯 하면서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세히 보면 600의 차체 색상과 옷 색깔도 비슷하다. 저런 치마를 입고 탑승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괜한 걱정도 생긴다.

600은 이세타의 4인승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600의 전면은 이세타와 거의 동일하지만 4인 시트를 위해 휠베이스를 늘렸고 세미 트레일링암 서스펜션도 첫 선을 보였다. 엔진도 R67에서 가져온 582cc 2기통 엔진을 얹었다. 이는 이세타의 247cc 1기통 보다 2배 가량 커진 것이다. 600은 출시 이후 3만 4천대 정도만이 팔렸다. 이세타가 16만대 이상 생산된 것에 비하면 좋지 않은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위기가 걷히면서 소비자들은 600 같은 마이크로카에 관심을 잃어갔다.



■ BMW 700 
BMW 700이다. 700은 600의 후속 모델이지만 패키징은 상당히 달랐다. 600이 이세타와 거의 같은 버블카였던 것에 반해 700은 세단과 쿠페, 컨버터블까지 다양한 보디가 나왔다. 보디도 스틸 모노코크로 바뀌었다.

700은 1959~1965년까지 18만대 이상이 생산됐고 697cc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은 리어 액슬 뒤에 얹었다. 이 엔진은 BMW의 R67 모터사이클에서 가져온 것이며 32마력의 힘을 냈다. 700은 1962년 LS로 이름이 변경됐다. 사진은 700 세단이며 5시리즈의 먼 조상격이다.



■ 볼보 PV 444 
볼보의 PV 시리즈는 1947~1965 사이에 나왔던 2도어 해치백 모델이다. 이 기간 동안 PV 시리즈는 PV 444와 544 두 가지가 나왔고 PV 시리즈의 성공은 아마존으로 이어져 볼보의 초석을 닦았다. PV 444 광고를 보면 거의 빨간색이다. 당시에는 무척 섹시했던 디자인이었을까. 반면 여자 모델의 수영복은 상당히 젊잖다.

볼보는 2차 세계 대전 중에 새로운 소형차를 계획한다. 앞으로는 연비 좋은 소형차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그 결과물이 PV 444였다. 반응도 좋아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PV 444는 볼보의 첫 유니 보디 모델이었으며 거의 20년 만에 나온 4기통 엔진 모델이었다. 최초의 PV 444는 40마력의 1.4리터 4기통 엔진을 얹었고 1957년에는 1.6리터로 업데이트 됐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후속 모델인 PV 544가 나왔다.



■ 피아트 1500 
피아트는 지금도 모터쇼에 캠페니언 걸을 즐겨 동원하는데, 과거의 광고에도 마찬가지였나보다. 1961년에 나온 1200의 후속 1500 광고에 2명의 미녀를 출연시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남성적인 디자인의 1500과 가냘픈 미녀는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1500은 피아트의 패밀리 세단으로 5도어 왜건과 카브리오, 쿠페도 나왔다. 엔진은 73마력의 힘을 내는 1.5리터 엔진이 올라갔고 1.3리터 모델은 1300으로 불렸다. 1935~1949년 사이에 나온 1500과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 BMW 507 
BMW 507은 1955년 뉴욕 모터쇼에 데뷔하면서 평론가는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도 극찬을 받았다. 아름다운 롱노즈 숏테크 스타일링과 힘이 느껴지는 리어 엔드는 당시의 로드스터 중에서는 군계일학이라고 할 만큼 섹시했다. 그래서인지 차와 함께 한 미녀도 눈이 번쩍 띌 만큼 아름답다. 507은 멋진 디자인만큼이나 엔진도 강력했다. 150마력의 힘을 내는 V8 2.6리터 엔진을 얹었고 0→100km/h 가속을 8.8초 만에 끝냈다. 최고 속도도 200km/h에 달해 당시로서는 대단한 고성능이었다. 하지만 판매에 실패하면서 BMW 경영을 압박했다.



■ 캐딜락 엘도라도 
사뭇 기괴스럽기까지 한 엘도라도의 디자인과 하얀 옷의 여성은 마치 미녀와 야수와도 같다. 엘도라도는 최고의 고급차 중 하나였기 때문에 미녀도 그에 걸맞는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차명도 황금의 도시에서 이름을 가져왔고 가격은 8천 달러에 육박했다. 사진은 1955년형 엘도라도로 345마력의 힘을 내는 6.4리터 V8 엔진이 올라갔다. 엘도라도는 한 시대를 풍미한 고급차였지만 70년대 들어서는 인기가 급속히 식어갔고 차체도 크게 줄어들었다. 1985년에 나온 마지막 모델은 전장이 4.8m에 불과했다.



■ 사브 96 
사브는 96의 보디 라인과 꼭 맞는 여성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96의 유선형 디자인은 여성의 몸매만큼이나 아름다웠다. 96은 1960~1980년 사이에 생산된 모델로 후에 93으로 대체됐다. 92의 섀시를 기초로 했지만 세심한 튜닝을 거쳐 상품성을 크게 높였다. 사브는 96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제 시장에 진출했다. 초기 모델은 38마력의 750cc의 2스트로크 직렬 3기통 엔진을 얹었으며 1.4 & 1.7리터 배기량의 V4 모델도 나왔다. 사진은 1968년형 롱 노즈 2스트로크 모델이다.



■ 포드 머스탱 
미국차 중에서는 머스탱이 빠질 수 없다. 미국 포니카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머스탱은 작년에 데뷔 45주년을 맞았다. 1964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머스탱은 미국 문화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누적 판매 대수도 900만대가 넘는다.

1965년의 머스탱 광고를 보면 차와 모델 모두 하얀색 옷을 입었다. 티파니 어워드 액셀런스 아메리칸 디자인 수상을 뽐내기라도 하듯 말이다. 자동차로서 이 상을 받은 건 포드 머스탱이 처음이다. “미국차에는 절대 기대할 수 없었던 자동차”라는 광고 문구는 왠지 요즘에도 자주 들었던 거 같아 재미있다. 1965년에는 기념비적인 쉘비 GT350도 나와 머스탱의 이름을 더욱 드높였다.



■ 메르세데스-벤츠 540 K 로드스터 
메르세데스는 1936년의 540 K 로드스터 광고에 차와 엔진을 동시에 자랑하고 있다. 540 K 로드스터는 당시의 클래식 오픈 보디를 대변하는 당당한 스타일링을 보유했고 180마력의 수퍼차저 8기통 엔진도 최고 수준이었다. 최고 속도도 시속 170km를 넘어섰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제플린 힌덴버그도 다임러-벤츠의 엔진이었다. 540 K 로드스터는 단 26대만 생산됐고 모두 주문 제작이었다. 지금은 클래식카 경매에서 5백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