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복귀의 의미

E클래스 쿠페에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인업에 E클래스 카브리올레가 복귀했다. 이제 독일프리미엄 빅3의 컨버터블에 대한 1차적인 정리는 끝났다. BMW가 전동식 하드톱으로 전환한데 반해 메르세데스와 아우디는 소프트 톱을 고집했다. 또한 BMW는 3시리즈, 아우디는 A5 등 D세그먼트에 쿠페와 카브리올레 버전을 라인업한데 비해 메르세데스는 E세그먼트 라인업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그것은 다임러AG의 입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격을 BMW나 아우디와는 다른 차원으로 설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선구자로서의 자세를 다양한 분야에서 표출하고 있는 다임러 AG는 모델 라인업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 내의 오픈 모델 라인업 역시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럭셔리 수퍼 스포츠 세그먼트의 SL과 경량 로드스터 SLK, 그리고 최근 살려낸 SLS AMG도 있다. 모두가 ‘만인이 원하는’ 차는 아니다. 수요가 한정된 장르이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를 견인하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E클래스 카브리올레의 본격적인 시작은 1992년 W124 베이스의 모델부터였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명이 오늘날처럼 C, E, S를 근간으로 확립된 것은 1993년. 그때까지 190(W201)이라는 차명으로 불리었던 모델이 C클래스로, W124시리즈의 200E~500E가 E클래스로 바뀐 것이다. S클래스는 300 SE, 또는 600SEL등으로 불리었었다.

1968년 W114 베이스의 쿠페 250CE를 시작으로 1985년에 C124(쿠페)와 A124(카브리올레)의 역사도 있다. CE 시리즈로 분류됐었다. 당시 쿠페는 320CE가 E320 쿠페로, 왜건은 E클래스 T모델, 컨버터블은 E클래스 카브리올레로 명명이 됐다. 이 때의 E클래스는 미디엄 클래스 플랫폼인 W124가 베이스였다.

이 모델은 차체 강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전복시 리어 시트 뒤에서 튀어 나오는 두 장의 세이프티 보드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에도 소프트 톱이었지만 전자동으로 개폐가 가능하게 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자세도 표현하고 있었다.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쿠페와 함께 1990년대 중반까지 명맥을 이어 오다가 단종됐다. 그 뒤를 이은 것은 1997년에 CLK라는 차명으로 등장한 모델. 마찬가지로 쿠페와 카브리올레가 라인업되어 있었다. CLK시리즈는 2009년 말 단종됐으며 이번에 다시 E클래스로 차명을 바꾸어 부활한 것이다. 등급이 애매했던 CLK로 명맥을 이어왔던 벤츠의 중형 쿠페는 E 클래스 쿠페를 시작으로 새롭게 정리될 전망이다.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1992년 초대 모델 당시의 성격을 되살리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차 만들기 프로세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즉 CLK는 쿠페 카브리올레 공히 플랫폼은 C 클래스를 공유했지만 스타일링은 E 클래스와 비슷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뉴 E클래스 카브리올레의 플랫폼은 E클래스 쿠페의 것을 유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일링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E클래스를 베이스로 한 쿠페의 것을 유용하고 있다.

이 모델들의 휠 베이스는 2,760mm로 C클래스와 같다. E클래스는 2,875mm. 벤츠는 E 클래스 쿠페는 세단과 60%의 부품을 공유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 쿠페의 발전형인 카브리올레도 마찬가지다. 물론 차체의 특성상 패널은 세단과 많은 차이가 난다. 한편 차세대 CL은 S 클래스 쿠페로 출시될 예정이다.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라인업의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클래스로 올리고 소프트 톱을 고집한 메르세데스의 전략은 양산 브랜드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니치 모델일 수밖에 없는 모델의 성격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시장과 끊임없이 대화한 결과다. 상품기획과 디자이너, 엔지니어간의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점이 읽혀진다.
(메르세데스 벤츠 E350 카브리올레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