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친환경의 새 대안 제시

요즘은 경량화가 친환경을 뜻한다. 무게를 낮추면 운동 성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연료 소모와 배기가스의 배출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에는 구형 보다 무게가 감소하는 신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알루미늄은 경량화의 좋은 해법으로 꼽히고 있으며 적용 차종과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알루미늄이 본격적으로 자동차에 쓰인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2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혼다 NSX와 아우디 A이 알루미늄 섀시를 도입해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다른 차종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스틸 대비 비싼 게 주된 이유이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서스펜션, 보닛 등에서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알루미늄이 스틸 보다 무게에서 유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독일 아헨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경우 차체 중량은 40%가 감소한다. 이는 고장력 강판의 11% 보다 경량화 효과가 월등히 큰 것이다. 유럽 알루미늄 협회는 알루미늄 채용으로 인해 238kg의 무게가 감소하면 연비는 10% 이상 상승한다고 밝기도 있다.


반면 고장력 강판의 경량화 효과는 최대 11% 정도이다. 고장력 강판을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됐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고장력 강판을 특정 부위에 적용할 경우 강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전체 9%에 해당하는 6억 6,600만 톤의 온난화가스 감소 효과가 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알루미늄 보디를 채용할 경우 대당 비용을 3천 달러 줄일 수 있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값비싼 배터리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CAR(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의 보디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면 배터리를 포함한 전체 코스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CAR에 따르면 알루미늄 보디를 채용할 경우 배터리 용량은 10% 줄어들고 대당 3천 달러의 코스트가 절감된다. 차가 가벼워지면서 배터리를 비롯한 관련 부품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카르도가 별도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차량의 무게가 20% 줄면 항속 거리는 20% 늘어난다. 극단적인 예로 차체 중량이 1,822kg일 때 필요한 전력은 300 Wh/mi이지만 627kg이라면 146 Wh/mi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리고 알루미늄의 비율을 10% 높이면 연비는 5~7% 개선된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강화되는 연비 기준에 맞춰 알루미늄 비율을 높이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 CAFE를 맞추기 위해서는 2016년까지 5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지역에서의 알루미늄 사용 비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알루미늄 협회에 따르면 작년 북미 자동차의 총 중량에서 알루미늄의 비중은 8.6%까지 높아졌다. 이 비중은 지난 1970년만 해도 2%, 1990년에는 5.1%에 불과했다. 알루미늄 협회는 2020년에 이르면 알루미늄의 사용 비율은 11% 가까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작년 승용차의 평균 중량은 1,444.6kg이었고 알루미늄의 비중은 7.8%였다. 알루미늄 비율은 연간 1.8~2.2kg씩 상승해 2020년에는 대당 136kg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미는 알루미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장 중 하나이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승용차와 픽업, SUV, 미니밴에 쓰이는 알루미늄은 3.6kg 이상 늘어났다. 또 북미에 팔리는 50개 차종 이상의 알루미늄 비율이 10% 이상이었다. 한편 유럽의 49개, 일본 18개 차종은 알루미늄의 사용 비율이 181kg을 넘었다.


알루미늄을 가장 적극적으로 채용한 메이커는 혼다와 BMW이다. 혼다와 BMW는 대당 알루미늄의 비중이 154kg으로 가장 높았다. 2006~2009년 사이 GM과 혼다, 토요타, BMW, 현대, 폭스바겐은 알루미늄의 사용이 증가했다.

부분적으로 본다면 지난 3년 동안 알루미늄 사용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엔진 블록과 스티어링 넉클이다. 현재 알루미늄 엔진 블록은 70% 가까이 돼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크게 증가한 부분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22%는 알루미늄 보닛을 채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어 등의 보디 패널을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면 전체 보디 무게를 2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플로어 터널과 같은 섀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다. 이럴 경우 중량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벨리스의 경우 새 알루미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7년 노벨리스는 인도의 힌달코에게 회사를 매각하면서 새 퓨전 기술을 개발했다. 재규어의 알루미늄 보디가 바로 노벨리스의 퓨전 공법으로 제작된 것이다. 노벨리스에 따르면 이 알루미늄 강판은 ‘더 뉴 알루미늄’으로 불린다. 기존 대비 펜더 등에 쓰이는 패널의 무게는 물론 두께까지 얇아졌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강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노벨리스는 구형 XJ를 시작으로 XK와 XF에도 알루미늄을 공급하고 있다. BMW에게도 퓨전 공법으로 제작된 알루미늄이 공급된다. 7시리즈는 원 피스 도어 라이너와 윈도우 프레임로 퓨전 공법이다.


BMW의 경우 알루미늄의 사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서스펜션을 도입한 것도 BMW이다. 신형 5시리즈의 경우 차체 중량의 20%가 알루미늄일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재규어, 랜드로버에 따르면 평균 차체 중량을 1.2~1.4톤이라고 했을 때 스틸의 비중은 500~700kg이다. 남은 영역에서 알루미늄의 비율을 높이는 게 숙제라는 설명이다.

알루미늄은 재활용 비율도 높다. 교통수단 분야에 쓰이는 알루미늄의 재활용 비율은 90%가 넘고 건축에는 95%에 달한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작년 1분기 알루미늄의 가격은 톤당 1,300~2,400달러 사이였다. 그리고 올해의 알루미늄 소비는 3,7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