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자동차 혁신의 시대가 온다

과거 20년은 IT 기술혁신의 시대였다고 규정해도 좋을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 디지털 컨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과거 20년간의 시대정신이요, 새로운 부의 창출의 원동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트북,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iPad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digital device)들이 다수 창출되었다. 필자는 향후 10년간 자동차야말로 또 한번의 디지털 혁신을 가져올 디바이스라고 보고 있다. 아날로그 전화기가 iPhone으로 진화하였듯이, 자동차도 “iCar”라고 부를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올 것이다. 기능면에서 주요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l안전장치: 브레이크가 ABS에서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로 진화한다든지, 에어백도 충돌상황을 분석하여 최적화된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이 보편화 되고 있다. 타이어 공기압 측정 등 자동차의 상태를 모니터하는 기능도 보편화 추세에 있다.

l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 장비들은 이미 자동차의 효용성을 크게 높여주었다. 네비게이션이 보편화 된지 불과 몇 년 만에 새로운 곳을 가거나 심지어 외국에 나가서도 주소만 정확히 알면 자동차로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이런 지능형 자동차 혁신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인터넷과 연결되어 교통 및 지리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음성검색 지원기능 등은 네비게이션의 중요한 발전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l운전자 경보: 전후좌우에 장치된 센서들과 이로부터 나오는 경보음들이 크고 작은 충돌을 피하게 해준다. 자동차마다 레이더가 장착되어 고속도로에 정지해 있는 물체라든지 충돌위험이 있는 상황에 대해서 경보를 주는 단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l운전자 지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을 유지해서 정속주행하는 차선유지 시스템 등이 1~2년 안에 실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l전자제어형 파워트레인: 지능형 혁신과 별도로,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파워트레인 혁신도 진행될 것이다. 즉, 향후 10년간은 지능형 혁신과 친환경 혁신의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자동차 기술혁신의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혁신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지능형 자동차의 혁신은 운전자의 인지 및 조작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차선에는 RFID를 깔고 도로교통 정보와 신호시스템이 자동차에 공급되고, 주변 자동차 및 신호시스템과의 통신을 통해서 운전자가 목적지만 정해주면 찾아갈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동차 운영시스템(OS)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가 향후 자동차 프로핏 풀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컨설팅 회사 올리버-와이만의 전망에 따르면, 단품(single innovation)위주로 진행되던 자동차 부품의 기술혁신이 2000년 이후 부품간의 상호운영성이 강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센서, 소프트웨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전자장치의 혁신이 2015년까지의 자동차 기술혁신에서 가장 중심적인 성장분야(Sweet spots)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분야는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배양해온 핵심기술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분야이므로, 자동차 부품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기업들의 역량은 주로 차체 및 실내 디자인, 글로벌 생산체계구축과 마케팅, 생산기술과 파워트레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IT 접목 위주의 지능형 기능개발은 부품사에서 공급하는 것이 혁신기술의 배양에서 보다 유리한 구도로 보인다. 완성차 기업들이 음성인식용 네비게이션이나 자동주차용 센서까지 연구개발하는 것은 혁신역량의 포커스가 흐려진다는 점에서 부품사에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다. 이러한 부품단계의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부품사들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에서 모듈 및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 로드맵도 IT기술을 자동차에 도입하는 지능형 부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맞추어 현대차 그룹 내에서의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과거 10년 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무쪼록 한국 부품회사들의 연구개발 성과가 결실을 거두어서 향후 10년에 다가올 자동차 운영체계(OS) 전쟁을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