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전문 메이커 쌍용, 마힌드라와는 상생 가능할까.

코란도 패밀리(Korando Family)라는 모델이 있었다. 당시 이 차를 시승하다 도로에서 시동이 꺼져 곤욕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코란도 패밀리는 흔히 말하는 ‘성냥갑’ 스타일의 디자인이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컨셉이었다. 오늘날 개념으로 분류한다면 크로스오버였다. 특히 코란도 등 4WD는 정통 오프로더라는 이미지가 강한 시장에 등장한 코란도 패밀리는 현대정공이 생산해 현대자동차가 판매했던 갤로퍼와 함께 한국의 모터리제이션 발전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SUV의 선구자격인 쌍용자동차는 이후 무쏘와 렉스턴을 잇달아 내 놓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물론 1997년 채어맨을 출시하면서 승용차 라인업 구축에 대한 전략도 추구했었다. 채어맨은 체어맨대로 포지셔닝을 구축해 갔다. 그때까지는 적어도 쌍용자동차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1998년 대우그룹에 합병됐다가 2000년 4월 다시 대우에서 분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2001년에는 10년만에 경상이익을 내는 등 가능성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현대자동차의 테라칸과 기아 쏘렌토의 등장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메이커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SUV는 크게 보아 쌍용이 3종, 현대가 3종, 기아가 2종 등이었다. 그중에서 렉스턴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모델은 현대의 테라칸과 기아의 쏘렌토 등. 특히 기아의 쏘렌토는 렉스턴보다 약간 늦게 데뷔했는데 판매면에서는 렉스턴을 앞질렀다.

1998년 IMF위기를 기점으로 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미국시장에서의 SUV 호황과는 다른 차원에서 한국시장에도 LPG엔진을 탑재한 SUV들이 날개 돋힌 듯이 팔려나갔다. 그런 시대적인 흐름에 편승해 쌍용자동차도 나름대로의 독자행보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잦은 경영권의 이동으로 내부의 응집력은 약화됐다.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전략 추구는 불가능했고 단기적인 변화에 집착했다. 결과는 세단형 라인업에 대한 더 이상의 발전도 없었고 ‘SUV 전문 메이커’의 이미지는 세를 확장하는데 한계로 작용했다. 랜드로버사가 그랬듯이 쌍용자동차도 새로운 자본주를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중국 상해자동차였다.

쌍용자동차와의 관계로 인해 한국인들에게 상해자동차의 이미지로 남은 것은 지금은 ‘먹튀’ 뿐이다.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갔다는 말이다. 너무 아전인수격인 해석이 아닐까. 이번에 다시 마힌드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국내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또 ‘먹튀’를 전면에 내 세운다.

지금은 ‘먹튀’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 서로에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살아 남아야 할 쌍용과 투자해서 뭔가 얻어야 할 두 업체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위한 방안 모색이 우선이다. 마힌드라&마힌드라는 개발기술력보다는 생산기술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기아든, 르노삼성이든, GM대우든 오늘날 한국산 자동차의 상품성과 제품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10년 내에 중국산에게 추월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외자에 의해 개발 생산된 모델 이 외에 그 수준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규모의 경제를 충족시키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와 자동차 개발 생산기술에서 한 단계 도약을 노리는 마힌드라 모두가 얻는 것이 있어야 계약은 성사된다.
(2010 쌍용 슈퍼 렉스턴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